토종꿀벌도 바이러스에는 속수무책 [ 단칼에 끝내는 곤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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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헌 기자]
꿀벌 만큼이나 인간에게 친숙한 곤충은 없을 것이다. 달콤한 꿀 뿐만 아니라 영양분의 보고인 화분은 덤이요, 때로는 벌침 요법으로 이용하기도 한다. 벌꿀 1g을 얻으려면 일벌이 8천 송이의 꽃을 찾아다녀야 하며 1kg을 모으기 위해서는 지구 한바퀴에 해당하는 4만Km를 날아야 한다.
여왕벌은 하루 2천개 정도의 알을 낳으며 이렇게 평생동안 200만 개 정도의 알을 낳는다. 일벌이나 여왕벌의 차이는 없으나 키울 때 로열 젤리를 먹는 일벌이 여왕벌이 된다. 생식할 수 없는 암놈 벌이 일벌이며 수명은 보통 한 달 정도 산다.
▲ 양봉꿀벌이 꽃에서 꿀을 먹고 있다. 넓적한 뒷다리에 화분을 공처럼 만들어 붙이고 벌집으로 향한다. |
ⓒ 이상헌 |
잠자리나 흰개미, 나비 등을 먹기도 하지만 주식은 벌이다. 꿀벌을 잡기 편하도록 주둥이가 제법 길고 벌을 잡은 뒤에는 침을 제거하기 위해 바위에 문지른다. 꿀을 먹지는 않지만 꿀을 생산하는 벌을 잡아먹음으로 인해서 양봉업자들에게 미움을 받는다.
그러나 말벌이 잡아먹는 꿀벌에 비하면 벌먹새의 식성은 참을 수 있는 수준이다. 장수말벌은 다른 군집에 쳐들어가 약탈을 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말벌 애벌레를 키우기 위해 꿀벌을 사냥하는 것이다.
말벌을 쪄 죽이는 토종꿀벌도 바이러스에는 속수무책
우리에게 친근한 꿀벌은 크게 양봉꿀벌(서양꿀벌, Apis mellifera)과 재래꿀벌(토종꿀벌, Apis cerana)이 있다. 토종은 양봉에 비해서 약간 몸집이 작은편이고 검은빛이 돈다. 서양꿀벌집에 말벌이 출현하면 그 집단은 거의 전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장수말벌과 공진화 하여 현재에 이른 토종꿀벌은 조금 다르다.
재래꿀벌의 방어수단은 말벌을 벌집 안으로 유인하여 수십여 마리가 감싸고 날개를 진동시켜 열을 발산시켜 말벌을 쪄죽인다. 공모양으로 뭉친 내부 온도는 섭씨 50도까지 올라가므로 말벌은 산채로 화형을 당하는 셈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2천년 넘게 우리 곁을 지켜온 토종꿀벌은 현재 전멸의 위기에 처해 있다
▲ 양봉꿀벌의 집 꿀벌은 크게 재래(토종)꿀벌과 서양(양봉)꿀벌로 나뉜다. |
ⓒ 이상헌 |
현재 10년 넘게 이어진 전염병 때문에 재래꿀벌이 사라지고 양봉꿀벌이 천하통일을 하고 있다. 그러나 전세계적으로 볼 때는 서양꿀벌도 급격히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추세가 계속해서 이어지면 우리의 삶도 위태롭다. 1차 생산자로서 공진화 한 식물과 곤충이 사라지면 인류도 살아남기 어렵다.
아프리카에 사는 꿀안내새(honeyguide)는 영악하게도 사람을 부려 꿀을 탈취하는 녀석이다. 나무 속에 숨겨진 꿀벌 집단을 발견하면 사람 앞에 나타나 '삑삑삐비비빅' 하고 울면서 인간을 안내한다. 꿀안내새를 따라간 사람들은 꿀을 털어먹고 벌 애벌레와 밀납은 녀석의 차지가 된다. 이러한 습성으로 인하여 꿀안내새의 학명에는 지표(Indicator indicator)가 들어간다. 그것도 두 개 씩이나.
인간도 약삭빠르기는 매한가지다. 꿀안내새의 안내로 벌꿀을 획득한 사람들은 남은 부산물을 충분히 주지 않는다. 배가 부르면 꿀안내새가 게을러진다는 이유 때문이다. 인간을 도구로 이용해 꿀을 따 먹는 것에 더해 꿀안내새는 뻐꾸기와 같은 기생으로 세대를 이어간다. 꿀안내새 유조는 숙주의 병아리를 둥지로 부터 밀어내거나 부리로 쪼아서 죽인다. 이때 숙주로 선택되는 조류가 벌잡이새와 딱다구리, 울새, 딱새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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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해당 글은 한국우취연합의 월간 우표에도 같이 등록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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