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도 날이 갈수록 빛나는 이름
[우진아 기자]
권정생 작가(아래 권정생)를 처음 알게 된 것은 대학생 시절 아동문학 수업을 들으면서였다. 교수님이 권정생과 이오덕 선생(초등교사이자 아동문학가, 아래 이오덕)이 나눈 편지를 소개해주며 관련 영상 소감문을 과제로 내주셨는데, 과제를 하면서 둘의 우정이 너무 아름다워 나 또한 빠져들었던 기억이 난다.
그 영상 속에서 이오덕은 권정생을 두고 '다만 동화를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어린이들을 위해 쓰인 동화를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니, 그렇다면 얼마나 맑고 아름다운 사람일까라는 생각이 스쳤고 관심을 갖게 됐다.
그렇게 해서 읽게 된 책이 소설 <몽실언니>였고, 그 후에 <강아지똥>도 읽게 됐다. 그리고 후에 안동 일직면에 있는 권정생 작가가 살던 빌뱅이 언덕도 직접 찾아가 보았다.
▲ 권정생 'Who? Special 권정생' 책표지 |
ⓒ 스튜디오다산(주) |
Who? special 권정생은 이런 그의 삶을 만화 형식으로 압축적이며 재미있게 보여준다. 1. 도쿄 뒷골목 조선인들 2. 첫 번째 전쟁 3. 전쟁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 4. 먹고살기 위해 고향을 떠나다 5. 병들어 떠도는 삶 6. 세상을 깨우는 종소리 7.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순으로 그의 삶을 연대기적으로 그려나가고 있다.
도쿄에서의 어려웠던 시절과 제2차 세계대전과 6·25 전쟁을 겪어야 했던 그의 고통스러운 어린 시절, 거지 생활까지 했던 그, 그로 인해 결핵과 늑막염이란 병에 걸려야 했던 고통, 빌뱅이 언덕에서 다시금 희망을 찾는 그의 이야기.
"개구리든 생쥐든 메뚜기든 굼벵이든 같은 햇빛 아래 같은 공기와 물을 마시며 고통도 슬픔도 겪으면서 살다 죽는 게 아닌가. 나는 그래서 황금 덩이보다 강아지똥이 더 귀한 것을 알았고 외롭지 않게 되었다." - 권정생
권정생은 빌뱅이 언덕 오두막집에 살면서 생쥐들이 이불속으로 파고들어도 내쫓지 않고 함께 잠을 청할 정도로 생명을 귀하게 여겼다고 한다. 일본에서 헤어져야 했던 경순이 누나를 잊지 않고 소중히 여기는 마음, 세상의 어려운 이들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놓지 않는 아름다운 마음이 모여서 그의 빛나는 작품이 탄생했다. 늘 생각하지만, 좋은 글, 좋은 작품은 작가의 진정한 삶에서 나온다고 믿는다.
"사람들은 왜 주인공들이 하나같이 다 가난하고 부족하냐고 묻더군요. 하지만 그게 진실 아니겠습니까? 맞습니다. 세상에는 그렇게 힘들고 가여운 사람들이 많으니까요. 저는 어린이라고 해서 좋은 것만 보여주면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권정생
실제로 우리나라 근현대사에는 일제강점기, 6·25 전쟁 외에도 4·3 제주항쟁, 5·18 광주 민주화운동, 6·10 민주 항쟁, 세월호 사건 등 가슴 아픈 일이 많이 있다. 그 모든 일을 아름답게만 그릴 수 없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어린이들 또한 역사의 진실을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일을 하는 데에 동화가 매우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깊다. 그런 의미에서 권정생이 "좋은 동화 한 편은 백 번 설교보다 낫다"라고 하지 않았나라고 헤아려본다.
나 또한 동화작가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이 책 <Who? special> 권정생은 매우 소중하고 뜻깊은 책이었다. 내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존경하는 동화 작가로 손꼽을 만한 권정생 작가라는 사람의 일생과 작품에 대해서 좀 더 면밀히 알게 되었고 그의 가치관과 사상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길가의 작은 미물 하나 놓치지 않고 소중히 여겼던 그의 정신을 본받아 나 또한 보잘것없다고 무시받는 것, 소외된 것들에 관심을 갖고 아름다운 동화를 써나가야겠다.
뿐만 아니라 나처럼 작가를 꿈꾸는 사람이 아닐지라도, 동화에 관심이 많은 사람, 특히 권정생 작가에 대해 자세히 알고 싶은 사람, 어려운 고통 속에서도 희망을 찾고자 하는 사람이 읽으면 매우 감동적으로 다가올 것이라 생각이 든다. 동화 그리고 권정생 작가를 사랑하는 어린이, 어른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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