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 찾아온 시멘트·레미콘 '가뭄'
업체들, 겨울 설비보수 앞당겨 시멘트 부족현상 일찍 찾아와
12월말 재고량 50~60만t, 내년 봄 공급대란 불가피
[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 시멘트·레미콘 공급대란이 시작됐다. 통상 12월부터 시멘트업체들이 겨울철 설비보수에 돌입해 생산량과 재고량이 줄어들어 이듬해 봄시즌 건설현장 가동률이 높아지면 시멘트 부족현상(쇼티지)이 나타난다. 그러나 올해는 유연탄 가격 급등, 요소수 부족, 화물연대 파업 등 악재가 겹치면서 시멘트 부족현상이 일찍부터 시작된 것이다.
29일 시멘트업계에 따르면 현재 시멘트 생산공장과 유통기지 재고량은 88만t에 불과하다. 총 저장능력(210만t) 중 적정 재고량 126만t(60%) 이하로 감소했다. 지난 9월까지 120만t대를 유지하던 재고량이 올 가을 건설공사가 증가하면서 이달 들어 뚝 떨어진 것이다.
특히 올해는 유연탄 가격 급등과 요소수 부족,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벌크시멘트트레일러(BCT)차량 운행 중단 등 부정적 외부요인으로 업체들이 예정보다 겨울철 설비보수 기간을 앞당기고 있다.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이달 시멘트업계 평균 유연탄 수입 가격은 t당 240~260달러로 역대 최고가다. 대부분 연말경 1년 장기계약을 체결하는데 지금 시세대로는 장기계약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지난해와 같은 양의 시멘트를 생산할 경우 내년에는 300만~330만t 가량의 유연탄이 소비되고, 약 8930억~9820억원 정도의 구매비용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는 올해보다 구매비용이 5000억원 가량 늘어나는 것이다.
업계의 보유 요소수 재고도 바닥나기 직전이다. 저공해 장치에 필수재료인 요소수가 없으면 공장가동을 멈춰야 하고 2500여대의 BCT차량도 운행을 중단, 물류이동에 차질이 발생한다. 요소수를 제때 공급받지 못한 이달 BCT차량 운행량은 전월보다 10% 정도 감소했다.
화물연대 파업에 따른 피해도 겨울철 설비보수를 서두르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25일부터 사흘간 총파업으로 전국 시멘트 공장에서 제품 출하가 멈추는 등 시멘트업계는 직격탄을 맞았다. 육상 시멘트 운송의 주요 운송수단인 BCT 차주들이 파업에 동참하면서 전국 시멘트 생산공장과 유통기지의 하루평균 출하량은 성수기 기준 20만t 가량에서 4만~5만t 수준으로 급감, 하루 피해액도 110억원 정도로 추산됐다. 화물연대가 연내 2차 무기한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시멘트·레미콘는 물론 건설업계도 초긴장 상태다.
이에 일부 시멘트 업체는 통상 12월 말부터 시작하던 동절기 친환경 설비개선 작업시한을 12월초로 앞당기고 있다. 12월 초순부터 일부 업체가 설비개선 작업에 돌입할 경우 시멘트 생산량은 급격히 감소, 12월 말 재고량은 50만~60만t으로 하락할 수 있다.
문제는 내년 봄이다. 지난 3~4월에도 시멘트 재고량이 60만t 이하로 감소하면서 시멘트 공급대란을 겪었다. 더구나 올 겨울은 업체들의 친환경 설비투자 기간이 지난 겨울보다 1~2개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건설현장의 시멘트 공급대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레미콘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이번 화물연대 파업은 예정돼 있던 만큼 미리 시멘트 재고를 확보하고 건설현장과 납품일정을 미리 조율해 큰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그러나 추가 파업이나 시멘트 공급이 부족할 경우에는 걷잡을 수 없이 상황이 악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레미콘업계 관계자는 "초긴장 상태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올해 유달리 악재가 겹치면서 상황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시멘트 쇼티지 현상이 벌써부터 나타나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라고 우려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원부자재 가격 상승으로 채산성이 나빠지면서 일부 업체들은 겨울철 설비보수 기간을 앞당기려 하고 있다"면서 "내년 봄 레미콘과 건설업계 등 전방산업에 시멘트 부족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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