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쏘기 배운다는 남편을 말리지 않은 이유

이승숙 2021. 11. 29.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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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궁 배우기 4] 오랜 역사를 가진 강화 국궁장 '강화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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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숙 기자]

- 이전 기사 오토바이에 대한 열망을 잠재운 말타기와 활쏘기에서 이어집니다. 

오토바이에 대한 미련을 접고 무사의 길로 들어섰습니다. 이제 말을 타고 활만 쏘면 됩니다. 그런데 말은 어디에 가야 탈 수 있을까요? 우리가 사는 곳 근처에는 승마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아예 말을 한 마리 사버릴까? 경마장에서 퇴물로 나오는 말들은 값도 싸대잖아. 그 말 사서 앞 들판 타고 다니면 좋겠다."

오토바이에서 말로 갈아탄 진운(남편)이 그렇게 말합니다.
   
"경마장 말들은 기수를 태우고 무조건 달리는 것만 배웠을 텐데, 그 말들 탔다간 뼈도 못 추릴 거야. 그리고 겨울이 되면 어떻게 하려고? 코로나가 풀리면 다시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 겨울을 보낼 텐데, 그때 말을 어떻게 하려고?"

그랬습니다. 말(馬) 타기는 말(言)처럼 쉬운 게 아니었습니다. 살아있는 동물을 키운다는 건 곧 책임이 뒤따르는 일입니다. 농담 삼아 말 한 마리 키울까 했지만 그것은 실행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안 되겠네. 말을 어디다 맡길 수도 없고, 안 되겠다. 말은 접고 활쏘기만 하자."

포부는 컸지만 현실을 받아들입니다. 말 타기는 접고 활쏘기만 하기로 했습니다.
 
 강화도의 옛 활터인 '대흥정'. 1788년(정조12년)에 만들어졌다.
ⓒ 강화군
    
그렇게 얼마간 시간이 지났을 때였습니다. 지인이 강화도로 놀러왔다가 우리 집에 들렀습니다. 그이는 말 타기는 물론 활쏘기도 잘 합니다. 운동이라면 못 하는 게 없을 정도로 만능 스포츠맨인 그이가 강화도에 국궁장이 생겼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아니, 강화도 사람인 우리도 모르는 일을 서울 사람이 먼저 알고 있었다니요?

"활 쏘는 제 눈에는 이런 게 잘 들어와요. 강화에 국궁장이 생겼던데요? 신입 회원을 모집한다는 현수막이 붙어 있는 걸 봤어요."

그이는 국궁의 장점에 대해 열변을 토하며 우리에게 활쏘기를 권했습니다.

"국궁은 말이에요, 다른 스포츠 종목에 비해 돈이 정말 안 들어요. 전국에 국궁장이 400개도 넘게 있는데, 어디에 가도 다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요. 활을 배울 때도 무료로 가르쳐 주고요. 장비 값도 많이 안 들어요. 두 분이 같이 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운동은 없을 거예요."

돈이 별로 안 든다는 그 말에 내 귀가 번쩍 뜨였습니다. 연금 생활자인 우리는 알뜰하게 살아야 합니다. 두 사람이 사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연금은 받지만 그래도 여유가 많은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국궁의 다른 장점보다 돈이 많이 안 든다는 그 말이 제 귀에 쏙 들어왔습니다.

우리는 당장 강화읍 용정리에 있는 국궁장으로 가봤습니다. 국궁장이 있는 곳은 '강화나들길' 1코스를 걸을 때 지나갔던 곳입니다. 연미정에서 갑곶돈대 방향으로 걸을 때면 그 부근을 지나곤 했는데, 그곳이 이렇게 훌륭한 국궁장으로 바뀌어 있었습니다.

강화 국궁장인 '강화정(江華亭)'은 2021년 7월에 완공되어 8월에 문을 열었습니다. 그러니 전국 국궁장 중에서 어쩌면 가장 막내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강화 궁술의 역사는 오래 되었습니다.

'강화정'의 사두(활터를 관리하고 대표하는 우두머리)님께 강화도 궁술의 역사에 대해 여쭤 보았습니다. 강화도 궁술의 역사는 오래 되었습니다. 1788년(정조 12년), 강화유수 송재경(宋載經)이 관민들과 함께 '대흥정(大興亭)'을 건립했습니다. 그 이전부터도 강화도 사람들은 활쏘기를 즐겨 했는데 유수가 특별히 '대흥정'이란 활터를 만든 겁니다.
   
 강화 국궁장 '강화정'의 양재형 사두 님이 직접 활쏘기를 가르치고 있다.
ⓒ 이승숙
     
 사두 님에게 과녁 보는 법을 배우는 초보 사원들.
ⓒ 이승숙
 
대흥정은 강화 남산 아래에 있었습니다. 1890년도에 대흥정에서 궁술대회도 열렸다고 하니 사정(射亭)의 규모며 활을 쏘는 사원(射員)들의 열의가 어떠했을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대흥정은 1950년에 무너졌습니다. 현재는 그 자리에 집이 많이 들어서서 과거의 흔적을 찾기가 어렵습니다.
대흥정의 맥을 이어 현재의 강화정이 건립 되었습니다. 초대 사두 양재형(梁在亨,강화군 궁도협회장) 님을 위시하여 약 150여 명의 사원들이 오늘도 심신 수련을 위해 활을 쏩니다. 날마다 새로운 사람이 활을 배우기 위해 찾아옵니다. 그래서 강화정은 늘 새롭고 신선합니다.
 
 활쏘기는 부부가 함께 즐기기에 좋은 심신 수련 운동이다.
ⓒ 이승숙
 
오늘은 날씨가 쌀쌀했습니다. 맨 손으로 활을 당기자니 손이 시리고 추웠습니다. 그런데도 다들 활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그렇게 하도록 할까요? 도대체 활쏘기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다들 추위도 아랑곳없이 활을 쏠까요?

활쏘기의 매력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그 매력 속으로 저도 한 번 빠져보고 싶습니다. 어때요, 저와 함께 국궁의 세계로 들어가 보시지 않으실래요? 자, 우리 한 번 빠져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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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강화뉴스(http://www.ganghwanews.com/ )에도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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