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현 "대세스타라고? 작품 인기에 숟가락 얹었을뿐" [일문일답]

이현아 2021. 11. 29.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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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FN엔터테인먼트 제공

작품을 끝내고 마무리하는 자리로 만났는데, 배우 안보현은 앞으로 촬영에 들어갈 차기작에 더욱 힘을 주고 있었다.

열심히 그리고 묵묵히 최선을 다한 안보현의 2021년 성과는 누구도 부정할 수 없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이네임’과 티빙 오리지널 ‘유미의 세포들’로 신뢰하는 배우로 단단히 뿌리내렸다. 특히 ‘유미의 세포들’의 구웅은 전작의 악한 캐릭터들로 쌓인 선입견을 해소하는 데 충분했다.

안보현은 동명 원작 웹툰의 구웅을100%일 만큼 실사화로 구현해 방송 전부터 ‘만찢남’으로 불렸다. 이제 멜로까지 믿고 보는 안보현에게 몇 가지 궁금증을 물었다.

-‘마이네임’에 이어 ‘유미의 세포들’까지 남다른 성과를 거뒀는데. “너무 좋다. ‘유미의 세포들’ 덕분에 이렇게 얼굴을 맞대고 라운드 인터뷰를 해보기는 처음이다. 작품이 잘됐다, 절대 내가 잘한 게 아니다. 다만 ‘마이네임’이 ‘유미의 세포들’과 공개 시기가 맞아 두 명의 캐릭터로 보여질 수 있었던게 성공이라고 본다.”

-전작의 이미지들이 워낙 강렬한데 멜로 연기 걱정은 없었나. “멜로 아닌 멜로를 처음 (연기)해봤다. 촬영 전 걱정을 많이 했다. 좋은 피드백들이 와서 감사할 뿐이다. 특히 김고은 배우가 너무 잘했다. 고맙다.”

-구웅 캐릭터는 싱크로율이 높아 ‘만찢남’ 그 자체였는데. “감독님이 원작 웹툰과 똑같이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굳이 긴 머리도 갈 필요 없다고 했다. 그런데 ‘이태원 클라쓰’로 싱크로율을 맞추고 작품에 임하니 원작을 본 시청자들이 좋아해 줬다. 나 역시 좋은 에너지를 받았다. 고생하더라도 원작 속 구웅의 긴 머리와 까만 피부, 턱수염을 가져가면 좋을 것 같았다. 만화를 찢고 나온 것보다 입체감 있게 살아 나왔다.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사진=FN엔터테인먼트 제공

-구웅 캐스팅은 어떻게 됐나.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 ‘이게 왜 나한테 왔지’ 했다. 장근원이나 ‘카이로스’ 서도균 등 악역 이미지를 봤을 텐데 왜 미팅을 하지 싶었다. 감독님이 카메라가 돌지 않을 때 웅이의 모습이 있다고 하더라. 순박함? 꾸미지 않은 모습이 있어 함께 하고 싶다고 해서 의아했다. 나에게 구웅은 도전이었다. 캐릭터와 맞는지 안 맞는지는 시청자가 판단하니 도전해보자는 마음을 먹었다.”

-구웅과 실제 성격과 닮은 점이 있나. “웅이는 답답함의 끝판왕이다. 자존심 강하고 심각하다. 나와 맞지 않는다. 겉으로 속내를 표출하지 않는 점은 비슷하다. 실제의 나는 아픔이나 슬픔을 다른 사람과 공유하지 않는다. 누군가와 나눈다고 해서 반(半)이 되고 치유된다고 생각하지 않거든. 상대를 힘들게 하는 것 같다.”

-안보현의 연애 스타일은. “되게 애매하다. 웅이처럼 오해살만한 행동은 안한다. 득이 될 게 없다는 걸 잘 아니까. 마지막 회까지 연기를 해보니 웅이가유미를 좋아하는 마음은 확실하다. 진실이다. 웅이의우선순위가 바뀌니 애잔하고 안타까웠다. 그런데 나 또한 웅이처럼했을 거다.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면 나로 인해 여친까지 힘들게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웅이와 유미의 이별 결말은 어땠나. “이게 행복을 위한 것인지 애매했다. 결말이 이미 나와 있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웅이에 빠져있어서인지 너무 짠하고 찡하고 미치겠더라. 연기한게 아닌데 울컥했다. 감독님은 시청자가 결말을 판단하길 바랐다.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끝났다면 답을 주는 거라는데 수긍했다.”

사진=FN엔터테인먼트 제공

-멜로 연기에 대한 갈증이 있다고 했었는데 해소가 됐는지. “그동안 짝사랑, 키다리 아저씨, 수감되거나 죽어서 사랑을 완성하지 못했었다(웃음). 이번에 목마름이 해소됐다. 하지만 언젠가는 나도 ‘달달하게 잘 살았답니다’로 끝나는 작품을 해보고 싶다.”

-‘마이네임’에 이어 베드신도 있었는데. “베드신, 키스신이 있어 어른의 연애를 보여줬다고 생각해 좋았다. 장면을 계획해 찍은 게 아니라 현장에서 이렇게, 저렇게 해보고 촬영했다.”

-가발을 사용했는데 고생은 안 했나. “반은 내 머리칼, 반은 가발인데 힘들었다. 촬영을 한여름에 해서 죽을 뻔했다(웃음). 원래 땀이 많다. 신기하게 머리 위에 땀이 많다. 가발을 쓰고는 더워서 뜨거운 음식을 못 먹었다. 다 식은 돈가스, 냉모밀 등을 먹은 기억이 있다. 머리 말리는 것도 예삿일이 아니더라. 머리 긴 여성분, 남성분 ‘리스펙’한다.”

-세포들의 분량도 꽤 많았다, 촬영 분량이 다른 작품에 비해 많지 않았을 것도 같은데. “업무량이 낮았나? 의아한 게 세포 CG와 분량이 5대 5였다. 실사가 더 많았다. 5월 초에 시작해 6~7개월 정도 촬영했다. 작품이 14부작이고 세포들도 많이 나와서 빠른 속도로 촬영이 끝나지 않을까 했는데 CG 작업이 오래 걸렸다.”

사진=FN엔터테인먼트 제공

-주변 반응은 어땠나. “여동생이 처음으로 내 드라마 한 편을 다 본 듯했다. 예전에는 악역에 혀를 차고 재수 없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다 봤더라. 방송 전에는 오빠 ‘큰일 났다, 너무 어려운데’라고 하더니 11회쯤 슬픈 장면에 카톡이 와서 ‘이게 되네’라고 했다. 왠지 인정받은 느낌이었다. 여동생이 좋아하면 됐다. 나름 뿌듯했다.”

-넷플릭스 등 OTT를 통해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아졌는데. “전 세계에서 봐준다니 대한민국 사람으로서 국위를 선양한 느낌이다. 꼭 OTT 오리지널이 아니더라도 전 세계가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을 더 만드는 게 우선이다.”

-‘태양의 후예’ ‘이태원 클라쓰’ ‘마이네임’ ‘유미의 세포들’까지 대세 스타가 됐는데. “그런 생각은 안해봤다. 작품의 큰 인기에 숟가락을 살짝 얹었을 뿐이다. 따지고 보자면 ‘유미의 세포들’의 남친 시작은 나였지만 이야기의 주인공은 유미다. ‘마이네임’은 조력자였고, ‘이태원 클라쓰’는 남자 4번째였다. 기억해주는 것만으로 고맙다.”

-조연에서 주연까지 성장세가 놀라운데. “내 성장세가 놀랍다고들 하는데 생각은 딱히 안 해봤다. 나 스스로 인생 그래프가 빠르다고 생각은 한다. 언젠가 주인공을 하겠지 정도였다. 생각보다 빨리 올라와 압박감, 부담감이 상당히 크다.”

-차기작 ‘군검사 도베르만’으로 주인공 첫 타이틀을 달았다. “주연의 부담감이 피부로 와 닿는다. 작품의 대박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내게 새로운 도전이고 잘해내지 못하면 큰일 난다는 부담이 있어 채찍질하고 있다.”

-배우라는 직업은 만족하나.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 아무것도 없이 무일푼으로 서울에 왔다. 여기 연고지가 있지도 않고 그저 해보고 싶은 마음만 있었다.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직업의 호기심으로 시작했다. 이 일을 하지 않았으면 뭘 했을까. 8년 전 단역부터 시작하면서 주인공까지의 위치가 얼마나 높은지 알았다. 그 높은 위치를 향한 목마름이 간절했다. 그 초심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이현아 기자 lee.hyunah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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