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적 심성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니다" [이진곤의 그건 아니지요]
'사과' 큰절 하고는 입법 전횡 주문
잔혹한 살인을 '데이트폭력'으로
“전제적 사고와 판단 기준, 그리고 폭력적 심성은 그리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니다.”
김병준 국민의힘 상임선대위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가리키며 한 말이다. 그는 28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재명 후보가 (후보로 선출)되지 않았더라면 제가 굳이 적극적 역할에 나섰을까 할 정도로 다른 건 몰라도 이재명만은 안 된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에 (상임)위원장을 수락했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이 후보가 ‘살인’을 ‘데이트 폭력’이라고 주장한 점을 공격했다. 김 위원장은 이 후보의 최근 행태에 대해서 “자신이 선과 악, 옳고 그름을 규정하고 이것이 받아 들여지지 않을 때는 언어폭력 등 폭력이 행사된다. 그러다 이에 대한 비판과 비난이 일면 너무 쉽게 사과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의 ‘박리다매’식 사과
확실히 이 지사는 너무 쉽게 사과를 쏟아내고 있다. 큰절을 하고, 눈물도 흘리고, 남의 슬픔을 경청·위로하는 모습도 보인다. 흔한 표현으로 ‘안하던 짓’을 아주 열심히 하니까 사람들이 시선을 주고, 그 중에는 “사람 괜찮네”라는 쪽으로 생각을 돌린 사람도 적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지적처럼 너무 쉽게 하는 사과에 진정성이 배어있을지는 의문이다. 여론에 몰리고 몰린 끝에 하는 사과, 분위기 봐가며 그야말로 ‘박리다매 식’으로 하는 인상을 주는 사과는 언제 회수될지 알 수 없다.
국민에게 사과한다며 큰절을 올린 그 민주당 간담회에서 이 후보는 과연 대의민주제에 대한 인식을 제대로 갖고 있는지 의심케 하는 말을 예사로 쏟아냈다.
“패스트트랙인지 그거 태우는데 한꺼번에 많이 태워버리지. 그냥 하면 되지 무슨…”
“시간이 없잖아. 입법기구는 입법하고, 집행기구는 집행하는 것이지.”
“(저들이) 발목을 잡으면 뚫고 가야 한다.”
“위원장이 방망이 들고 있지 않냐. 단독 처리할 수 있는 건 하자니까요”(이상 24일 민주당 민생 개혁입법 추진 간담회).
“180석 얘기를 자주 하지 않나. 논쟁이 심한 차별금지법은 날치기하면 안 되지만, 정말 민생에 필요한 것은 '과감한 날치기'를 해줘야 한다”(7월 TBS라디오 뉴스공장).
사과는 필요에 의해 의식적으로 하는 것이고, 과격한 발언은 습관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인상을 짙게 주는 언행들이다. 재치와 기지가 넘치긴 하지만 진정성은 없어 보인다. 그의 ‘형수 욕설’은, 일단 화가 나면 끝까지 가버리는 성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말과 분노를 제어하는 장치가 아예 없거나 작동하지 않는 것처럼 여겨진다. 김 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사과’ 큰절 하고는 입법 전횡 주문
“심신미약 전공의 변호 기술자로 돌아가든, 폭력성 짙은 영화의 제작자나 감독이 되건 그는 그가 속해야 할 영역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가 있을 자리는 대통령 후보 자리가 아니다.”
‘심신미약 전공’이란, 이 후보가 살인범들을 변호하면서 그 때마다 ‘심신미약’을 주장한 점을 가리킨 것이다. 잔혹하게 모녀를 살해한 자신의 조카를 위해서, 또 다른 유사 범죄인을 위해서 그는 ‘심신미약’의 방패를 꺼내들었다. 게다가 그는 조카 변론에 대해 15년이나 지난 후 사과하면서 그 다음에도 비슷한 경우가 있었음은 밝히지 않았다. ‘들킨 것만 시인한다’는 원칙을 세워둔 것이었을까? 조카 문제는 김부선 씨에 의해 폭로됐고, 뒤의 사건은 (아마도) 기자들의 취재로 밝혀졌다.
이 후보는 지난 24일 경기도 양주에서 데이트폭력 피해자 유가족과 간담회를 가진 바로 다음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카 사건에 대한 변호 사실을 밝혔다.
“제 일가 중 일인이 과거 데이트폭력 중범죄를 저질렀는데…(중략)…그 사건의 피해자와 유가족 분들에게 깊은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이재명비리 국민검증특위’ 김진태 위원장은 바로 다음날 논평을 통해 이를 공박했다. 그건 ‘데이트폭력’이 아니라 ‘조폭에 의한 연쇄살인사건’이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후보는 인권변호사로서의 자기 이미지를 부각시키는 ‘피해자 위로 격려’ 행보에 자신의 과거 행적을 슬쩍 얹어 가려했다는 느낌을 털어내기 어렵다. 좋게 말하자면 기지가 넘치고 안 좋게 말하자면 잔꾀가 드러나는 언변이라고 하겠다. 게다가 그는 그 동안에 피해자 유족들에게 사과는커녕 위로의 말 한마디도 하지 않았음을 스스로 밝힌 셈이 됐다. 그랬으니까 이제 와서 새삼 ‘깊은 위로’ 운운했을 게 아닌가(실제로 당시 아내와 딸을 잃은 A씨는 사건 당시에는 물론 지금까지도 사과 연락 온 적이 없었다고 분개한 것으로 언론이 보도했다).
잔혹한 살인을 ‘데이트폭력’으로
이에 대한 이 후보의 반응은 이랬다
“변호사라서 변호했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의 인식은 간단명료하다. “변호사가 변호한 게 문제될 건 없다. 다만 피해자 측 형편이 안타깝게 여겨지긴 한다.” 이 정도가 아닐까?
정말 걱정스러운 것은 이 후보가 정말로 쉽게 화내고, 화가 치밀어 오르면 극단으로 치닫는 성격을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점이다. 위기 상황을 재치와 기지로 모면하거나, 같은 자리에서 상반되는 모습을 내보일 수 있는 재주를 가졌다면 이 또한 예사로 넘길 문제는 아니겠다. 그 정도를 넘어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부인 강윤형 씨 말처럼 혹시라도 이 후보에게서 소시오패스나 안티소셜 경향이 나타날 수 있다면 이건 공포이기에 충분하다.
대선 운동 기간 몇 달 만에 한 사람의 인성 사고방식 행태 등이 완전히 바뀔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건 거의 불가능하다. 다만 바뀐 체 할 수 있을 뿐이다. 어쩌면 본바탕은 아름다운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믿는 게 더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사실이다.
국민 모두가 간절히 바라는 바는 하나다. 이 후보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든 아니면 또 다른 후보든, 대통령이 될 경우 진실 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국가발전과 국민행복에 헌신하게 되기를 소망하는 것이다. 당연히 국민 각자는 진지하고 엄격하게 후보의 자질과 인격과 역량을 따져보고 냉철하게 평가해야 한다. 책임은 결국 선택한 국민들의 몫이 된다. 긴 말이 필요 없다. 이점만 명심하면 된다.
글/이진곤 언론인·전 국민일보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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