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D-100] ⑥ 與野 모두 안철수에 '군침'

송오미 2021. 11. 29. 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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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대선 이재명·윤석열 박빙 승부 전망
중도층에 소구력 가진 安 '매력적인 카드'
安 '대선 완주' 의지 밝혔지만, 협상 조건 따라 상황 급변 관측
안철수·심상정 등 '제3지대 연대' 성사 여부도 관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윤석열 국민의힘·심상정 정의당·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가 22일 오후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 6주기 추모식이 열린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송태근 삼일교회 담임목사의 추모사를 듣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내년 3월 9일에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29일로 100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여야 모두에게 후보 단일화가 최대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로선 지지율 1·2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박빙의 승부를 펼칠 것으로 예상되면서, 제3지대 후보와의 단일화가 승패를 가르는 결정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1997년(1.5%p), 2002년(2.3%p), 2012년(3.5%p) 대선 때 당선자와 낙선자의 격차는 3%p 안팎이었다. 때문에 5%p 안팎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를 향한 여야의 은밀한 손짓은 끊이지 않고 있다.


통상적인 진영 구도상 이 후보는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와, 윤 후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손을 잡는 시나리오가 많이 거론되지만, 최근엔 '이·안 후보' 조합의 가능성을 조심스레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다만 안·심 후보는 "양당 체제 종식"을 외치며 '대선 완주' 의지를 강하게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정치는 생물인 만큼, 거대 양당이 제3지대 후보에게 '어떤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후보 단일화는 급물살을 탈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정치권 일각에선 성사되지는 않았지만 2012년·2017년 대선 과정 당시 거론됐던 '공동정부론'에 버금가는 수준의 연대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2017년 대선이 임박했을 땐 당시 안철수 후보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개혁공동정부준비위원장으로 위촉하고 국회 추천을 받아 책임총리를 임명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한 '개혁공동정부 구성안'을 발표했다. 2012년 대선 수개월을 앞두고선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공동정부 수립'을 전제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유독 눈에 띄는 安 향한 민주당의 '구애 손짓'

특히 '중도층 공략'에 성공하는 후보가 대권을 거머쥘 가능성이 큰 만큼, 여야 모두 중도층에 소구력을 갖고 있는 안 후보에게 눈독을 들이고 있다.


윤 후보는 당내 대선 경선 과정 때부터 안 후보에게 "우리 당이 정권교체 희망을 갖게 되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손을 내밀었다.


눈에 띄는 점은 최근 들어 안 후보를 향한 민주당의 눈길이 심상치 않다는 것이다.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의원은 지난 21일 MBN 방송에 출연해 '이 후보 측에선 연대나 단일화 대상으로 어떤 후보를 꼽고 있느냐'는 질문에 "안철수 후보는 민주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다"며 "(이재명 후보와 안 후보는) 나쁜 사이가 아니다"라고 했다. 안 후보가 문재인 대통령과 강성 친문(친문재인) 의원들과는 불편한 관계일지 모르나, 이 후보와는 아무 거리낌이 없다는 뜻으로 읽힌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도 "안 후보는 문 대통령과 친문이 미워서 당을 떠난 것이지, 이재명이 미워서 당을 떠난 게 아니다"며 "또 이 후보와 안 후보는 '비주류'라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고 했다.


송영길 대표도 지난 3일 SBS에서 진행된 여야 당 대표 토론에서 범여권 단일화 전망과 관련해 "심 후보든 김동연 새로운물결 후보든 안 후보든 (공통된) 정책적 공약과 내용의 지향성을 모색하겠다"며 "구동존이 자세로 틀린 것이 있더라도 같이 추구해야 할 것이 크다고 한다면 연합이 가능하다"고 했다.


여권의 대표적인 책사로 꼽히는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도 안 후보의 이름을 직접적으로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중도층 포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지난 17일 국회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민주당 영입인재·비례대표 의원 모임 간담회에서 "모든 대선에서의 관건은 중도 확장 싸움"이라며 "현재 우리 쪽 의제와 이슈는 전혀 중도층 확보 전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두세 주 안에 이런 문제를 궤도 수정하지 않으면 지금 지지율이 고착되기 쉽고, 그렇게 되면 판을 뒤집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했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28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윤 후보와 이 후보의 경쟁이 박빙으로 치달을 때 여야 양쪽에서 안 후보에게 러브콜을 보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박 교수는 '정치적 앙숙'에 가까운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의 존재로 인해 안 후보가 윤 후보보다는 이 후보와 손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하며 "민주당이 국민의당에 총리를 내주는 공동정부까지는 아니더라도 각료 추천권을 일정 부분 넘겨주는 '통합정부'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반면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안 후보는 그동안 문 대통령과 친문에 거듭 각을 세워온 인물인 만큼 민주당 대선 후보와 함께 하기는 힘들 것"이라며 "만약 이 후보가 안 후보와 손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화학적 결합은 힘들고,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 후보 측은 '대선 완주' 의지를 재확인하며 올해 안에 10%까지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안 후보 측 관계자는 "대선 완주에 대한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일단 지지율을 두 자릿수로 만드는 게 목표다. 양강구도에 상당히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대장동 의혹과 고발 사주 의혹 등 각종 의혹에 휩싸여 있는 이재명·윤석열 후보 모두 '후보 교체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며 또 다른 상황이 전개될 가능성도 닫지 않았다.

안철수·심상정, 이르면 이번 주 만나 공조 논의…파급력은 '글쎄'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심성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9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오디토리움에서 열린 제56회 전국여성대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이 가운데 최근 뜨거운 감자로 떠오른 제3지대 후보 간 연대에도 관심이 쏠린다. 심 후보와 안 후보는 이르면 이번 주에 만나 제3지대 공조를 논의를 예정이다. 안 후보가 요구한 이 후보의 대장동 의혹과 윤 후보의 고발사주 논란 등 '쌍특검'과 양당 체제 종식 등이 핵심 의제가 될 전망이다. 다만 두 후보는 당장 단일화 논의에는 선을 긋고 있어, 실제로 단일화 논의가 시작되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묵 교수는 "안 후보와 심 후보, 김동연 새로운물결(가칭) 후보 모두 거대 양당 체제 대해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지지 기반과 지향하는 가치는 다 다르기 때문에 제3지대 후보들 간 연대 성사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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