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오미크론, 공포와 희망

태원준 2021. 11. 29.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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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하지 못하면 변이하지 않는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와 자기복제로 증식하는 것을 백신이 막아주는데, 그런 백신 접종률이 매우 저조한 남아프리카에서 다섯 번째 '우려변이' 오미크론이 등장했다.

오미크론의 변이 중 15개는 인체 세포와 처음 만나는 수용체결합영역에 몰려 있다.

델타는 이곳에 3개의 변이만 갖고도 놀라운 전파력을 보인 터라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델타의 다섯 배라는 추측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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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논설위원


복제하지 못하면 변이하지 않는다. 바이러스학의 이 상식은 다시 입증됐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와 자기복제로 증식하는 것을 백신이 막아주는데, 그런 백신 접종률이 매우 저조한 남아프리카에서 다섯 번째 ‘우려변이’ 오미크론이 등장했다. 학자들은 원형 코로나19의 직계 후손이라기보다 먼 친척에 가깝다고 말한다. 그만큼 많은 변이가 이뤄졌고, 상당수는 처음 보는 것이다. 스파이크 단백질에서 델타 변이의 두 배인 32개 돌연변이가 발견됐다. 이렇게 많이 바뀌려면 바이러스가 면역체계나 백신의 방해 없이 마음껏 복제할 수 있는 판이 깔려야 한다. 에이즈 등 면역결핍 상태로 감염된 누군가, 백신을 맞지 못한 채 감염돼 장기간 투병하던 누군가의 몸에서 만들어졌으리라 추정되고 있다.

오미크론의 변이 중 15개는 인체 세포와 처음 만나는 수용체결합영역에 몰려 있다. 델타는 이곳에 3개의 변이만 갖고도 놀라운 전파력을 보인 터라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델타의 다섯 배라는 추측이 나왔다. 앞선 우려변이 가운데 돌파력(면역회피 기능)이 가장 센 건 베타였다. 작년 11월 발견된 베타는 델타에 완패해 지배종 자리를 내줬다. 당시는 인간이 거리두기를 한 지 1년쯤 됐을 때, 그러니까 바이러스 입장에선 돌파력보다 전파력이 중요했을 때였다. 인간이 백신을 맞은 지 1년쯤 된 지금, 오미크론은 베타의 변이 특성도 여럿 갖고 등장했다. 백신에 맞서는 돌파력에 특화된 건 아닌지 우려되고 있다.

걱정스럽지만, 패닉에 빠질 일은 아니다. 몇 가지 희망적인 상황이 있다. ①증상이 가벼워 보인다. ②사흘 만에 우려변이로 지정해 대응이 빨랐다(델타는 두 달 걸렸다). ③mRNA 백신은 변이에 맞춰 쉽게 재조합할 수 있다. ④곧 보급될 먹는 치료제의 원리는 이번 변이와 무관해서 게임체인저 잠재력이 여전하다. ⑤베타를 발견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연구팀이 이번엔 오미크론을 포착해 세계에 알렸다. 실시간 정보를 공유 중이다. 과학의 네트워크는 잘 작동하고 있으며, 과학자들이 다시 함께 뛰기 시작했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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