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마다 선 탐욕의 큰장.. 대선테마주 눈길주다 땅친다
대부분 선거 몇주 앞두고 거품 빠져
19대 땐 개인들 186개 종목서 손실
금융당국 '투자 경고'에 모니터링
5년마다 돌아오는 대형 투기판이 이번에도 섰다. 최근 증시에서는 주요 정당의 대선 후보가 확정되면서 선거일을 종착역으로 달리는 ‘대선 테마주’ 레이스가 한창이다. 절대다수의 대선 테마주는 해당 후보와 무관하지만 판돈을 거는 사람들은 상관하지 않는다. ‘나만 먹고 나오면 된다’는 생각에 지금도 수많은 개미가 뛰어들고 있다.
대선 테마주의 움직임에는 개인 투자자들의 욕망과 후보의 특성, 지지세 등이 반영된다. 선거마다 인기를 끄는 테마주의 산업군이 다르기도 하다. 하지만 선거가 다가올 때쯤이면 대부분 주가는 하락한다. 예정된 결말이지만 대선 테마주 현상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대선 테마주는 개미들 간의 매매로 몸집을 불린다. 외국인과 기관의 거래 비중은 굉장히 낮은 게 특징이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신원종합개발은 올 한해 260% 상승했다. 이 기간 주식 매수량의 90.6%는 개인 투자자의 몫이었다. 외국인의 매수량 비중은 8.8%, 기관은 0.3%에 불과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테마주로 꼽히는 에이텍티앤도 올해 개인이 매수한 주식이 92.3%에 달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대다수 대선 테마주는 코스닥150에도 끼지 못하는 지수 비편입 종목”이라며 “기관이 아닌 개인과 대주주가 주식을 갖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한국거래소가 지난 19대 대선의 테마주 224개를 분석한 결과 개인 투자자 비중은 96.6%였다. 개미들은 이 중 186개 종목(83.0%)에서 손실을 봤다. 평균 손실액은 계좌당 61만7000원이었다. 18대 대선에서도 개인 투자자들은 계좌당 70만9000원을 테마주 투자로 잃었다.
테마주에 몰린 돈의 일부는 해당 기업의 최대 주주나 시세조종 세력이 가져간다. 남 연구위원은 “지난 8월까지 대선 테마주로 분류되는 기업 100여곳을 분석했는데, 이 중 48.5%에서 최대 주주의 주식 혹은 자사주를 매각하는 이벤트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대주주와 회사가 결과적으로 급등에 따른 차익을 실현한 것이다.
금융감독원의 ‘19대 대선 불공정거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표이사가 자신의 회사를 대선 테마주로 띄우려고 후보와 관련된 인사를 위장 영입하고, 주가가 폭등하자 보유 주식을 매도한 경우도 있었다. 금감원은 19대 대선 테마주 147개 중 33개 종목에서 불공정거래 혐의를 적발해 고발 등 조치를 했다.
대선 테마주 기업과 후보는 관련성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회사 임직원이나 이사가 같은 학교를 나왔거나 동향이라는 이유만으로 엮이는 일이 많다.
사정이 이러니 후보가 내세우는 이력이나 공약의 특성을 반영해 대선 테마주로 포장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선거마다 특정한 산업군이 두드러진다.
2007년 17대 대선에서는 건설주 광풍이 불었다.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들고나왔기 때문이다. 종합건설 업체인 이화공영을 비롯해 삼호개발, 동신건설 등이 증시를 달궜다. 특히 이화공영은 연초 2100원에서 대선 직전 6만7300원까지 32배 상승하며 정치 테마주의 대명사가 됐다.
지난 대선에서는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대선 후보와 관련된 정보기술(IT) 업종이 부각됐다. 안 후보가 대주주인 안랩과 반도체 설계 기업 다믈멀티미디어 등이 테마주로 거론되며 등락을 거듭했다.
이번에는 이재명 후보의 핵심 공약인 지역화폐와 기본주택 관련 기업이 테마주로 분류되고 있다. 경기도 지역사랑상품권을 발행하는 코나아이와 건설기업 일성건설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이 후보는 자신의 테마주와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지난달 3일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영상에 출연해 “이재명 테마주라고 해서 나하고 무슨 관계가 있나 봤더니 아무 관계가 없었다”며 “이재명 테마주는 다 사기”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검찰에 오래 몸담았던 윤 후보 관련 주는 상대적으로 산업적 특성이 도드라지지 않는 편이다.
역대 대선을 돌아보면 테마주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다. 대선 테마주들은 선거를 몇 주 정도 남기고 서서히 거품이 빠지는 패턴을 보인다. 선거일이 지나면 낙선자뿐 아니라 당선자 테마주의 주가도 재료 소진으로 내린다.
자본시장연구원의 ‘대통령 선거 국면의 정치테마주 특징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16~19대 대선 테마주로 분류됐던 70개 종목은 선거 전후로 마이너스 수익률을 냈다. 선거 직전 5거래일 동안 낙선자의 누적비정상수익률(CAR)은 6.47%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선자의 CAR은 일시적으로 반등했다. 하지만 선거 이후에는 낙선자와 당선자 CAR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특정 후보의 테마주로 함께 분류되더라도 주가 흐름은 다를 수 있다. 한국거래소는 19대 대선 테마주의 주요 특징으로 ‘종목별 순환매’를 꼽았다. 한 종목이 2일가량 반짝 상승했다가 다른 종목으로 넘어가는 양상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이재명·윤석열 테마주에서도 순환매가 일어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다. 테이퍼링과 금리 인상 등 이슈로 연말까지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테마주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대선 테마주 투자를 경고하며 모니터링에 나섰다. 금감원은 지난달 국회에 제출한 업무 현황 보고서에서 “대선 관련 정치 테마주 감시 강화 및 신속 조사 등을 통해 자본시장의 건전한 투자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말했다.
방극렬 기자 extre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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