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 모니터링 뒤에 숨은 금융 당국

김경택 2021. 11. 2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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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한파에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배경에는 시중은행뿐 아니라 금융 당국까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시중은행이 정부 가계대출 조이기를 지렛대 삼아 대출금리를 크게 올리는 사이 금융 당국이 '은행 폭리'를 눈감아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소비자 단체가 '금융 당국이 은행의 대출금리 조작을 고의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면서 공동소송을 추진하기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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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택 경제부 차장


대출 한파에 사람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배경에는 시중은행뿐 아니라 금융 당국까지 모두 믿을 수 없다는 불신이 깔려 있다. 시중은행이 정부 가계대출 조이기를 지렛대 삼아 대출금리를 크게 올리는 사이 금융 당국이 ‘은행 폭리’를 눈감아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는 것이다. 금융 당국은 가계대출 관리 강화에 따른 부작용을 개의치 않는 것처럼 보인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올해 하반기 시중 대출금리 상승은 각종 대출의 기준이 되는 준거금리 상승의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의 가산금리 산정에 별문제가 없다는 취지였다.

금융 당국이 대출금리 상승에 관한 설명자료까지 내면서 악화된 여론을 달래려는 상황은 이례적이었다. 문제는 금융위의 적극적인 설명에도 들끓는 여론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이틀 사이에 쌓인 불만이 아니다. 불과 2년 전에 일부 시중은행은 대출 가산금리 산정 체계와 관련해 내부 통제가 미흡하다는 이유로 금융감독원의 ‘경영 유의’ 통보를 받았다. 당시 시장금리가 하락하던 시기에 ‘리스크 프리미엄’을 올리는 등 대출금리를 임의로 조정한 은행들이 도마에 올랐다. 대출금리는 조달금리에다 가산금리 등을 더해 산정되는데, 가산금리에는 은행의 업무 원가와 리스크, 목표 이익률 등이 반영된다. 이 산정 체계를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관리하지 못한 은행에 문제가 크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적정성이 낮은 대출금리 산정 사례는 2018년에도 많았다. 일부 시중은행이 경기 상황을 반영해 재산정해야 할 신용프리미엄을 고정값으로 사용한 사실도 드러났다. 수년간 가산금리를 재산정하지 않고 고정값을 적용한 사례도 있었다. 금리인하요구권에 따라 금리를 인하하면서 기존에 적용하던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임의로 소득을 과도하게 낮춘 고객 정보를 입력해 높은 이자를 내도록 한 경우도 있었다. 금융소비자 단체가 ‘금융 당국이 은행의 대출금리 조작을 고의적으로 축소하고 있다’면서 공동소송을 추진하기까지 했다.

못 믿을 은행이라는 인식은 최근 시중금리 추이를 ‘면밀히 모니터링 중’이라는 메시지만 내놓은 금융 당국을 향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22일 “제가 대출금리 동향이나 예대마진 추이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함께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했고 금융위 자료를 통해서도 설명했다”고 말했다. 이는 특별한 점검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경고성 메시지를 날리며 압박했던 과거의 금융 당국과는 완전히 달라진 모습이다. 시장금리가 급등했던 2016년 말 당시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기업과 가계, 금융회사 등 국내 금융 전반의 활력이 저하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2018년 3월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시장금리 상승을 반영해 대출금리가 꾸준히 오르고 있는 데 반해 예금금리 움직임은 상대적으로 변화가 적고 예대금리 차이가 커지는 점은 은행권에서 설명해야 할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말을 되풀이하는 군 당국처럼 금융 당국이 금리 추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말만 반복해서야 되겠는가. 은행을 두둔하는 듯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는 사이 대출 절벽에 내몰린 사람들 한숨은 커진다. 최근 일부 시중은행이 비판 여론에 떠밀려 예·적금 금리를 올린 것을 달가워하고만 있을 일이 아니다. 투명한 시중금리 책정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서 어느 때는 압박하고 어느 때는 시장 원리를 강조하는 오락가락 스탠스로는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을 수 없다.

김경택 경제부 차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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