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 종부세는 과연 위헌인가

2021. 11. 29.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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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공법학 교수


시간을 훔치는 미래 영화 ‘인 타임’에서 시간은행가의 딸 실비아는 빈민가 출신의 윌 살라스를 향해 “빈민들은 뛰어다니지. 때론 그들이 부럽기도 해”라며 위세를 떤다. 영화는 누구든 25세에 노화를 멈추고 1년의 시간을 부여받지만 그 후부터는 24시간씩 주어지는 세상을 살아가는 것으로 시작한다. 추가로 시간을 더 벌지 못하면 길바닥에 죽어 나뒹군다. 우연한 계기로 116년을 얻게 된 윌이 시간은행을 털어 빈민들에게 수십년씩 나눠주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나도 종부세 폭탄 맞고 싶다!’는 어느 논설 제목에서 하루를 사는 평범한 도시민의 절박함을 본다. 정부는 불과 2%의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다주택자 종부세 증가는 작년 ‘7·10 대책’ 때부터 예고했기에 정리할 시간을 충분히 줬다는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도 언론은 ‘종부세 폭탄’이란 기사로 도배하고 있고 일부 법조인과 다주택자는 이미 위헌소송을 제기하며 소송인단을 모으고 있다.

종부세는 실질적으로 ‘서울세’다. 타 광역지자체에도 종부세 부담자가 적지 않다고 반문하겠지만 주소지 기준으로 과세가 이뤄지므로 지방 부담자 중 상당수가 강남 3구의 ‘똘똘한 주택’ 한 채 소유자일 가능성이 크다. 종부세법은 제정 과정에서부터 위헌성 논란이 심각했다. 서울 22개 자치구와 국회 간 권한쟁의 사건으로 논란의 불씨를 살렸지만 각하됐고, 뒤이은 여러 건의 헌법소원도 모두 각하되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위헌 주장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종부세의 국세 도입은 자치재정권 침해, 과세기준 금액 초과만을 이유로 1세대 1주택에까지 종부세 부과는 거주 이전의 자유 침해라는 것이다. 또 과세 대상 기준금액의 세대별 합산은 혼인한 부부와 비혼부부·독신자 간의 차별 취급으로 평등권·평등원칙 위배,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종부세 과세의 퇴로까지 차단한 종부세 중과는 재산권 등 과잉금지원칙 위반, 종부세 제도는 이중과세, 미실현 이득에 대한 과세 및 원본 잠식, 헌법상 체계 정당성 원리 위반, 입법권 남용 등이다. 이에 대해 헌법재판소는 2008년 11월 ‘세대별 합산’ 및 ‘주택분 종부세 부과규정’ 부분만 위헌으로 판단하고 나머지는 모두 합헌이라고 선고했다.

그 후 위헌 판단된 규정은 개정을 통해 구제의 폭을 넓혔다. 세대별 과세는 인별 과세로 개정했고, 주택분 종부세 부과규정 부분도 ‘주거 목적으로 1주택만을 보유하고 있는 자’ 중에서도 특히 장기보유자 또는 ‘과세 대상 주택 이외에 별다른 재산이나 수입이 없어 조세 지불 능력이 낮거나 사실상 거의 없는 자’, 즉 고령자·장기보유자 세액공제를 80%로 상향하는 등 과세 예외조항이나 조정장치를 통해 이번 과세에서 실질 세 부담이 많이 축소됐다.

최근 종부세 논란은 과거에 비해 현저한 사정 변경이 있는가. 최고세율 상향(농특세 포함 7.2%)과 부동산정책 실패로 인한 집값 폭등에 따른 종부세 급등 외에는 과거와 그 쟁점이 흡사하다. 적어도 2008년 판단 기준의 잣대로 최근 위헌 주장에 적용해 본다면 세율과 정부 책임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쟁점은 이미 헌재가 합헌으로 판단했던 것이다. 세율과 정부 책임 부분도 다주택자와 법인을 대상으로 한 입법 정책적 고려인 점에서 위헌으로 판단할 만한 현저한 사정 변경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합헌 선고될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종부세 문제의 근본적 해법은 현 정부가 포기한 국토균형발전에 그 지향점을 둬야 한다. 또한 정치적 판단으로 해법을 찾아서도 안 된다. 이재명 후보 측은 종부세를 ‘세계가 부러워할 K세금’으로 칭송하지만 비난이 적지 않다. 윤석열 후보는 종부세 전면 재검토를 내세우며 재산세에 통합하거나 1주택자 종부세 면제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하지만 이 또한 합헌 결정된 쟁점이다. 종부세 폐지와 같은 과격한 새판 짜기가 아니라면 후보들 역시 세제 전반의 조정 등 불합리한 피해 범위를 줄이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종부세 문제는 단순한 조세제도나 부동산 투기억제 차원에서 접근해서는 안 된다. 지방소멸의 해법과 국토균형발전의 시각에서 장기적 안목으로 접근해야 할 문제다. 따라서 적어도 차기 정권에서는 ‘지방소멸 대응’ 전담 정부부처 신설을 최우선 국정과제의 하나로 설정해야 한다. 이는 범정부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할 문제인 점에서 부총리급 부처라면 더욱 효과적일 수 있다.

신봉기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공법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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