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족] "심폐소생술 뒤 체온 낮춰 뇌 손상 최소화, 후유증 줄여 일상 복귀 도와"

이민영 2021. 11. 29.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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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철 교수는 ″의식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환자에게는 가급적 빨리 목표치료 유지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김동하 객원기자

질적 생존에 도움 되는 연결고리
짧게라도 시행하는 것이 좋아
미국심장협회서는 강력히 권장

목표체온 유지치료 심정지로 골든타임 내 심폐소생술을 받았어도 뇌 손상으로 인한 후유증이 올 수 있다. 저체온 치료로 알려진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환자의 몸속 체온(심부 체온)을 낮춰 뇌 손상 위험을 최소화해 환자가 일상생활로 원활히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미국심장협회가 심정지 환자의 심장 기능 재개 후 목표체온 유지치료를 강력히 권장하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심정지 환자에게 심폐소생술 이후 목표체온 유지치료를 반드시 시행해야 한다는 인식이 아직은 부족하다.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오규철 교수에게 목표체온 유지치료의 필요성과 저변 확대를 위한 방안을 들었다.


-목표체온 유지치료는 어떤 원리인가.

 “저체온 치료의 정확한 명칭은 목표체온 유지치료다. 체온을 32~36도로 낮추고 최소 24시간 이상, 72시간까지 유지하는 것이다. 체온 1도를 낮출 때마다 뇌세포가 필요한 에너지는 10% 정도 감소한다. 뇌로 가는 혈액 공급이 줄어도 뇌가 심한 손상을 입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심정지 후 성공적인 심폐소생술을 통해 멈춰 있던 심장이 다시 뛰는(자발 순환 회복) 환자 중 의식이 또렷하지 않은 모든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다.”


-심정지 후 회복 환자에게 필수인가.

 “심정지 상황이 발생했을 땐 원인 치료뿐 아니라 일상생활로의 회복도 중요하다. 심폐소생술 후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질적인 생존에 도움이 되는 획기적인 연결고리가 목표체온 유지치료다. 심정지 후 회복 환자에게는 뇌세포에 충분한 혈액을 공급하지 못해 발생하는 ‘허혈성 뇌 손상’과 피가 다시 돌면서 생기는 ‘재관류 손상’이 문제가 된다. 심폐소생술 시에는 흉부 압박으로 인해 충분한 혈액·산소를 뇌로 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또 심폐소생술을 길게 하는 경우가 있다. 이 때문에 허혈성 뇌 손상이 오면 멎었던 심장이 다시 뛰어도 의식이 돌아오지 못하거나 의식은 돌아와도 손·다리에 감각 마비나 운동 기능 저하 등 후유증이 올 수 있다. 심장이 다시 뛰는 자발 순환 회복 상태가 되면 뇌에 다시 혈액이 가는데 이때도 뇌 손상이 문제가 된다. 이미 손상된 세포에 산소가 갑자기 고농도로 가면 오히려 세포 괴사를 일으킬 수 있다. 재관류 손상은 뇌세포뿐 아니라 심장과 다른 근육에도 적용이 된다. 체온을 조절해 신진대사와 산소 소비량을 감소시키면 뇌세포 파괴와 재관류 손상을 완화할 수 있다.”


 -치료에 골든타임이 있나.

 “목표체온 유지치료의 골든타임에 대한 가이드라인은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는 않았다. 다만 빠르게 시행할수록 좋고, 짧게라도 시행하는 것이 낫다. 지난달 68세 환자가 작업 중 쓰러져서 골든타임 내 심폐소생술을 받고 응급실에 실려 왔다. 심장 혈관에 경련이 발생해 혈관 폐색이 온 것을 확인했다. 심장은 다시 뛰지만 의식이 전혀 없어 목표체온 유지치료를 결정했다. 스텐트 시술 후 한 시간 이내에 치료를 시작했다. 목표체온까지 도달하는 데 24시간, 이후 유지치료 24시간, 정상 체온으로 돌아오기까지 24시간 총 72시간 이후 환자는 의식을 회복했다. 심폐소생술과 목표체온 유지치료, 두 가지 적절한 응급조치를 받아 생명을 구하고 추가적인 뇌 손상 없이 퇴원한 사례다. 이후 환자가 몇 번 외래를 다녀갔는데 별다른 후유증 없이 건강을 회복했다.”


 -의료 현장에서 치료 인지도가 낮다고 들었는데.

 “아직 일반인뿐 아니라 의료진들에게도 치료에 대한 인식이 좀 부족하다고 본다. 의료진이 먼저 경각심을 가지고 환자에게 목표체온 유지치료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야 한다. 심근경색으로 인해 심정지가 오면 막힌 심장 혈관을 뚫어 다시 피가 가게 하는 것에 집중한다. 이후 뇌 손상 없이 회복하는 치료에 대해서는 놓치기 쉽다. 더군다나 환자들이 새벽에 주로 응급실로 실려 오기 때문에 세심히 챙기기 힘든 경우가 많다.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심근경색으로 오는 심정지 환자의 의식이 조금이라도 애매하다 싶으면 바로 협진을 통해 목표체온 유지치료를 지시한다.”


-목표체온 도달·유지 방법이 다양한가.

 “정맥에 수액을 주입하는 방법이 있고, 피부에 젤 패드를 부착해 냉각 장치를 이용해서 체온을 낮춰 유지하는 방법이 있다. 다만 정맥 요법은 부작용이 동반될 수 있어서 널리 사용되지는 않는다. 정맥으로 저온 생리식염수를 주입하면 간혹 체온보다 낮은 수액이 급격히 들어가 혈압에 문제가 생겨 쇼크 상태에 빠지거나 혈액세포 용혈(적혈구 파괴)의 위험이 있다. 또 심정지 환자는 심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경우가 많은데, 수액을 과하게 주입하면 폐부종이나 말초혈관부종이 생겨 심장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신경중환자학회의 목표체온 유지치료 시행 가이드라인에서는 피부에 젤 패드를 부착하는 방식을 강력히 권고한다.”


 -치료의 부작용이나 걸림돌은 없나.

 “목표체온 유지치료 중에는 다른 치료가 지연될 수 있다. 이로 인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신경과·순환기내과·응급의학과 등 관련 의료진이 협진해 환자에게 다른 문제가 없는지를 평가하고 치료 우선순위를 정한다. 과거와 달리 지금은 치료비 부담이 줄었다. 국내에서는 목표체온 유지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2년 전부터 보험급여를 적용하고 있다. 본인 부담금이 약 30만~40만원으로 낮아졌다.”

이민영 기자lee.minyoung@joongang.co.kr

이민영 기자lee.m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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