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선진국 사재기로 백신 불평등, 새 변이 만들어"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오미크론 변이 발생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공개한 데 대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으나, 정작 남아공은 전 세계로부터 입국 금지 사태를 맞고 있다.
2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CNN에 따르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날레디 판도르 남아공 국제관계협력장관과의 전화 회담에서 오미크론 변이 발생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한 데 대해 감사 인사를 건넸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미국이 남아공의 투명한 정보 공개를 치켜세운 건, 코로나19 기원을 밝히지 않는 중국을 거듭 비판한 것과 비교된다”고 전했다.
남아공이 오미크론 변이의 존재를 확인하고 각국과 정보를 공유하기까지 사흘이 걸리지 않았다. CNN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는 지난 11일 아프리카 남부 보츠와나에서 처음 발견됐으나, 비슷한 시기 이를 포착한 남아공 연구진이 23일 새 변이로 판단해 다음 날 WHO에 보고했고, 25일 변이의 존재를 공식 발표했다. 남아공의 정보 공유 덕분에 WHO도 긴급 대책회의를 열어 26일 오미크론 변이를 ‘우려 변이’로 지정했다. WHO가 ‘관심 변이’ 단계를 건너뛰고 ‘우려 변이’로 곧바로 지정한 이례적 사례였다. 이에 세계 각국은 즉각 남아공과 남아프리카발 항공편의 입국을 금지하는 등 선제적 방역에 나설 수 있었다.
이번 움직임은 첫 보고 8개월 만에 ‘우려 변이’로 지정된 델타 사례보다 수개월 이상 빠른 조치였다. 당시 델타 변이가 전 세계로 확산한 뒤에야 조치가 취해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남아공은 새 변이를 신속하게 식별하고 추가할 수 있는 전문지식을 갖춘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다. 지난해 베타 변이도 남아공 연구진이 자력으로 발견하면서 전 세계에 알려졌다.
남아공이 변이를 보고한 뒤 국제사회가 잇따라 입국 금지 조처를 내리자, 앞으로 새 변이의 발견 사실을 숨기려는 나라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남아공 외교부는 27일 성명에서 “남아공은 한발 앞선 기술로 새 변이를 감지했다가 처벌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마리아 반 커코브 WHO 코로나19 기술책임자도 파이낸셜타임스에 “오미크론 변이 관련 새 정보를 보고했다고 해서 낙인찍히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가디언은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은 선진국들이 그동안 백신 제공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탓이라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세계가 위험한 사이클로 들어서고 있다”며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가난한 나라에서 출현한 새로운 변종 때문에 부유한 나라가 부스터샷(추가 접종)을 위해 더 많은 백신 확보에 나서면서 백신 불평등이 심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민정·박형수 기자 lee.minjung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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