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에 놀란 세계, 여행객 입국 잇단 차단

임선영 2021. 11. 29.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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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새 변이(B.1.1.529)인 오미크론(그리스 알파벳 ο) 공포가 전 세계를 덮치고 있다. 오미크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외부 돌기(스파이크) 단백질에서 기존 변이보다 두 배 정도 많은 32개의 돌연변이 부위가 발견된 새 변이다.

AP·로이터통신과 BBC방송 등에 따르면 오미크론은 이달 초 아프리카 남부의 남아프리카공화국·보츠와나에서 보고된 뒤 28일까지 영국·독일·이탈리아·벨기에·체코·호주·홍콩·이스라엘·네덜란드·덴마크 등 최소 12개국으로 확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오미크론을 ‘관심 변이’ 단계 없이 곧바로 ‘우려 변이’로 분류했다. 관심 변이는 감염력·중증도 증가가 관찰되는 단계고, 우려 변이는 전파력·중증도 증가와 백신·치료 효능 감소의 증거가 있을 때 지정한다.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 변이 발견 국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에 따라 미국이 27일 남아공·보츠와나·에스와티니·짐바브웨·나미비아·레소토·모잠비크·말라위 등 아프리카 8개국에서 출발하거나 경유한 여행자의 입국을 제한하는 등 각국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은 28일 0시부터 아프리카 8개국에서 입국하는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막았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27일 NBC에서 “오미크론이 미국에서 발견돼도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라며 “새 변이는 전파력이 강해 여행 금지는 시간벌기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전염성보다 델타 변이 감염보다 증상이 더 심각한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파우치 “오미크론 엄청난 전파력, 입국금지 시간벌기 불과”

오미크론 변이의 감염력이 기존 우세종인 델타 변이보다 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 각국은 선제적 조치에 나섰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에 몸살을 앓아 온 유럽 국가들에선 오미크론 확진 사례까지 나오면서 비상이 걸렸다. 유럽연합(EU) 27개 회원국은 27일 아프리카 남부에서 오는 여행객 입국을 일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이탈리아는 지난 2주간 이 지역을 방문한 여행객들의 입국을 금지했고, 프랑스는 48시간 동안 이 지역 항공편 입국을 중단하는 등 국가별로 구체적인 대응에 나섰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U 비회원국인 영국은 아프리카 남부에서 오는 항공편의 입국을 28일 임시 중단했다.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당분간 카페·문화시설 등의 문을 일찍 닫게 하는 등 방역 조치 강화에도 나섰다. 이스라엘은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금지하는 ‘국경 전면 봉쇄’에 나섰다. 나프탈리 베네트 이스라엘 총리는 28일 성명을 내고 국경 봉쇄 조치를 우선 14일 동안 지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홍콩 정부는 27일 0시부터 남아공·보츠와나·말라위 등 아프리카 남부 8개국에서 오는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했다. 싱가포르도 이날부터 지난 2주간 남아공 등 아프리카 남부 방문 이력이 있는 여행객의 입국과 환승을 불허키로 했다.

최소 12개국서 오미크론 변이 발생

미국은 이들 국가에 대한 여행 경보를 가장 높은 단계로 올렸으며, 뉴욕주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일본은 여기에 잠비아를 더한 9개국에서 오는 입국자를 정부 지정 시설에서 10일간 격리하도록 했다.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는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다. 영국에선 최근 남아공을 다녀온 감염자가 첼름스퍼드와 노팅엄에서 각각 발견됐다. 독일 남부 바이에른주에서도 뮌헨 공항으로 입국한 2명이 감염자로 나타났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모잠비크로 출장을 다녀온 자국인이 이 변이에 감염됐다고 확인하고 “해당 확진자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친 상태였다”고 밝혔다.

벨기에와 체코에서도 각각 한 명씩 변이 감염자가 나왔다. 벨기에 감염자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젊은이로, 터키를 경유해 이집트를 여행하고 돌아온 뒤 확진됐다고 당국이 밝혔다. 체코 북부 도시 리베레츠에 있는 지역 병원도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1명을 확인했다고 도이체벨레 등이 보도했다. 앞서 이스라엘에선 오미크론 변이 감염자 1명과 7명의 의심 사례가 발생했다.

주요국 오미크론 변이 대응 조치.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홍콩에선 격리 호텔에 머물던 남아공 출발 여행객이 첫 감염자로 나타났고, 곧이어 맞은편 방에서 격리하던 여행객도 감염이 확인돼 2차 감염의 가능성이 제기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현지 보건 당국은 첫 번째 감염자의 방문이 열렸을 때 변이 바이러스가 공기를 통해 전파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네덜란드에선 코로나19 집단 감염과 오미크론 변이 사례가 나왔다. 27일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네덜란드 당국은 암스테르담 스히폴 공항에 도착한 남아공발 여객기 두 대의 승객 61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그중 13명이 오미크론 변이에 감염됐다고 현지 당국이 밝혔다. 28일 CNN에 따르면 덴마크에서도 2명이 오미크론 변이 감염 사례가 발생했다. 이들은 모두 남아공에서 입국했다.

여행 제한 조치로 각국의 여행객들은 날벼락을 맞았다. AFP통신에 따르면 남아공 요하네스버그 국제공항에는 자국으로 귀국하는 마지막 항공편을 구하기 위해 여행객들이 몰려들었다. 유럽에 도착한 승객들도 발이 묶였다. 워싱턴포스트(WP)는 26일 오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스히폴 국제공항에 600여 명의 승객을 태운 여객기 2대가 남아공으로부터 도착했고, 승객들은 공항 활주로에 약 4시간 동안 갇혀 코로나19 검사를 받았다고 전했다.

남아공 여행객 항공편 구하기 전쟁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에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들은 신속하게 대응에 나섰다. 모더나는 오미크론 변이에 대응하는 부스터샷 개발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기존 백신의 1회 투여 용량을 늘리는 방식 ▶기존 병원체와 새 변이에 한 번에 대응하는 백신을 개발하는 방식 ▶오미크론에 직접 대응하는 새 백신을 개발하는 방식 등 세 가지 방안을 놓고 효과를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더나는 첫 실험용 백신을 만드는 데 60~90일이 걸린다고 밝혔다.

화이자와 코로나19 백신을 공동 개발한 독일의 바이오엔테크도 “필요한 경우 새 변이종에 맞춘 새로운 백신을 100일 이내에 출고할 수 있다”며 “변이종이 백신 면역력을 회피하는지, 우리 백신의 수정도 필요한지 등 데이터는 연구를 거쳐 2주 안에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노바백스도 이날 성명을 내고 오미크론 변이를 겨냥한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기존 코로나 백신에 사용된 기술을 코로나 변이에 신속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도쿄=이영희 특파원, 임선영·이영근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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