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이 본 韓 멍때리기 슬픈 이유.."코로나·집값 폭등에"
최근 한국에서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인 멍 때리기(Hitting Mung)가 유행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2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 서울발 기사에서 한국의 멍 때리기 현상에 대해 집중 조명했다. WP는 한국 사회에 대해 “코로나19 확진자 증가, 치솟는 부동산 가격, 길고 고된 업무 시간, 세계에서 가장 빠른 변화 속도 등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한 뒤 “한국에서 제대로 된 성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심한 압박감에 시달리고, 사람들은 필사적으로 피난처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최근 한국인이 선택한 피난처가 바로 멍때리기다. WP는 ‘멍’은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 상태를 의미하는 속어라고 설명하며, ‘멍때리기’는 업무 등 일상에서 일종의 도피를 하는 행동이라고 표현했다. WP는 한국인들이 즐기는 멍때리기의 종류로, 요즘 같은 가을에 나무와 하늘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숲멍’이나 모닥불을 쳐다보는 ‘불멍’, 물가에 앉아 흐르는 물을 가만히 들여다보는 ‘물멍’ 등이 있다고 전했다.
멍때리기를 목적으로 생겨난 공간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서울 성동구의 서울숲 근처 한 카페는 커다란 통유리창 앞에 일인용 좌석을 띄엄띄엄 배치해뒀다. 혼자 이곳을 찾은 사람들은 일인석에 앉아 차를 마시며 숲을 멍하니 바라보다 돌아간다. 이곳을 자주 찾는 손님들은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필라테스나 요가를 해봤는데, 그것 또한 스트레스였다”면서 “그저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에서 머리를 비운채 가만히 시간을 보내고 나니 굉장히 개운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단골 손님은 “회사 일이 끝나면 집안일을 해야 한다. 잠시 휴식 시간이 생기면 휴대전화만 들여다 보게 된다. 실제 수면 시간은 1시간 남짓일 때가 많다”며 “항상 ‘뭔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정지 버튼이 잘 눌러지지 않는데, 이곳에 오면 그저 휴식을 취하는 데만 집중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다른 지역에도 비슷한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커피를 마시며 자신에게 편지를 쓸 수 있는 카페가 ‘멍때리기 좋은 곳’으로 유명세를 탔다. 부산에는 한쪽 벽면의 스크린에 모닥불의 영상을 틀어놔 ‘불멍’의 기분을 낼 수 있는 카페에 손님이 몰리고 있다. 강화도의 한 카페에는 거울 속 자신을 바라보며 ‘거울멍’을 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뒀다. 강화도 카페를 방문한 김다정(32)씨는 WP에 “혼자 한적하고 여유롭게 경치 구경하고 커피 마시고 멍때리며 시간을 보냈다”며 “머릿속에 꽉 채우고 있던 생각들이 사라지자 막혔던 가슴이 뚫리고 긍정적인 기운이 차오르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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