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손실보상금 "눈을 의심했다"
[최원석 기자]
여기 부산에서 피시방을 운영하는 사람이 있다. 최준호 사장(아테나 부암점 점주, 39세). 최 사장은 코로나 이전 2019년 7월 부산 진구에 피시방을 열었다. 부족한 돈의 반은 컴퓨터를 담보로 해서 대출을 받았다.
최 사장의 어머니는 이 지역 토박이고 최 사장 본인 또한 이 지역에서 22년을 산 터라 지역 상권과 시장 조사는 누구보다 자신이 있던 터였다. 당장 5개 정도의 학교를 직접적으로 끼고 있는 요지에 피시방을 열었다.
예상은 적중했다. 학교 근처 학생들을 타깃층으로 잡은 것이 유효했다. 컴퓨터를 아이들 게임에 최적화된 사양으로 배치한 것도 매출 증진에 도움이 됐다. 그렇게 대출을 조금씩 갚아나갔다. 매출은 급속하게 성장했다. 적금을 들어 어머니가 가고 싶다던 중국 여행을 보내드릴 계획까지 짜 놓았다. 그때는 몰랐다고 한다. 이때가 장밋빛의 마지막 시절이었음을 말이다.
피시방에서 성수기란 덥거나 추울 때를 의미한다. 여름과 겨울 방학을 의미하기도 한다. 8월에서 10월 그리고 연말 연초. 코로나19가 터지기 전인 2020년 1월까지도 최고 매출을 잇달아 경신했다. 이렇게만 된다면 대출을 모두 갚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 쉬운 일처럼 보였다.
▲ 최 사장이 떨어진 매출을 보여주고 있다. |
ⓒ 최원석 |
그러다 2020년 2월 코로나19 사태가 터졌다. 매출은 가면 갈수록 곤두박질을 쳤다. 2020년 3월 초 거리 두기가 시행되면서 한 자리씩 띄워 앉게 되면서 정확히 그만큼인 반 정도의 매출이 하락을 했다. 2020년 8월 말. 위에 언급했듯 피시방이 성수기라고 꼽는 때다. 이때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다. 강제집행 명령이라는 낯선 단어의 조치가 취해졌기 때문이었다.
'10시 이후에는 손님을 받지 마라'라는 내용이 골자였다. 한때는 6명의 직원을 거느리던 최 사장은 하루 13시간을 혼자 운영해야 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10시까지 혼자 모든 것들을 챙겨야 했다. 매출은 동년 대비 20~30%까지 떨어졌다. 이마저도 힘이 부치자 최 사장은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하기 시작했다.
강제집행 명령은 8월 말에서 시작해 9월 초까지 지속되었다. 그 후 강제집행 명령은 2020년 12월 셋째 주에 다시 시작이 되었고 올해 1월 넷째 주에도 계속되었다. 매출은 최저치를 날마다 갱신했다. 대출은 늘어났다.
그러던 올해 8월이 되어서야 영업 제한이 완화되기 시작했다. 다시 직원들을 뽑고 3명의 직원과 최 사장이 12시간을 합의해서 일하는 방식으로 주말과 주중의 근무를 맡았다. 영업 제한이 완화되자 하나 둘 아이들 손님이 돌아왔다.
아이들이 다시 피시방을 이용하며 음식들과 상품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사정이 조금 나아졌지만 여전히 매출은 최고점일 때의 20% 수준밖에 나오지 않았다. 최 사장이 일한 인건비도 나오지 않았다. 외려 인건비를 지급하려고 울며 겨자 먹기로 근무하는 신세였다. 최 사장은 이때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찾아주는 아이들을 위해서 먹거리 가격을 일부러 내렸어요. 거래처도 바꾸면서 까지 음식의 질을 높이고 선택권을 더 주기 위해 발품을 팔아 간식 메뉴들도 대폭 늘렸어요. 다시 아이들이 많이 찾기를 바라는 마음밖에 없었어요. 그런 마음으로 노력하며 운영을 했는데도 상황은 쉽게 나아지지 않더군요."
▲ 금요일 저녁 시간인데도 손님이 별로 없다. |
ⓒ 최원석 |
최 사장은 2019년 7월 피시방 문을 연 이후 정상적인 영업은 불과 7개월밖에 못 해보았다고 했다. 끼워 맞춘 듯이 성수기마다 영업 제한이 맞물렸다고 했다. 최 사장은 1차부터 5차의 재난지원금을 모두 받았다고 했다. 하지만 그 금액을 모두 합쳐도 매장이 호황인 시절 월 매출의 4분에 1 수준밖에 안된다고 했다.
최 사장은 자영업자 손실보상제도에 마지막 기대를 걸었다고 했다. 최대 1억 원까지 보상을 한다는 말을 굳게 믿었다고도 했다. 최 사장은 3천만 원 정도의 손실 보상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0월 최 사장에게 돌아온 금액은 197만 원이 전부였다.
일 평균 손실액 × 방역조치 이행일 수 × 보정률로 계산된 금액이라고 했다. 허무하고 화가 났다고. 처음에는 금액을 보고 눈을 의심했단다. 혹시 금액에서 0이 한 개가 빠진 건지 눈을 씻고 다시 금액을 보았다고도 했다. 나라에서 시키는 방역 지침을 지키며 이른바 '존버'를 했던 자신과 나라에게 분노가 치밀었다고 했다.
적어도 손해를 본 직원들의 인건비만이라도 나라에서 최소로 주겠지라고 믿은 최 사장은 다시 한번 크게 낙담했다. 직원들 인건비를 주러 근무를 했던 지난날을 기억하면 눈물이 날 것 같다고 했다(실제로 인터뷰 도중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최 사장의 72평의 피시방에는 78대의 컴퓨터와 좌석이 있다. 이 컴퓨터들이 조금 있으면 교체 시기를 맞는 것을 그는 우려하고 있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교체하면 중고로 교체를 해도 적어도 4000만 원가량이 들어간다고 했다. 그중 3배가 뛴 그래픽 카드가 제일 걱정이라고 했다. 내년에 뛰는 최저시급은 자신의 근무를 늘리는 방안으로 대처를 고민하고 있었다.
▲ 깔끔한 진열대에서 최 사장의 노력과 고민의 흔적을 엿볼 수가 있다. |
ⓒ 최원석 |
"폐업을 하루도 빠짐없이 고민합니다. 지난 시간들에 정말 최선을 다했는데도 탈출구가 없어 보이거든요. 원래 연말이면 최고 매출을 기록하고는 했는데 이제는 완전 옛날 일이 되어 버렸습니다. 연말인데도 매출은 제자리예요. 참담하고 답답합니다. 술을 잘 안 먹는 편이었는데 요새는 술로 사는 것 같아요. 솔직히 그만큼 하루하루가 힘듭니다.
손실 보상이요? 최소한 인건비 만큼만이라도 지원이 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익이요? 그런 거 모르고 산 지 오래되었어요. 대출만 갚을 수 있으면 다행인 상황이라 생각하며 버티는데 그것도 솔직히 안 되는 상황입니다. 친해진 단골 손님들을 보면 마음이 더 답답해지지요.
이런 상황을 알리고 싶습니다. 조금이나마 저처럼 힘드실 분들께 힘이 되기 위해서요. 정부 정책이요? 생각하면 분노가 치밀어요. 화밖에는 나질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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