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도적 호남 몰표'에 다가서는 이재명..남은 퍼즐은 이낙연
“전두환씨가 광주에 대한 한 마디 사과도 없이 사망했다.”(28일, 광주)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3무(무지ㆍ무능ㆍ무당) 후보다.”(27일, 전남 장흥)
“호남이 없으면 더불어민주당도 없다.”(26일, 전남 목포)
지난 25일부터 4박 5일 일정으로 호남을 순회 중인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의 호남 공략은 이 세 가지 메시지로 요약된다. 28일에도 이 후보는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호남 없이는 이재명도 없다”고 구애하는 한편, 윤 후보를 겨냥해 “광주학살 주범 전두환을 찬양하고, 국민을 존중하지 않는 사람이 대한민국을 제대로 이끌어갈 수 없다”고 비난했다.
매주 주말 2박 3일간 벌이는 지역 순회 일정도 호남엔 이틀 더 할애했다. 이 후보가 호남 공략에 열을 올린 것은 아직 자신이 호남 민심에 완전히 파고 들진 못했다는 자체판단 때문이다. 이 후보 측 재선 의원은 “호남 지지율이 아직 60%대에 머물고 있다”며 “이번 투어를 계기로 호남의 전략적 투표 분위기가 생길 것이고 이는 지지율 반전의 키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전두환 찬양하는 윤석열”…“호남 없인 이재명도 없다”
이 후보의 이날 첫 일정도 5ㆍ18 민주화운동 당시 구호 활동 거점 역할을 한 광주 남구 양림교회에서의 예배였다. 이곳에서 이 후보는 “5ㆍ18 민주화운동을 비롯해 역사적 사건들에 대해 왜곡ㆍ조작ㆍ부인하는 행위를 처벌하는 역사 왜곡에 대한 단죄법을 반드시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여사가 전날 “남편의 재임 중 고통을 받고 상처를 입으신 분들께 남편을 대신해 깊이 사죄를 드리고 싶다”고 한 데 대해서도 이 후보는 “또 한 번 5ㆍ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희생자를 모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예배 뒤 광주 송정시장을 찾아서도 이 후보는 비슷한 메시지를 이어갔다. “전두환씨(氏)는 씨자를 붙이기도 아까운 사람”, “국가폭력 범죄에 대해선 공소시효 없이 끝까지 찾아서 처벌해야 한다” 등이다. 이에 지지자들이 “이재명 대통령”을 연호하자, 이 후보는 “저보고 대통령 되라고 하지 말고, 여러분이 만들어달라”고 말했다.
오후에는 2030 표심 잡기에도 나섰다.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출범식을 연 광주 선대위의 공동선대위원장으로 올해 만 18세인 광주고등학교 학생의회 의장 남진희(고3)양을 임명하는 등 총 10명의 공동선대위원장 중 9명을 청년으로 구성하는 파격 인선을 했다. 이 후보는 “광주가 변화와 혁신에 시동을 걸어줬다”며 “2030세대에게 오늘의 주역이 되어 달라 당부드린다”라고 말했다.
“호남 지지율은 위기이자 기회”…마지막 퍼즐은 이낙연
이 후보의 호남 공략은 이 후보의 약점을 보완하려는 행보다. 중앙일보ㆍ엠브레인퍼블릭의 대선 후보 4자(이재명ㆍ윤석열ㆍ심상정ㆍ안철수) 가상대결 여론조사(26~27일)에서 이 후보는 36.1%, 윤 후보는 38.9%로 오차범위(±3.1% 포인트) 내 접전이었다. 권역별로 보면, 호남에선 이 후보가 69.0%, 윤 후보가 8.4%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호남 지지율이 이미 윤 후보를 크게 압도하는 수치지만, 역대 대선과 비교하면 ‘민주당 후보치고’는 낮은 편이다. 1997년 15대 대선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광주 득표율 97.3%를 기록한 이래, 호남은 거의 매 대선마다 민주당 후보를 90% 안팎 지지율로 밀어줬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출마해 호남 민심이 분열됐던 2017년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60% 안팎(광주 61.1%, 전남 59.9%, 전북 64.8%) 득표를 한 게 예외적이었다.
이 후보 주변에선 “지지율 박빙인 상황에서 호남 지지율이 이전의 대선 때처럼 90%대까지 올라가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며 “위기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위해선 이낙연 전 대표 측과의 화학적 결합이 필요하다는 분위기가 있다. 광주ㆍ전남은 이 전 대표의 고향으로, 민주당 경선에서 이 후보가 유일하게 1위 자리를 내준 곳이다.
이번 순회에선 이낙연 전 대표의 동행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이 전 대표의 일정상 이유로 무산됐다. 이와 관련 이 후보는 지난 27일 “다음에는 아마 같이할 기회가 얼마든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가 최근 이낙연계 오영훈 의원을 신임 비서실장으로 발탁한 것도 ‘원팀’ 전략의 일환이다. 오 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이 후보와 이 전 대표 간 가교를 놓는 것도 내 역할일 것”이라고 했다. 다만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당장 억지로 이 전 대표와의 원팀 분위기를 만들진 않을 것”이라며 “두 사람 모두에게 득이 되는 결합 시기와 방식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김준영 기자, 광주ㆍ전남 나주=남수현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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