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20개월 만에 문 연지 3주 만에 다시 빗장.."오미크론 미국 상륙 가능성"

박현영 2021. 11. 28.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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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 추수감사절 휴가를 보내고 있는 매사추세츠주 낸터킷에서 기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새로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 출현 소식에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이 다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앞서 나타났던 ‘델타’ 변이보다 전파력이 더 빠를 수 있다는 우려에 일단 국경 봉쇄를 택한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위드 코로나’로 국면을 전환하는 시점에 새로운 변수가 등장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포함한 아프리카 8개국에서 미국으로 들어오는 외국인의 입국을 제한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 동부시간 29일 오전 0시 1분 이후 해당국을 출발하는 항공편부터 적용한다. 남아공과 보츠와나, 짐바브웨, 나미비아, 레소토, 에스와티니, 모잠비크, 말라위가 대상 국가다.

미국은 지난 7일 유럽 등 33개국 입국 제한을 20개월 만에 완화한 지 3주 만에 다시 국경 장벽을 세웠다. 보건 당국이 오미크론의 전파력과 치명력, 기존 백신의 효과성 등을 조사하기 위한 시간을 벌려는 취지라고 CNN은 설명했다.

백악관 최고 의료 고문인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 연구소장은 NBC에 출연해 “해당국에 대한 여행 제한은 우리에게 잘 대처하기 위한 시간을 주는 것”이라며 “공황 상태에 빠져들지 않고 우리가 아직 모르는 빈칸을 채우기 위한 약간의 시간을 버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을 통해 미국 도착 14일 전에 해당 아프리카 8개국에 체류한 외국인은 입국이 금지된다고 밝혔다. 일단 무기한으로 시행된다. 미국 국적자와 영주권자, 그리고 그들의 외국인 배우자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미국인의 아프리카 8개국 여행금지 조치도 내려졌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27일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여행 경보를 가장 높은 ‘4단계 매우 높음’으로 상향 조정했다. 국무부도 별도로 여행 금지 권고를 발표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추수감사절 휴가를 보내고 있는 매사추세츠주 낸터킷 섬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심해야 한다는 결정을 내렸다"면서 "굉장히 우려스럽다는 점, 빠르게 퍼지고 있다는 점 외에 우리는 이 변이에 대해 많은 것을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아침 파우치 박사가 이끄는 코로나19 대응팀과 약 30분간 회의한 결과 그런 결정을 내렸다"고 입국 제한 조치를 설명했다.

남아공에서 처음 발견된 오미크론은 아직 미국에서는 발생이 보고되지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미 미국에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파우치 소장은 NBC에서 ‘미국에 오미크론이 상륙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파우치 소장은 "아직 발견하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 전파력을 갖춘 바이러스가 발생했고, 이스라엘과 벨기에 등 다른 나라에서 보고된 여행객 관련 확진 사례가 있다"면서 "바이러스가 결국 모든 지역으로 퍼질 것이라는 건 기정사실"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초 미국 내 최악의 코로나19 희생자를 낸 뉴욕주는 연방 정부보다 선제적으로 오미크론 대비책을 내놨다.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는 27일 오미크론 변이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오미크론 관련 비상사태를 선포한 주는 뉴욕주가 처음이다.

비상사태 선포에 따라 남은 병상이 10% 미만이거나 주 정부가 따로 지정한 병원은 비응급, 비필수 환자들을 거부할 수 있게 된다. 오미크론 확산으로 코로나19 환자가 증가할 것에 대비해 병상을 확보하고 의료 자원을 코로나19 대응에 집중하기 위한 것이다. 다음 달 3일부터 시행되며, 최소 내년 1월 15일까지 이어진다.

호컬 주지사는 “올겨울 감염자가 증가할 것이라는 경고성 신호가 계속 목격되고 있다”면서 “새 오미크론 변이가 아직 뉴욕주에서 발견되지 않았지만, 그것은 오고 있다”고 말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보도했다.

오미크론은 아프리카 외에 이스라엘,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등에서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영국과 이스라엘, 유럽연합(EU), 한국, 일본 등은 남아공과 인근 국가에서 오는 항공편을 중단하거나 외국인의 입국 금지와 격리 등 조치를 발표했다.

새로운 변이가 아프리카에서 출현하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도 새로운 도전을 맞게 됐다. 남아공은 오미크론 변이 보고 후 몇 시간 만에 주요 국가들이 일제히 남아공발 입국을 금지하자 불만을 쏟아내면서 코로나19 재확산은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들이 백신 나누기에 인색했던 것도 요인이 됐다고 주장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미국이 돌아왔다”는 외교 슬로건이 무색하게 코로나19 백신을 많이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저개발국을 포함한 백신 부족 국가와 나누는 것을 주저했다. 그 결과가 부메랑이 돼 다시 미국에 돌아왔다는 평가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의 코로나19 대응과 물가 상승에 대한 불만 등으로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취임 후 가장 낮은 42% 수준이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park.hy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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