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뚫렸다, 미국도 "상륙 기정사실".. 오미크론 비상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새롭게 발생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 ‘오미크론’이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유럽 내 오미크론 감염자는 벨기에에서 첫 사례가 확인된 지 사흘도 안 돼 영국 독일 체코 덴마크 네덜란드 등으로 확산됐다. 호주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미국 상륙 가능성도 높다. 뉴욕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이스라엘은 국경을 전면 봉쇄했다.
28일(현지시간) 네덜란드 보건당국은 지난 26일 남아공에서 입국한 뒤 확진 판정을 받은 승객 61명 중 13명이 오미크론 감염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당국은 “조사가 아직 완료되지 않았다”며 “더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고 AFP통신 등은 전했다.
이날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주 보건당국은 남아공에서 주도 시드니로 입국한 2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된 사실을 확인했다. 확진자는 모두 완전 접종을 마친 상태로 무증상 감염자였다고 로이터통신은 설명했다. 당국은 남아공에서 입국한 다른 12명을 14일간 호텔에 격리하도록 했다. 다른 승객과 승무원 약 260명도 격리에 들어갔다.
이날까지 당국이 오미크론 감염 사례를 확인한 나라는 10개국이 넘는다. 미국 NBC방송 등에 뉴스를 제공하는 온라인 매체 BNO뉴스는 각국 공식 발표 등을 기준으로 이들 나라에서 130여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됐다고 집계했다. 의심 사례는 13개국 1000여명이다. 오미크론 감염자가 99명으로 가장 많은 남아공은 그 10배인 990명이 의심환자로 분류돼 있다.
전날 사지드 자비드 영국 보건부 장관은 첼름스퍼드와 노팅엄 지역에서 각각 1건의 오미크론 감염 사례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확진자 2명 모두 남아공에 다녀온 것으로 파악됐다. 이탈리아에서는 모잠비크 출장을 다녀온 1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판명됐다.
체코 리베레츠병원은 남아공과 두바이를 거쳐 나미비아에서 돌아온 확진자 1명에 대해 “90%의 확률로 오미크론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추가 분석을 위해 샘플을 국립연구소로 보냈지만 “이미 결과가 너무 정확하다”고 병원 측은 부연했다. 지난 26일 벨기에는 터키를 경유해 이집트를 여행하고 돌아온 여성을 오미크론 감염자로 확인했다.
독일 헤센주 카이 클로제 사회보건 담당 장관은 남아공에서 프랑크푸르트공항으로 입국한 서부 헤세주 1명에게서 오미크론의 전형적 변이를 확인하고 추가 검사 중이라고 전했다. 남부 바이에른주에서도 2명이 의심 사례로 보고됐다.
대서양 건너 미국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NBC방송에 나와 ‘미국에 이미 오미크론이 상륙했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해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는 “이 정도 전파력을 가진 바이러스가 발생했고 감염이 확인된 벨기에와 이스라엘을 비롯한 다른 나라에서 여행 사례가 있는 만큼 변이가 확산하는 것은 결국 기정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은 14일간 모든 외국인의 입국을 전면 금지키로 했다. 오미크론 등장 이후 국경을 봉쇄한 첫 사례다. 이스라엘에서는 최근 말라위에서 돌아온 여행객 1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국은 남아공에서 건너온 800여명을 상대로 감염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 이밖에 보츠와나와 홍콩에서 각각 6명, 2명이 오미크론에 감염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남아공과 보츠와나 짐바브웨 나미비아 레소토 에스와티니 모잠비크 말라위에 대한 여행경고를 최고 수준인 4단계(매우 높음)로 상향했다. 미 국무부는 이들 8개국에 대한 여행을 29일부터 제한하기로 했다. 뉴욕주는 오미크론 확산 가능성에 대비해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다음 달 3일부터 남은 병상이 10% 미만이거나 주정부가 따로 지정한 병원은 비응급, 비필수 환자를 거부할 수 있다.
일본은 미국이 지정한 8개국에 잠비아를 더해 9개국발 입국자를 지정 시설에서 10일간 격리하도록 했다. 다른 지역에서 온 입국자가 자택이나 원하는 숙박시설에서 격리할 수 있도록 한 것보다 한층 높은 수준의 방역 조치다.
싱가포르는 지난 2주 사이 남아공 보츠와나 에스와티니 레소토 모잠비크 나미비아 짐바브웨를 방문한 적 있는 이들의 입국과 환승을 금지했다. 싱가포르항공은 남아공발 여객기를 화물 전용으로 전환했다. 홍콩 대만 마카오도 잇따라 남아공발 입국을 금지했다.
인도 말레이시아 태국 필리핀 스리랑카 오만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바레인 요르단 모로코 등도 남아공 및 인근 국가에서 넘어오는 이들의 입국을 제한하기로 했다.
오미크론 확산은 백신 불평등 문제를 한층 부각하고 있다. 그동안 다수 전문가는 백신 물량을 선점한 선진국이 추가 접종(부스터샷)까지 확대하면서 저소득 국가의 백신 확보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고 지적해 왔다. 이들은 접종률이 낮은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변이가 출현할 수 있음을 경고하며 소외 지역에 대한 백신 보급 확대가 우선이라고 주장해 왔다.
국제 통계 사이트 ‘아워 월드 인 데이터’에 따르면 오미크론 변이를 처음 보고한 남아공의 백신 접종 완료율은 23.8%로 전 세계 접종 완료율(42.6%)의 절반 수준이다. 아프리카 대륙 전체의 접종 완료율은 7% 정도에 불과하다. 유럽과 미국은 이 비율이 각각 약 66%, 58%다.
27일 남아공 국립전염병연구소(NICD)는 하루 신규 확진자가 3220명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9월 18일 이후 최다 기록이다. 남아공 연구진이 오미크론의 존재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진 지난 23일만 해도 하루 확진자는 312명이었다.
뉴욕타임스(NYT)는 남아공 관료의 말을 인용해 서방의 백신 비축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지적했다. 아프리카인들은 서방 국가들이 충분한 백신과 이를 투여하는 데 필요한 자원을 공급하지 않아 아프리카가 고통받는다고 생각한다고 NYT는 전했다.
저소득 국가들은 백신을 들여오더라도 보관 시설과 접종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해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우간다는 보유 중인 백신 900만개 중 3분의 2가 올해 안에 유통기한 만료로 폐기될 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세계백신면역연합(GAVI)의 세스 버클리 최고경영자(CEO)는 로이터에 보낸 서한에서 “전 세계에 백신 미접종자가 많다면 그만큼 변이는 계속되고 대유행은 장기화할 것”이라며 “부유층만이 아니라 전 세계 인구를 보호할 수 있을 때 변이 출현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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