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이 명칭, 시진핑 눈치봐 '시' 생략? WHO "흔한 성이라"
세계보건기구(WHO)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이름을 오미크론으로 정한 것을 두고 '중국 눈치보기' 아니냐는 주장이 확산하자 27일(현지시간) WHO가 진화에 나섰다.
그동안 WHO는 코로나 바이러스 변이가 나올 때마다 그리스 알파벳 글자 순서에 따라 이름을 지었다. 지금까지 12번째 알파벳인 '뮤’(μ·mu)' 변이까지 이름 붙여졌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새 변이 바이러스의 이름은 다음 글자인 ‘뉴’(ν·nu)'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WHO는 뉴와 그 다음 글자인 ‘크시'(ξ·xi)'를 건너뛰고 '오미크론(Ο·omicron)'을 새 이름으로 26일 발표했다. WHO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이름을 지을 때 글자를 건너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크시의 영어 발음인 'xi'가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영어권 발음인 'Xi'와 동일해 WHO가 일부러 크시를 건너뛴 게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 국가주석은 영어로 표기할 땐 ‘Xi Jinping’이다.
미국 공화당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은 트위터를 통해 "WHO가 중국 공산당을 이렇게 두려워하면, 다음에 중국이 치명적인 전염병을 은폐하려 할 때 WHO가 공산당을 불러낼 것이라고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라고 비난했다.
또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폴 누키 선임 에디터는 트위터를 통해 "시(xi)는 특정 지역 낙인을 피해가기 위해서였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며 “모든 팬데믹은 본질적으로 정치적이다”라고 말했다.
비난이 확산하자 WHO는 AP통신에 "뉴(ν·nu)는 영어 단어 뉴(new)와 혼동하는 것을 막고, 크시’(ξ·xi)는 시(Xi)가 흔한 성이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WHO는 "우리는 특정 문화, 사회, 국가, 지역, 민족, 직업군에 대한 공격을 방지하는 질병 명명법을 따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AP는 WHO의 해명이 "2015년 5월 만들어진 'WHO 신종 감염병 작명 모범사례'에 근거한 것"이라고 전했다. 해당 사례집은 '일본 뇌염', '크로이츠펠트-야콥병', '돼지독감' '간호사병'과 같이 특정 지역, 이름, 동물, 직업군 등을 연상시키는 질병 작명을 지양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WHO가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에 그리스 알파벳을 붙여 명명한 것은 지난 5월부터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가 발견되면 복잡한 학명을 기억하기 어려워 발병 국가의 이름을 따 통용되곤 하는데, 이는 차별과 낙인찍기를 유발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B.1.1.7 변이는 '영국발 변이'로, B.1.351 변이는 '남아공발 변이'로 불렸다. WHO는 그리스 문자 24개가 모두 사용된 후엔 새로운 작명 체계를 도입할 방침이다.
캐나다 서스캐처원대의 바이러스학자 안젤라 라스무센 교수는 27일 NYT에 "특정 지역의 이름을 따 바이러스를 명명하는 관행은 오해를 불러왔다"며 "과거 스페인 독감, 에볼라 바이러스 모두 실제 발병한 지역과 동떨어져 이름 붙여졌다"고 지적했다.
이영근 기자 lee.youngk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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