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는 베이징] 올림픽 앞두고 터진 3대 악재, 中 전전긍긍
中 무대응에도 펑솨이 미투 논란 확산
오미크론 변이 등장에 방역도 비상
내년 2월 중국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성패를 좌우할 3가지 악재가 연이어 터졌다. 미국과 그 동맹국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외교적 보이콧, 보이콧에 명분을 더하는 펑솨이의 미투 폭로, 그리고 코로나19 새 변이 ‘오미크론’의 등장이다.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성공 개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을 최종 확정할 내년 가을 20차 당대회 전 치러지는 초대형 이벤트이기 때문이다. 2022년 올림픽이라는 첫 단추를 잘 꿰어야 3월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거쳐 7월 청두 유니버시아드,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당대회까지 국운 상승의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 지난 여름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의 경기가 무관중으로 열렸던 일본 도쿄 올림픽과 달리 잘만 하면 베이징 올림픽이 전세계 코로나19 극복의 상징적인 장이 될 수도 있다. 베이징은 전세계에서 하계(2008년), 동계 올림픽을 모두 개최한 첫 번째 도시가 된다.
그러나 상황은 중국 뜻대로 흘러가지 않고 있다. 우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외교적 보이콧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에 이어 일본도 동조 가능성을 시사했다.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은 지난 25일 언론 간담회에서 “현 시점에서 미국 정부의 대응은 발표되지 않은 상태”라며 “적절한 시기에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미국이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을 공식 발표하면 동참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올림픽에 정부 및 정치권 인사들로 꾸려진 대표단을 파견하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은 주최국에 항의나 경고의 뜻을 전달하는 수단이다. 선수들이 참가해 경기는 정상적으로 열리겠지만 화합과 축제의 장이라는 올림픽 정신은 빛이 바랠 수밖에 없다. 각국이 보내는 정부 대표단 면면은 올림픽 주최국의 국제적 위상, 흥행에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은 올림픽 지지 여론을 모으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중국, 러시아, 인도 3국 외무장관은 지난 26일 화상 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중국 외교부가 공개한 35개 항으로 된 회담 결과에는 ‘베이징 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최를 지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3국은 이란 핵문제를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정세, 한반도 비핵화 등 국제 문제를 광범위하게 논의했다.
중국 외교의 최고 책임자인 양제츠 공산당 정치국원이 이례적으로 주중 남북 대사를 연이어 만난 것도 베이징 올림픽 관리 차원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양 정치국원은 지난달 28일 리룡남 주중 북한대사에 이어 지난 25일 장하성 주중대사와 면담했다.
28일 현재 중국 매체와 포털사이트, SNS에서 펑솨이의 미투 폭로와 근황에 관한 기사는 찾아볼 수 없다.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된 장가오리 전 국무원 부총리 소식도 가려져 있기는 마찬가지다. 중국은 펑솨이의 얼굴을 드러내 실종설을 잠재우는 선에서 이 사건을 수습하려는 듯 하지만 그럴수록 파장은 더 번지고 있다. 미 국무부는 펑솨이의 폭로가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우리는 이것을 매우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더군다나 장가오리는 베이징 올림픽 유치와 준비에 깊숙이 관여한 인물로 알려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장가오리가 2018년 퇴임하기 전 2022년 올림픽 개최지 선정 및 준비 작업을 담당하는 중국 정부의 워킹그룹을 이끌었다고 보도했다. 이러한 과거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최근 토마스 바흐 위원장과 펑솨이의 영상 통화 사실을 공개하며 실종설 불식에 가세한 것과 맞물려 IOC의 중국 편향 문제로까지 확대됐다.
CNN에 따르면 세계여자테니스협회(WTA)는 지난 26일 성명에서 ‘자유롭고 직접적이고 공개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펑솨이의 능력에 대해 염려하고 있다’며 의심을 거두지 않았다.
중국 관영 매체에 따르면 지금까지 중국 전체 인구의 약 76.8%가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했다. 중국 당국은 연말까지 접종률 8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베이징 올림픽 전 집단면역을 구축하려는 의도다.
그러나 본격적인 겨울 시작과 맞물려 출현한 코로나19 변이 오미크론이 변수로 떠올랐다. 중국 전문가들은 “엄격한 전염병 통제 시스템을 갖춘 중국은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시에 위험 신호가 감지되면 변이가 처음 발견된 남아프리카공화국과의 모든 여행을 금지하고 해당 지역에서 입국하는 사람들에게 더 엄격한 검역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백신 업체인 시노백은 관영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오미크론이 중국의 비활성화 백신에 미치는 영향과 특수 백신 개발 필요성에 대한 연구를 가능한한 빨리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 국무부는 27일(현지시간) 남아공 정부가 오미크론 변이 정보를 국제사회와 신속하게 공유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초기 관련 정보를 은폐한 중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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