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문에 따뜻한 색 입혔다"..맞춤형 가전강판 탄생 보니
지난 25일 동국제강 부산공장 5CCL(Color Coating Line, 컬러강판 생산라인)의 마지막 단계인 현장검사실, 1분에 70m 속도로 컬러강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아연으로 도금해 은빛을 발하는 너비 1m 두께 0.5㎜의 강판은 디지털 프린팅 공정을 거쳐 나무 무늬로 옷을 갈아입었다. 정교한 나무 무늬가 철판이 아닌 벽지에 인쇄된 것처럼 보였다. 실제로 막 프린팅을 거친 강판에 살짝 손을 대보니 부드러운 질감이 느껴졌다. 이 강판은 고급 건축물의 문짝으로 쓰인다.
최오식(55) 동국제강 부산공장 럭스틸생산팀 기장은 “쇠에 디지털 프린팅을 하기 위해선 철판 밀착성이 중요하다”며 “표면 청소 등 도금·도장 노하우가 부산공장의 경쟁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20년간 컬러강판을 만들어온 베테랑이다. 최 기장은 “한 라인에 4교대로 각각 8~9명씩 일하는데, 컬러강판 근속년수가 평균 12~15년 정도 될 것”이라고 했다.
세계 최대 컬러강판 생산 공장
동국제강 부산공장은 단일 규모로 세계 최대의 컬러강판을 생산하는 곳이다. 1972년 국내 최초로 컬러강판을 만들기 시작해 지금 총 9개 라인에서 연간 85만t을 생산한다. 특히 지난 9월 문을 연 S1 CCL(스페셜1 컬러강판 생산라인) 에선 ‘비스포크(Bespoke·맞춤)’ 가전용 컬러강판을 생산 중이다.
기술력도 독보적이다. 디지털 프린팅보다 앞선 기술인 ‘라미나(Laminate)’ 방식과 자외선(UV) 코팅 공정을 혼합해 생산 중이다. 라미나 방식은 강판에 특수 필름을 입혀 색상·무늬·질감을 표현하는 기술로 동국제강이 세계 최초로 선보였다. 또 비스포크 가전을 위해 1600㎜ 광폭으로 강판을 생산할 수 있다.
삼성·LG·월풀 등 맞춤형 가전에 장착
첨단 기술이 적용한 S1 CCL의 공개는 제한적이었지만, 마지막 공정에서 갓 나온 따끈따끈한 철판을 만져볼 수 있었다. 태국 수출용으로 제작된 라미나 제품은 두꺼운 장판 질감이었다. 실제 냉장고 문에 맞춰 2m 길이로 자른 강판을 들고 흔들어보니 “찰랑찰랑” 쇳소리가 아닌 두꺼운 종이나 장판처럼 “꿀럭꿀럭” 소리가 났다.
김덕민 동국제강 부산공장 품질관리팀 차장은 “필름을 붙인 라미나 제품을 만져보면 일반 강판보다 따뜻하다. 이런 느낌 덕분에 냉장용 문으로 인기 있다”고 말했다.
S1CCL 생산라인을 빠져나오자마자 야적장에 동그랗게 말린 ‘핫코일(Hot Coil)’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핫코일은 쇳물에서 나온 판재를 고온으로 가열한 뒤 얇게 누른 열연강판이다. 동국제강 부산공장은 포스코나 인도·중국 제철소에서 핫코일을 수입해 표면처리와 아연 도금을 한 후 이를 다양한 형태의 컬러강판으로 가공하는 후공정 설비다. 녹물이 낀 반(半) 제품을 때를 벗기고 예쁘게 단장해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야적장에 쌓인 핫코일 1t 가격은 1000달러(약 110만원, 내수 유통 기준) 수준이지만, 아연 도금을 하면 140만~150만원까지 올라간다. 이후 컬러 프린팅한 제품은 180만~190만원, S1 CCL 라미나 공정을 거친 컬러강판 제품은 t당 250만원까지 올라간다. 핫코일을 수입해 3~4개의 공정을 거쳐 부가가치를 최대 2~3배로 올리는 ‘연금술사 공장’인 셈이다.
동국제강의 가전용 칼러강판 브랜드 ‘앱스틸’은 삼성전자·LG전자를 비롯해 월풀·샤프·미쓰비시·파나소닉 등 글로벌 기업에 납품되고 있다. 동국제강은 이를 향후 기업의 미래 사업으로 삼을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은 연산 85만t 생산에 1조4000억원 매출인 컬러강판 사업을 2030년까지 100만t 생산에 2조원 규모로 성장시킨다는 ‘DK 컬러비전 2030’을 내놓았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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