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지방 재택근무제 ..일본이 꺼내든 회심의 균형발전 카드
[더,오래] 이형종의 초고령사회 일본에서 배운다(74)
소설가, 관료, 평론가로 유명한 사카이야 다이치(堺屋太一)는 2019년 사망 직전 『3번째의 일본』이라는 책을 써서 후세대에 마지막 제언을 하였다. 그는 에도시대(1603~1868년)의 천하태평이 260년간 지속하였던 이유는 에도에 물류와 사람이 집중되지 않도록 제한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에도시대는 지방에 독자적인 경제와 교육을 창출하면서 중앙과 지방이 균형과 조화를 이루면서 발전했다고 강조했다.
일본을 대표하는 저명인사가 마지막으로 그런 교훈을 남긴 이유는 뭘까? 앞으로 도쿄와 지방이 조화를 이루어야 일본사회의 지속적 번영을 보장할 수 있다는 것을 후세대에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2014년 지방소멸이라는 말이 등장했는데, 현재 일본의 수많은 지자체는 소멸위기에 놓여 있다.
이런 위기에 대응해 정부와 지자체는 도쿄에 인구집중을 억제하고, 매력 있는 지방을 만들고 지역 인구를 늘리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역을 활성화하기 위해 수도권이나 다른 도시에서 인력을 불러들이거나 다른 지역으로 인구유출을 억제하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하였다. 많은 지자체는 주로 대규모 공장을 유치하거나 지역 특성을 살린 관광상품을 만들어 지역경제를 살리고, 인구를 유입하는 전략을 사용했다.
그러나 기업은 노동력이 풍부하고 입지조건이 좋은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다. 차별화한 관광상품으로 성공한 지자체는 그렇게 많지 않다. 여전히 지방의 수많은 젊은 인재는 취업 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동하고 있다. 수도권으로 떠나는 인재를 잡는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지방에 취업 자리를 늘리는 것만이 인구 유출을 막을 수 있다. 인구 유출을 막는 하나의 대안으로 지방 재택근무제에 주목하기 시작했다. 지방 재택근무제는 수도권에 있는 기업이 지방에 있는 인재를 뽑아 그 지역에서 재택근무로 일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지방 재택근무제를 활용하면 취업을 위해 도시로 떠나려는 인재는 출신 지역과 친근한 지역에서 일할 수 있다. 재택근무제로 지방에서 고용이 늘어나면 지역에 정착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다.
문제는 일자리를 제공하는 기업이 지방 재택근무제를 도입하는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는 지방 재택근무제를 활용해 직원에게 워라밸을 지원하고 우수한 지방 인재를 확보하는 효과가 있다. 인재가 부족한 기업은 재택근무제를 통해 국내외의 인재를 활용할 수 있다. 실제로 일본 IT기업은 필리핀과 베트남의 젊고 유능한 인재를 본국에서 재택근무제로 고용해 큰 성과를 내고 있다. 해외인력은 일본에 오지 않고 본국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더 많은 급여를 받는 효과가 있다. 기업도 해외 인재관리와 사무실 경비 등 부대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전국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는 기업은 전국의 거점에 직원이 있으면 원격지에 영업소나 사무소를 설치하는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또 인력이 부족한 기업에서 인재가 퇴사하면 큰 손실이다. 재택근무제는 출산과 육아 때문에 직장을 떠난 우수한 여성인력의 퇴사를 방지하고 계속 일할 수 있는 중요한 인센티브가 된다. 개인 사정으로 도시에 거주할 수 없어 지방에서 재택근무로 취업할 수 있다면 이직하는 직원은 줄어들 것이다. 이렇게 경영 비용을 절감하고 인재를 확보하는 인센티브가 작용할 때 기업은 지방 재택근무제를 추진할 것이다.
노동자가 지역에서 일하는 인센티브는 뭘까? 일단 종업원은 재택근무 환경에서 자유롭게 일하면서 워라밸을 개선할 수 있다. 현재 대도시에서 높은 임차료를 부담하며 힘들게 직장생활을 하는 젊은 세대는 지방 재택근무제는 좋은 기회가 된다. 지방에서 장소를 선택해 일할 수 있다면 현역 세대는 굳이 도시에서 높은 주거비용을 치르며 정년까지 거주할 필요가 없다. 지방에 살면서 도시의 기업에 재택근무제로 취업할 수 있다면 여유 있게 장래의 커리어를 설계할 수 있다. 정들고 매력적인 지역에서 일하면서 자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노동자는 지방 재택근무제를 선택할 것이다.
재택근무제로 일할 기회가 생겨도 지역에 애착심을 느끼지 못하면 지역 활성화로 연결되지 않는다. 지역에 애착심이 없다면 도시의 편리한 생활을 찾아 떠날 수 있다. 지역에 애착심을 느끼는 사람은 그 지역에서 정주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지자체는 지역 자원을 활용하여 차별화한 매력을 보여주어야 한다.
지방 재택근무제를 활성화하려면 먼저 지방에서 일하는 체험을 쌓도록 하자고 제안하는 전문가도 있다. 구체적으로 대도시에 있는 기업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 지방에 머물면서 재택근무제로 일하는 운동을 추진하자는 것이다. 지금 즉시 지방으로 이주하거나 전직할 수 없지만 코로나 이후 IT 환경이 정비되면 적어도 몇 주간 지방에서 재택근무로 일할 수 있을 것이다. 복잡한 만원 전철에서 벗어나 여유 있는 자연환경에서 일에 집중할 수 있고, 적어도 며칠은 지역 사회에 공헌할 수도 있다.
지방 재택근무제는 직원의 다양한 니즈에 맞춰 운용할 수 있다. 어떤 기업은 기술과 영업력을 가진 직원이 살고 싶어하는 곳에서 혁신적인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일에 지친 직원의 심신을 위로하고 높은 성과를 낸 직원에게 재충전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기업의 유능한 인재가 능력과 스킬을 높이고 장래 커리어를 탐색할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정든 고향에서 자녀를 키우고 부모를 돌보면서 퇴사하지 않고 계속 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다. 정년퇴직 후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고 싶은 시니어 직원에게 커리어 전환을 위해 활용될 수 있다. 퇴직 후 살고 싶은 지역을 사전에 탐색하고, 직접 살아보거나 지역사회에 봉사하면서 지역주민과 우호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다. 이런 기회를 잘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지역사회로 이주하여 정착할 수 있다.
지역의 입장에서는 외부에 있는 사람을 수용하는 것은 소중한 노동력을 확보하는 것과 같다. 수도권 기업에서 일하고 있지만 지방에서 살고 싶어하는 젊은 인재, 퇴직 후 지방에 거주하려는 경험 많은 시니어 인재는 지역사회나 기업에 소중한 인적자원이다.
지방 재택근무 운동은 지역사회의 소비를 창출하는 장점이 있다. 지역에서 재택근무로 일하는 사람이 늘어나면 열차와 비행기 탑승, 지역의 호텔 등 숙박시설과 음식점, 관광명소 등의 가동률이 많이 늘어날 것이다. 지방에 방문하는 인구가 늘어나면 피폐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 방문인구를 늘리려면 직원이 많은 대기업을 참여시켜야 한다. 수도권에 있는 대기업 중에 직원 수가 수천에서 수만 명에 이르는 직장이 많다. 대기업의 인재 중 연간 30%만 지방에서 일정 기간 상주하거나 재택근무제로 일한다면 지방에서 엄청난 소비가 창출될 것이다.
또한 지방 재택근무제는 지방의 주거시설과 네트워크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다. 지방을 방문하는 인재가 늘어나면서 지역의 주거지역과 오피스 환경이 정비되고 IT 인프라의 수요가 대폭 늘어날 것이다. 따라서 지자체는 지방의 어느 장소에서도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는 스마트 기술과 관련된 인프라와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지역사회는 지역주민은 물론 재택근무로 일하는 사람들이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ICT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커리어넷 커리어 전직개발 연구소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할리우드인 줄"…결별 10년된 김혜수·유해진 뭉친 이유
- 김태희·비 부부도 반했다…3→5성급 탈바꿈한 '호캉스 성지'
- 중앙일보 - 네카라쿠배 성장의 비밀
- 이재용, 인천공항 대신 택한 이곳…출입국 10분만에 끝난다
- 개식용·차별금지법은 밑밥? "문 대통령 진짜 카드 따로 있다"
- "10분만에 피 맑아진 환자…해외 의사도 증언한 땅의 치유력"
- "임신뒤 버려졌다" 폭로에…고세원 "3개월 교제한 여성, 죄송"
- "X밥그릇" 정색뒤 맛에 놀란다…갈비찜 아닌 '찜갈비' 비밀 [e슐랭 토크]
- "돈다발 들여와 월급 줬다"…'극한직업' 평양 주재 외교관
- "석탄가루 씻겨줘" 문경에만 있다, 광부들 홀린 족살찌개 [뉴스원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