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의 매력②] OTT·오디오북의 성장..성우들에게 늘어난 '일의 양'
'전문성' 보여주며 동반 성장
“불과 10년 전만 해도 국내 자막 및 더빙 업계는 규모적인 한계가 있었지만, 넷플릭스를 비롯한 스트리밍 서비스의 등장과 함께 업계가 활성화됐다. 자막, 더빙이 단순한 번역을 넘어 감동과 재미까지 전달하는 현지화의 중요한 역할로 인식되고 있다.”
넷플릭스가 지난 9월 한국에서의 5년간 성과를 되돌아보기 위해 개최한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에서 더빙 및 자막 전문 미디어 그룹 아이유노 SDI 그룹의 오혜석 글로벌 고객 디렉터가 한 말이다.
애니메이션, 외화 더빙의 비중이 줄어들면서 성우들의 입지도 자연스럽게 좁아졌지만,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 등 해외 콘텐츠들을 선보이는 스트리밍 서비스들이 그 아쉬움을 달래고 있다. 성우들의 더빙 기회가 늘어난 부분도 있지만, 전 세계를 동시에 겨냥하는 스트리밍 서비스 특성상 국가 간 언어 장벽을 해소해주는 더빙의 역할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국내 오디오 콘텐츠 시장의 성장도 성우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되고 있다. 영상 콘텐츠에 피로감을 느낀 MZ세대가 ‘듣는 콘텐츠’에 호응하고, 여기에 코로나19 상황까지 맞물리면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국내 오디오북 시장의 규모는 약 300억 원대에 달한 것으로 추정되며, 시장조사기관 그랜드뷰리서치는 2024년에는 이 규모가 1080억 원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19년 서비스를 시작한 오디오북 플랫폼 윌라는 그간 200여 명의 성우들과 작업을 했다 진행했다. 관계자는 “최근 오디오북이 활성화되면서 3, 4년 전보다 ‘일의 양’ 자체가 늘어난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또 일부 유명 성우에게만 섭외가 몰렸던 양상이 다양한 오디오북이 제작되면서 다양한 성우를 섭외하게 됐고, 공채 성우가 아니더라도 성우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생겨났다고 생각한다”는 순기능을 덧붙였다.
실제로 업계에서 일하는 성우들도 늘어난 플랫폼에는 반가움을 표했다. 지난 1986년 KBS 공채 20기로 데뷔한 홍시호 성우는 “일을 할 기회가 넓어진 것은 사실이다. 나의 경우 디즈니플러스 등이 국내에 론칭을 하며 새롭게 더빙 작업을 하기도 했다”며 “TV 외화들이 사라지면서 슬럼프를 겪기도 했지만 그것은 시기일 뿐, 언젠가는 여러 분야에서 성우들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콘텐츠가 다양해지면서) 그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오디오 콘텐츠 제작사 보이스119의 대표이자 성우로 활동 중인 이경준 대표 또한 “이미 성우 분들이 꾸준히 활동을 하고 계셨지만, 최근 오디오북 시장도 넓어지고, 스트리밍 서비스도 확대되면서 없던 장르가 활성화된 것은 사실이다. 시장성이 높아진 건 분명 반길 일”이라고 말했다.
성우들이 전문성과 오디오북의 질적 향상이 서로 효과를 내기도 한다. 과거에는 오디오북을 성우가 책 전체를 낭독하는 식이었다면 지금은 역할에 맞는 낭독자를 섭외하고 감정을 담아 연기하며 종이책으로는 느낄 수 없었던 스펙터클함을 제공하고 있다. 한 예로 윌라는 최근 총 제작 기간 1년이 투자된 대작 오디오북으로 ‘토지’를 선보였고, 이명호, 정재호, 김상백 등 베테랑 성우 16인이 이 작품에 참가했다.
현재 일의 70%를 오디오북이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 4년 차 박민기 성우는 “예전엔 오디오북이 요약본들 위주로 제작이 됐다면 요즘은 책을 온전히 즐기고 싶어 하는 수요가 생겨 전체를 낭독하는 것들이 많아졌고, 웹툰, 웹소설이 오디오북이나 드라마화되는 경우들도 많이 늘어났다”고 역할의 확대를 언급했다.
윌라 관계자는 “이용자들에게 성우의 목소리는 오디오북에 대한 첫인상이다. 성우는 전문적으로 읽어주는 사람이다. 유명 연예인, 일반인, 음성합성기술, 기계음 등 다양한 방법으로 읽어주는 오디오북은 많지만, 오디오북을 가장 잘 읽는 사람(방법)은 성우”라며 “많이 듣는 회원들을 중심으로 특정 성우가 낭독한 오디오북만 찾아 듣는 분들도 많아졌다. 소설 분야의 오디오북 리뷰들을 보면, 성우들의 연기력을 칭찬하는 내용들이 많다. 영화 감상 후 배우의 연기력에 감탄하는 것처럼 몰입감을 주는 성우들의 연기도 칭찬 글이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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