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쓰레기 뒤진 전 남친, 신고되나요" 울산대 법대생의 답변은
# “면접을 보고 합격한 알바생이 월요일부터 일하기로 약속해 놓고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이틀 뒤 연락해보니 날짜를 착각했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날 오라고 했는데 알았다고 하곤 또 잠수를 탔습니다. 이 경우 업무방해죄로 신고가 가능한가요?” (A가게 업주)
# “전 남자친구 스토킹 때문에 연락드려요. 1달째 연락하지 말라는 데도 계속 공중전화로, 친구 휴대전화로 연락이 옵니다. 우리 집 쓰레기까지 뒤졌어요. 법적으로 신고가 가능한가요?” (20대 B씨)
이 질문은 지난 2월부터 11월까지 ‘지금 봐, Law’라는 카카오톡 채널방에 올라온 법률 문제와 관련된 상담 글이다. 답변은 무료로 1~2일 안에 매우 상세히 달렸다.
A가게 업주에게는 “업무방해죄란 위계·위력·폭행 등으로 업무를 방해하는 범죄이기 때문에 이 상황에서는 성립하지 않는다. 대법원 판례에서는 정상적인 업무가 방해될 정도로 수백여 차례 전화 공세를 한 경우 업무방해를 인정한 바 있긴 하지만, 이 상황에서는 성립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답변했다.
대처 방안까지도 설명돼 있는 답변도 있었다. B씨에게는 “스토킹 처벌법에서 ▶본인의 의사에 반해 ▶본인이 강력한 거절 의사를 표명했는데도 ▶정당한 이유 없이 스토킹 행위를 ▶반복적으로 할 경우 스토킹이 성립해 고소할 수 있다”며 “경찰에 신고할 경우 접근금지 등의 조치를 받을 수 있으며 울산 여성의 전화 등에서 도움받을 수 있다”고 했다.
‘지금 봐, Law’를 운영하며 울산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법률상담을 해준 건 전문 변호사가 아니다. 바로 법대생들이다.
울산대 법학과 학생 4명(한홍비·최재원·이종훈·주윤아)과 단국대 커뮤니케이션학부 학생 1명(박도현)은 지난 2월 ‘2021년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계기로 “무료 법학 상담을 해주는 모임을 만들자”며 모였다. 행정안전부는 청년 인구 유출을 막고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들을 성장시키기 위해 2018년부터 청년공동체 활성화 사업을 진행해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울산대학교 법학과에 재학 중인 4명은 각자 분야를 나눠 법률 상담을 진행했다. 박씨는 지역 주민들과의 소통 방식을 고민하는 등 각종 아이디어를 냈다. 이들은 매월 법률 상담 행사를 개최하면서 지난달까지 누적 685명의 주민에게 법률 상식을 전달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되는 법률상식 카드뉴스도 12건 제작했다.
팀장을 맡은 한홍비(26)씨는 25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생각보다 지역 주민들이 안고 있는 법적 고민이 않았다”며 “답변이 도움됐다는 피드백을 받았을 때는 너무 뿌듯했다”고 말했다.
임대업과 관련해 상담을 받고 문제를 해결한 C씨는 “법률문제라 전문가에게 견해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무료로 상담을 해주니 너무 감사했다”고 전했다.
‘지금 봐, Law’팀은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데이트 폭력에 대한 지식을 전파하기도 했다. 한씨는 “데이트 폭력에 해당하는 사례를 팀원들이 직접 연기해 영상으로 보여주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유튜브에서는 2009년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서 남자주인공 구준표가 여자주인공을 향해 강제로 스킨십을 하려는 장면을 두고 “명백한 데이트 폭력”이라고 짚어 내기도 했다.
한씨는 “20대 초반에 기존에 살던 원룸에서 나가면서 다음 부동산 중개료와 청소비까지 30만원을 더 낸 적이 있다”며 “계약서에 매우 작은 글씨로 쓰인 특약사항을 읽지 못한 내 탓이었지만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이를 계기로 법학과로 전과했는데 이번 활동을 통해 더욱 많이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 봐, Law’팀은 올 한해 활동으로 지난 2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1 청년공동체 최종 성과공유회’에서 100팀 중 1등인 최우수상을 받았다. 이들은 그간의 활동성과를 영상으로 발표하고, 각계를 대표한 심사위원들의 평가를 받았다. 우수상은 ‘디프다 제주’(제주), ‘산골낭만’(전북 무주), ‘따뜻한 시선’(대구) 등 3팀이 선정됐다
울산=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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