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조 친환경 시장 잡아라"..썩는 플라스틱 개발에 기업들 '합종연횡'
세계 각국이 탄소 저감 정책을 시행하면서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들이 썩는 플라스틱 등 친환경 신소재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미국·중국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이 본격화하면서 친환경 소재 시장의 성장 속도가 빨라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이종업계 간 협업도 활발해지고 있다.
SKC·대상·LX인터내셔널, 친환경 신소재 개발
화학·소재업체 SKC와 식품업체 대상, 종합상사 LX인터내셔널은 합작법인을 세우고 친환경 신소재 개발을 위해 힘을 모으기로 했다. SKC는 지난 23일 이사회를 열고 대상·LX인터내셔널과 설립하는 합작회사에 총 104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대상은 400억원, LX인터내셔널은 360억원을 각각 출자할 예정이다.
합작법인은 2023년 상업화를 목표로 국내에 연간 생산량 7만t 규모의 시설을 세울 계획이다. 이는 폴리부틸렌아디페이트 테레프탈레이트(PBAT)를 생산하는 글로벌 제조사 가운데 두 번째로 큰 규모다.
SKC는 지난해 한국화학연구원으로부터 고강도 PBAT 기술을 도입해 양산 기술을 개발하는 등 사업화를 준비해왔다. 이를 바탕으로 합작회사에 고강도 PBAT 양산 기술과 운영 노하우, 연구개발 역량을 제공할 예정이다. 대상은 발효 역량을 활용해 향후 PBAT 주요 원료를 친환경 바이오매스 유래 원료로 대체해 공급하기로 했다. LX인터내셔널은 해외 마케팅 역량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제품 판로를 개척한다.
기존 PBAT는 단기간에 땅속에서 100% 분해되지만 잘 찢어져 용도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 반면 고강도 PBAT는 나무로부터 추출한 나노셀룰로스를 보강재로 활용해 일반 플라스틱 수준의 강도를 갖는다. 이로 인해 빨대와 비닐봉지, 농업용 비닐제품(멀칭필름) 등 분해가 잘 안 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상품의 대체 소재로 활용할 수 있다.
SKC 관계자는 “이미 20여곳의 고객사와 시험을 통해 상업 적용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SKC는 농협경제지주·함양농협·일신화학과 함께 농업용 생분해 비닐제품 시범 사업을 하고 있다. SKC가 고강도 PBAT 소재를 제공하고, 일신화학이 생분해 멀칭필름을 만들어 함양군 양파 재배단지에 공급하는 구조다. 농작물 재배 토양을 덮는 멀칭필름은 경작 후 수거해 처리해야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 생분해성 제품을 활용하면 환경문제는 물론 인력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
GS칼텍스·LG화학, 생분해 플라스틱 원료 개발
LG화학 관계자는 “3HP는 기저귀에 쓰이는 고흡수성수지(SAP)와 도료·접착제·코팅제·탄소섬유 등 다양한 소재의 원료로 사용 가능해 시장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양사는 2023년부터 3HP 시제품을 생산해 생분해성 소재 등 다양한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다. 이들 회사는 재생 가능한 자원으로 석유화학 연료와 화학제품 등을 만드는 화이트 바이오 분야에서 협업하고, 지속가능한 바이오 생태계 실현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생분해 소재 시장은 최근 유럽 중심의 일회용 플라스틱 사용 규제 강화와 폐플라스틱 이슈 확산 등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한 시장조사업체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약 25만톤 규모였던 글로벌 PBAT 시장은 2025년 약 50만 톤으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중국과 미국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퇴출을 본격화하면서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SKC는 잠재수요가 200만t을 상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21조원 규모인 글로벌 바이오 플라스틱 시장은 연평균 23% 성장해 2026년 34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 석화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인 저탄소 정책 기조 강화로 정유·화학 제품의 수요가 크게 줄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친환경 제품 개발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다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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