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차별금지법은 밑밥? "文이 던질 진짜 카드 따로 있다"

강태화 2021. 11. 28.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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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년째 이어온 ‘개 식용’ 논란에 이어, 20년째 결론 내리지 못한 ‘차별금지법’.

임기 6개월을 남겨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국면에서 민감한 주제들을 계속 이슈화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월 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북한에서 온 풍산개 ‘곰이’와 원래 데리고 있던 풍산개 ‘마루’ 사이에 낳은 새끼들을 공개했다. 뉴스1


둘 다 여론이 팽팽히 갈리는 문제들이어서, 문 대통령의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개 식용 문제는 지난 9월 27일 나왔다. 문 대통령이 국무총리와의 오찬에서 “개 식용 금지를 신중하게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는가”라고 한 말이 소개된 것이 발단이 됐다.

당시는 ‘대장동 사건’이 부상하던 때다. 그런데 대통령의 발언으로 여론의 관심이 일부 옮겨갔다. ‘펫심’ 공략이 필요한 대선주자들도 가세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8월 20일 보호견 '오리'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후보는 당시 개식용 금지, 동물병원의 진료항목과 진료비 표준화, 반려동물 의료보험 도입 및 반려동물 공제조합 설립 검토, 반려동물 양육 전 '반려동물 기본예절교육' 의무화, 반려동물 행동지도사 신설, 무분별한 동물거래 행위 제한 등의 동물복지 공약을 내걸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대통령의 발언 직후 “개 식용은 사회적 폭력”이라고 했고, 25일엔 “먹히기 위해 태어난 개는 없다. 이제 1500만 국민의 곁에 있는 개의 식용 문제를 종식해야 할 때”라고 밝혔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지난달 31일 “개 식용을 개인적으로 반대한다”면서도 “식용개는 따로 키우지 않나”라고 하면서 동물애호단체의 비판을 받았다. 그러자 19일엔 “저는 ‘개 식용에 반대한다’고 분명히 말씀드렸고, 형사처벌이나 법제화에 대해 국민적 합의를 거칠 문제라고 했다”며 당시 발언 취지를 다시 설명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8월 6일 반려견 전용 인스타그램(SNS)인 '토리스타그램'에 침대 위 반려견들에게 둘러싸인 사진을 공개했다. 사진에는

이런 가운데 김부겸 총리는 25일 “개 식용 종식에 대한 논의에 본격 착수하겠다”며 사회적 논의기구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기간은 내년 4월까지다. 3월 9일 대선까지 개 식용 문제가 ‘살아있는 카드’가 될 거란 뜻이다.

'개 식용 문제 논의기구' 구성이 결정된 그 날(25일) 문 대통령은 “인권이나 차별금지에 관한 기본법을 만들지 못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이라는 기구법 안에 인권 규범을 담는 한계가 있었다”며 차별금지법을 새 이슈로 꺼냈다.

문재인 대통령이 25일 서울 중구 명동성당 꼬스트홀에서 열린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20주년 기념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성별ㆍ인종ㆍ종교ㆍ장애ㆍ성정체성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하는 차별금지법은 2007년 처음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동성결혼 합법화 등을 이유로 보수 기독교계 등에서 거세게 반대론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본인도 2012년 대선 때는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했지만, 2017년 대선 때는 이를 공약에서 뺐다.

차별금지법도 곧바로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됐다.

이재명 후보는 “당면한 현안이거나 긴급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적 합의에 이르러야 한다”는 속도조절론을 제시했다. 윤석열 후보는 “개별 사안마다 신중하게 형량 결정이 안 돼 일률적으로 가다보면 개인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문제가 많이 생긴다”며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차별금지법 연내제정·정의당 끝장 농성 돌입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반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차별금지법이 제정되는 날까지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겠다”고 밝혔고, 정의당은 대통령의 발언이 나온 25일부터 농성에 돌입했다.

문 대통령의 이슈 제기를 두고 정치권에선 “대선 때까지 국정 운영이나 정치 이슈의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개 식용 발언으로 여당 후보와 관련한 대장동 관련 이슈가 일부 분산됐다. 정의당이 요구하는 차별금지법을 놓고는 “막판 민주당과 정의당간 연대의 고리가 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리고 문 대통령이 마지막까지 주도권에 집착하는 이유와 관련해선 “임기말 ‘진짜 카드’인 종전선언을 던지기 위해서일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문 대통령은 9월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했다. 그리고 이달 들어 외교안보 라인의 고위 인사들을 통해 “한ㆍ미 조율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는 언급이 계속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참석해 종전선언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뉴스1

특히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미국도 종전선언의 필요성에 대해 의견이 거의 일치한다”고 했고, 문 대통령은 26일 대북업무를 총괄하는 국가정보원 1차장에 ‘실세’로 불리는 박선원 국정원 기조실장을 기용했다.

그런데 인사 발표 직전 이재명 후보는 페이스북에 “윤 후보는 ‘종전선언에 반대한다’고 했는데, 제1야당 후보가 종전선언에 반대하는 것은 예삿일이 아니다”라며 “종전이 아니면 대안은 무엇인지 해명해달라”고 적었다.

윤석열 후보는 지난 15일 유엔사령부 무력화를 이유로 “종전만 분리해 정치적 선언을 할 경우 부작용이 크다고 생각한다”며 종전선언에 대한 반대입장을 밝힌 상태다.

2018 남북정상회담이열린 4월 27일 오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함께 군사분계선(MDL)을 북측으로 넘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문 대통령이 임기말에 논쟁적 이슈를 내더라도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며 “특히 여론조사에서 모든 유권자들이 종전선언을 우선순위로 두지 않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기 때문에 여권 일각의 기대와 달리 종전선언이 대선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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