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흔드나..심상정·안철수·김동연 '3지대 빅텐트론' 뜬다
최근 정치권에 다시 ‘제3지대 빅텐트론’이 거론되고 있다. 거대 양당에 속하지 않은 세력을 모두 모아 하나의 세력으로 대선을 치르자는 취지다.
방아쇠는 지난 22일 “제3지대 공조를 시작하겠다. 조건없이 만나자”며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에게 만남을 제안한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당겼다. 이에 안 후보도 ”시대교체를 위한 정책에 대해서 언제, 어디서든 논의가 가능하다“며 가능성을 열어두면서 제3지대 연대 가능성이 급부상했다.
24일에는 김동연 새로운물결(가칭) 대선후보까지 포함한 삼각연대 가능성도 제기됐다. 김 후보와 가까운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세 후보를 통칭해 “신지대”라고 칭하면서 “조만간 세 분이 한 자리에 나오는 그림이 놀랍지 않다”고 말하면서다.
심 후보 역시 26일 다시 라디오 인터뷰에서 “지금 (국민의당과 정의당 간)실무선에서 (회동)논의를 하고 있다. 곧 구체화될 것”이라며 “일단 기득권 양당 체제를 끝내자고 천명한 분들이니 안 후보를 만나 뵙고 순차적으로 김 후보도 만나 뵐 생각”이라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선 심 후보의 적극적 움직임에 대해 “양당 위주의 여론판을 뒤흔들어보려는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역대 대선에서 제3지대 연대론은 늘 대선판의 변수였다. 2017년 대선 당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필두로 한 ‘빅텐트'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맞붙을 범여권 후보로 급부상했던 반 전 총장은 귀국 직후부터 “대선 전 분권형 개헌”을 내세우고 김종인ㆍ손학규 등 중도성향 인물과 접촉하고 바른정당 입당을 타진하며 '반문연대'설에 불을 붙였다.
그러나 이후 지지율 하락세가 이어진 가운데 반 전 총장은 20일 만에 대선 중도포기를 선언했다. 이후 대선을 두달 앞두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통합정부”를 외치며 독자 출마했지만, 제3지대 세력 규합에 차질을 빚으면서 출마선언 일주일 만에 다시 불출마로 돌아섰다.
2002년에는 한나라당을 나와 한국미래연합을 창당했던 박근혜 대표, 정몽준 국민통합21 대선후보, 이인제 민주당 의원 등의 ‘3자 연대론’이 한때 힘을 받았다. 박 대표는 당시 “당을 가릴 것 없이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같이 일해봤으면 좋겠다”며 적극적인 연대 의사를 밝혔으나 정 후보와의 이견으로 연대가 불발됐다. 이후 정몽준 후보는 새천년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단일화를 했지만 대선 투표일 전날 지지를 철회했다.
“거대 양당 정치를 거부한다”고 외친 제3지대 후보들이 나름대로 세력을 규합해 대선을 완주한 경우도 있었다. 1992년 “중간계층을 대변하고 보수와 개혁을 조정, 선택하는 중도정당”을 표방하며 신당 창당 뒤 출마했던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1997년 신한국당을 탈당한 뒤 대선에 출마한 이인제 전 의원 등은 각각 대선에서 10% 후반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이들 모두 3위에 그쳤다. 2007년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독자 출마했던 이회창 전 총재도 15%대의 지지율을 끝으로 대선에 더이상 나서지 않았다.
대부분의 제3지대 후보들은 세력화에 실패하거나 거대 양당과의 단일화 압박에 시달렸다. 2007년 중도세력 통합을 표방한 ‘대통합신당’ 출범을 목표로 했던 고건 전 총리는 결국 대선에 불출마했다. 2012년 대선 출마를 선언했던 안철수 당시 서울대 교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단일화 협상이 무산된 뒤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치권엔 "중도층을 노리고 세력연대에 나서지만, 유권자들의 사표방지 심리를 넘기가 어렵다"며 제3지대 후보의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안철수-심상정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강한 진보'(정의당)과 '중도 보수'(국민의당)로 갈려있는 양당의 정체성이 연대의 걸림돌이 될 것이란 시각이 강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최근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후보와 심 후보의 연대는 거의 ‘국공합작’”이라고 평가절하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대로 최근 다자대결 여론조사 지지율 단순 합계가 10% 안팎인 세 후보의 연대·단일화가 성사되기만 한다면 선거 판도에 엄청난 파괴력을 미칠 수 있다.
권은희 국민의당 원내대표와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25일 비공개로 회동해 연대 가능성과 필요성에 대해 논의를 했다고 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정의당과 국민의당이 깨뜨려야 할 대상은 공통적으로 ‘기득권 양당’”이라며 “의외로 합이 잘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성지원 기자 sung.ji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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