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공정이 맞붙었다..BTS 병역특례 둘러싼 기묘한 전쟁
방탄소년단(BTS)이 군대에 가는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또다시 시끄러워지고 있다. 국익 기여도가 높은 대중문화예술인이 예술·체육요원으로 대체복무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이 국회 국방위원회에 상정된 까닭이다. 대선 주자인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까지 나서 “BTS는 대체복무 자격이 충분하다”고 목소리를 내면서 대선 국면에서의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제기된다.
25일 열린 국방위 법안소위에선 일단 개정안 처리 여부가 보류됐다. 개정안을 발의한 국민의힘 국방위 간사 성일종 의원실 관계자는 “회의에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며 “앞으로 공청회나 간담회 등 공론화 절차를 갖고 이 문제를 한 번 더 논의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국방위원 사이에서도 이 문제는 다루기 어려운 ‘핫한 주제’인 셈이다.
전 세계적인 스타로 국위선양을 하는 BTS를 현역병으로 입대시키면 안 된다는 주장은 그동안 정치권에서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18년 7월 하태경 당시 바른미래당(현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바이올린ㆍ피아노 같은 고전음악 콩쿠르에서 1등 하면 병역특례를 주는데 대중음악으로 빌보드 1등을 하면 병역특례를 주지 않는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2019년에는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장이던 안민석 민주당 의원이 “순수예술 쪽만 병역특례를 주고 대중예술은 안 주는 건 시대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0월에도 노웅래 당시 민주당 최고위원이 비슷한 취지의 주장을 이어갔다.
올해 들어서는 주장을 넘어 법안 발의로 이어졌다. 지난 6월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을 시작으로 8월엔 성일종 의원이 유사한 취지의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에 따라 지난 7~8월 임시국회에서 관련 내용이 거론됐지만 법안소위에도 이르지 못하고 논의가 중단됐다. 그러다 지난달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다시 한번 비슷한 내용의 병역법 개정안을 발의하자 이번에 3개 법안을 병합 심사하게 된 것이다.
국회의원들이 BTS의 병역특례 적용을 주장하는 근거는 뭘까.
현행 병역법상 대중문화예술인들은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없다. 지난 1973년 제정된 문화체육 분야 병역특례제는 예술·체육계 종사자들에게만 해당한다. 방탄소년단 등 대중문화 예술인들이 적용 대상이 빠지는 건 공정하지 못하다는 주장이다. 25일 법안소위 심의의 초점도 제도의 불공정함에 맞춰졌다. “축구 국가대표 손흥민은 되고 방탄소년단은 안 되는 특례 기준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가 떨어진다”는 게 병역특례 찬성 측 주장이다.
성 의원실 관계자는 “방탄소년단이 상을 받은 ‘2021 아메리카 뮤직 어워즈’, ‘빌보드 뮤직 어워드’ 등이 현행 예술·체육요원 편입 인정 대회 42개에 비해 공신력이 떨어진다고 볼 수 없다”며 “소위에 참석한 의원들도 클래식과 비교하면 대중음악계가 차별받고 있다는 의견에는 대부분 공감했다”고 말했다.
회의장 밖에서도 이런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이날 페이스북에 “문화예술 분야로 국한하더라도, 순수예술은 되는데 대중예술은 안 되는 이유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21세기의 비틀즈’라는 방탄소년단의 음악과 퍼포먼스의 예술적 가치가 클래식 장르에 미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적었다.
BTS 병역특례 적용을 반대하는 측에서도 똑같이 내세우는 게 ‘공정성’이다. “병역 의무 대상인 20대 남성들의 박탈감을 고려하면 특례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논리다. 상당수 20대 남성은 “BTS는 막대한 부와 국제적 명성을 통해 충분한 보상을 받고 있는데, 이들에게 병역특례의 혜택까지 주는 건 공정과 거리가 멀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 6월 1일 한국거래소에 게재된 BTS 소속사 ‘하이브’의 투자설명서를 보면 BTS 입대를 ‘돈의 문제’로 접근하고 있다. 당시 투자설명서에는 “당사의 주요 아티스트인 방탄소년단은 1992년생 내지 1997년생의 현역병 입영대상 멤버로 구성되어 있으며 (중략) 주 수익원인 아티스트의 입대 등으로 인한 활동 중단이 발생할 경우 회사의 수익성 및 성장성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으니…”라고 적혀 있다.
행정부도 사실상 반대 의견을 내놨다. 국방부는 이날 부승찬 국방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공평한 병역 이행이라는 원칙상 예술체육요원의 (대체복무) 확대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정작 당사자인 BTS 멤버들은 병역 혜택을 바란다는 뜻을 밝힌 적이 없다. 수차례에 걸쳐 “병역을 이수하겠다”고 강조했다. BTS 팬클럽인 ‘아미’ 측도 2018년 “BTS를 정치에 이용하지 말라”, “아미는 군 면제를 원한다고 한 적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론 이 문제를 BTS의 문제로만 보는 시선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있다. 민주당 김진표 의원실 관계자는 “병역 특례는 방탄소년단만의 문제가 아닌, 20대 남성이 민감하게 주목하는 공정성 이슈와 관련된 것”이라며 “지금보다 공정한 기준과 잣대로 병역 의무를 지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정치권에서 주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병역 특례를 둘러싼 공정성 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이 4강전까지 진출했던 2002년 월드컵 축구 당시, 대표팀이 16강에 진출하자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2가지 경우에만 특례를 적용한다’는 원칙을 깨고 선수들에게 특별 규정에 따른 병역 면제 혜택이 주어졌다.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 4강에 오른 선수들도 병역면제를 받은 적이 있다. 두 경우 모두 선수들의 노고를 인정해줘야 한다는 찬성 논리에 맞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반대 여론 역시 거셌다.
단체전의 경우는 1분이라도 뛴 선수만 병역 면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편법이 동원되기도 했다. 런던 올림픽 남자 축구의 경우 우리나라가 일본에 2대 0으로 앞서고 있어 병역 면제를 앞두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올림픽에서 한 번도 뛰지 않은 김기희 선수가 경기 종료 1분을 남기고 교체 투입돼 논란이 일었다.
올해 열린 도쿄올림픽에서는 전 세계에서 6개국만이 출전한 야구 종목에서 한국팀이 졸전을 거듭하면서도 동메달을 딸 수 있는 상황이 되자 "국위선양이 아닌 조롱감"이라며 특혜를 박탈해야 한다는 청와대 청원도 올라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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