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베이징 보이콧, 동맹과 논의한다"는데..한국은 조용, 왜?[뉴스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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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혜 외교안보팀장의 픽 :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직접 베이징 겨울 올림픽 보이콧을 언급한 뒤 국제적으로 관련 논의가 활발하다. 이유는 신장(新疆) 위구르족 등에 대한 인권 탄압 문제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뉴욕 타임스(NYT)에 “동맹들과 올림픽 참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논의 중이다. 대화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호응이라도 하듯 영국, 캐나다, 호주 등에서 보이콧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 보도가 속속 나온다.
정부 “언급할 사항 없다” 원론적 입장만
그런데 역시 미국의 동맹인 한국은 조용하다. 바이든 대통령의 보이콧 언급에 대해 묻자 외교부 당국자는 “외국 정상의 발언에 대해서는 언급할 사항이 없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베이징 올림픽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전기가 되고, 동북아와 세계 평화ㆍ번영에 기여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는 기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는 기존의 원론적 입장만 반복했다.
이어 “베이징 올림픽 외교적 보이콧과 관련해 미국 측으로부터 협의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문제는 현재 문재인 정부는 이런 고민이나 논의 자체를 피하는 분위기라는 점이다. 물론 내부적으로, 또 물밑에서 어떤 논의가 이뤄지는지 모두 파악할 순 없다. 하지만 그간 문재인 정부가 중국 인권 상황과 관련해 보여온 입장과 연결해 보면, 이번에도 비슷한 태도일 것이란 ‘합리적 의심’이 든다.
한ㆍ미 성명서 빠진 中 인권…“우리 정부 입장”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 5월 25일 브리핑에서 5ㆍ21 한ㆍ미 정상 공동성명에 신장 위구르족 인권 침해 등이 명시되지 않은 이유를 묻자 “중국 문제에 대해서는 국제사회에서 여러 가지 논의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한ㆍ중 간의 특수 관계에 비춰 우리 정부는 중국 내부 문제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계속 자제해 왔다”고 답했다. 또 “이런 우리 정부의 입장이 이번 공동성명에도 그대로 반영된 것이라고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한국이 원치 않았기 때문에 중국 인권 관련 내용이 한ㆍ미 공동성명에서 빠졌다는 걸 대놓고 인정했을 뿐 아니라, 문재인 정부는 보편적 가치인 인권 문제를 한ㆍ중 관계라는 특정한 프리즘에 맞춰 보고 있다는 입장을 공표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이에 앞선 5월 15일에도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이 위구르족 문제에 깊은 유감을 표한 데 대한 정부 입장을 묻자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우려나 유감이란 단어를 쓰지 않은 채 “국제사회의 동향을 주시 중”이라고 답했다.
中, 정상회담 文 발언도 왜곡했는데…
여기에 더해 잊지 말아야 할 ‘사건’도 하나 있다. 2019년 12월 베이징에서 열린 한ㆍ중 정상회담 직후 중국 언론들이 일제히 “문 대통령이 홍콩과 신장 문제는 ‘중국의 내정’이라고 밝혔다”고 속보를 냈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직후 브리핑에서 “이 표현은 사실에 부합한다”며 보도가 사실이라는 취지로 답변했다.
‘중국의 내정’이란 건 내정이니 제3국이 간섭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문 대통령이 홍콩이나 위구르족 문제에서 중국을 지지했다고 해석하기에 충분한 내용이었다. 그러자 청와대는 뒤늦게 “시진핑 주석이 홍콩ㆍ신장 문제에 대해 ‘이 문제들은 중국의 내정 문제’라고 설명했고,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시 주석의 언급을 잘 들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설명대로라면 중국은 상대방 정상이 하지도 않은 말을 지어내 대대적으로 홍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외교적 결례를 범한 셈이었다. 하지만 중국이 이런 결례를 범한 뒤에도 정부는 여전히 신장 문제만 나오면 공개 언급조차 꺼리며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데만 집중하고 있다. 심지어 정의용 장관은 5월 브리핑에서 신장 위구르족 인권 탄압을 “중국 내부 문제”로 언급, 중국과 유사한 표현을 썼다.
‘보이콧’ 논의, 中 인권에 관심 키워
결론과 별개로 베이징 올림픽 보이콧에 대해 고민하는 것은 중요하다. 사실 바이든 대통령이 언급한 ‘외교적 보이콧’에 대해서는 실효성이 없다는 회의론이 미국 내에도 있다. 올림픽을 축하할 정부 대표단만 보내지 않는 것이지, 선수들은 올림픽 경기에 참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는 보이콧의 원인이 되는 중국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적 관심이 커지는 효과로 이어지고 있다. 보이콧을 하고 말고를 떠나 이전보다 훨씬 많은 이들이 위구르족 인권 탄압 등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점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미 소기의 목적을 일부 달성한 것일 수 있다.
사실 이런 사안에 대한 우리 국민의 관심은 절대 작지 않다. 동아시아연구원(EAI)과 일본 겐론 NPO가 10월 발표한 흥미로운 여론조사 결과를 보자.
국민 63% “中 인권, 강경 대응해야”
한국인 1012명, 일본인 1000명에 ‘미국을 포함한 민주주의 국가들이 중국 내 인권 탄압 문제에 강경 대응하는 것에 동참해야 한다고 보느냐’고 묻자 한국인 61.0%가 “해야 한다”고 답했다. “할 필요 없다”(24.8%)는 응답보다 훨씬 높았다. 일본인 중 “해야 한다”는 응답이 35.0%인 것과 비교해도 압도적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이미 2019년 8월 일본의 수출 규제 보복에 대응해 과감하게 지소미아(GSOMIA, 한ㆍ일 군사정보보호협정) 종료를 결정하며 여론조사를 근거로 들었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는 “정무적으로 국민들 의사를 파악하기 위해 청와대 내부 참고용으로 거의 매일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국가 이익이라는 것은 명분도 중요하고 실리도 중요하고 국민의 자존감을 지켜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안보에 직결되는 결정에도 적용할 정도로 여론조사를 중시해온 정부다. 이 논리를 지금 다시 적용해볼 생각은 없나.
유지혜 기자 wisep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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