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령 134살 피아노, 그건 민주화운동 교수의 아내 선물
1959년 봄 인천항. 30대 남편의 눈가는 젖어있었다. 3년 만에 고국 땅을 밟은 그는 “뒷바라지해준 부인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어 배에 싣고 온 피아노와 함께 내렸다. 신혼임에도 홀로 고생한 아내를 위한 선물이었다. 그렇게 한국과 인연을 맺은 이 피아노는 수십년간 부부와 함께한 뒤 최근 새 보금자리에서 시민들과 만나고 있다. 1970~80년대 민주화운동에 앞장섰던 원로 행정학자 고(故) 이문영(1927~2014) 교수와 그의 애장품인 134년 된 피아노 얘기다.
귀국길, 아내 위해 택한 선물
그의 소망대로 피아노는 파란만장했던 시절, 가정의 등불이 됐다. 고려대에서 다시 교편을 잡은 이 교수는 1960년대 이후 격동의 근현대사 중심에 섰다. 3·1민주 구국선언, YH 사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등에 목소리를 내면서 교수직을 세 차례 해직당했고, 4년 6개월 동안 옥고를 치렀다. 65년 한·일회담 반대 운동을 탄압하기 위해 군인들이 교정에 난입했을 때 항의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이 교수가 고초를 겪는 와중에도 아내는 꿋꿋이 3남매를 길러냈다. 어머니는 피아노를 연주했고, 아이들에게 피아노를 가르치면서 엄혹한 시절을 버텨냈다고 막내딸 선아(55)씨는 전했다.
134세 국내 최고령 피아노
이 교수 뜻 따라 피아노 기증
인천 중구청은 김구 역사 거리 인근 대불호텔에 피아노를 전시하기로 했다. 과거 한국 최초의 서양식 호텔인 대불호텔 3층에서 피아노 연주회가 열렸다는 기록 등에 따라서다. 인천 중구청은 피아노를 영구 보존해 연구, 교육 자료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선아씨는 “우리 딸까지 3대가 피아노의 건반을 두드리며 울고 웃었다. 부모님이 떠난 뒤 한동안은 마음이 아파 보지 못했던 소중한 가족이었다”며 “우리에게 행복을 줬던 피아노가 앞으로도 만나는 모든 이들에게 의미 있는 존재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심석용 기자 shim.seoky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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