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부금 대신 갚아준다고? 중고차대출의 덫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 2021. 11. 26.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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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차대출 사기 기승
명의대여·대환대출 등으로 피해자 유혹
비대면 캐피탈 사칭 유의해야

[한국경제TV 장슬기 기자]

"명의만 대여해주면 중고차 할부대출금과 부대비용은 대신 갚아드릴게요"

금융감독원은 소비자 피해가 크다고 판단되는 사안에 대해선 '소비자 경보'라는 것을 발령합니다. 올해 발령됐던 소비자 경보 중 피해 액수가 상대적으로 큰 것이 있는데요, 바로 중고차대출입니다. 중고차 시장의 경우 판매자와 구입자간 정보의 격차가 큽니다. 일반 구매자들은 중고차의 품질이나 공정가격 등 정보를 알기가 쉽지 않죠. 이 같은 정보 비대칭성을 악용한 아주 악날한 수법들, 이번 주 슬기로운 금융생활에서 다뤄보려 합니다.

◆ "할부금 대신 갚아줄게, 명의만…"

최근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고 비대면 거래가 확대되면서 온라인이나 전화 등을 통한 금융사기 피해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대출이 급한 저신용자, 구직중인 사회초년생, 전업주부 등이 주요 타깃입니다. 그 중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이 있는데요, 바로 '명의대여'입니다.

명의를 빌려달라고 하는 수법, 중고차대출 사기에서 가장 많이 쓰여지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렌트카 사업을 하는 사기범은 "명의만 대여해주면 할부대출금과 부대비용을 대신 갚아주고, 자동차를 렌트카로 돌려 나오는 수익금을 매월 제공하겠다"고 약속합니다. "대출기간이 지나면 자동차를 재매입해 명의를 이전하겠다"는 말로 피해자를 현혹합니다. 피해자 입장에선 명의만 빌려주면 손해보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사기범은 할부대출금을 약 2개월 정도 대신 납부해주면서, 명의 대여자를 소개해주면 사례금을 지급하겠다고 유인하죠. 피해자는 친척이나 지인 등을 추가로 사기범에게 소개하기도 합니다.

문제는 2개월 후입니다. 대부분의 사기범은 할부대출금을 납부하다 중단하고, 사기범에게 차량 반납을 요구하면 "사업이 어려워졌다"는 핑계로 차량 반납도 치일피일 미루죠. 결국은 잠적으로 마무리됩니다. 피해자는 차량도 확보하지 못한 채 남은 할부대출금을 부담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수사의뢰나 민사소송을 제기해도 결국 피해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거액의 대출금 상환 부담으로 연체는 물론, 신용도까지 하락하는 등 추가적인 피해를 입게 됩니다.

◆ "중고차 대출 받으면 신용도 올라요"

한 가지 수법을 더 알려드리겠습니다. 주로 저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수법입니다. 급한 자금이 필요해 대출을 알아보던 한 사람에게 "임시로 중고차 대출을 받으면 신용도가 좋아져서 2개월 정도 후에 제1금융권에서 저리의 대환대출이 가능하다"는 달콤한 유혹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보통 이런 경우 전화를 끊으면 그만이지만, 대출이 절실한 사람 입장에서는 차량을 확인하지 않은 채 필요하지 않은 고가의 차량을 구입하는 데 동의하는 중고차 대출계약을 전화를 통해 비대면 방식으로 체결하게 됩니다.

약정한 기일이 경과해도 저리의 대환대출은 이뤄지지 않고, 사기범은 "대출자격이 미달돼 저리의 대환대출이 가능하지 않은 것이니 나는 잘못이 없다. 고소를 하든지 마음대로 하라"는 청천벽력 같은 말만 남기고 연락이 두절됩니다.

이 경우 피해자는 불필요한 고가의 차량을 구매가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팔아,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고, 잔여 할부대출금을 부담하게 됩니다. 너무나도 가슴 아픈 엔딩입니다.

◆ 진화하는 중고차 대출 사기

위에서 언급한 두 사례는 모두 실제 사례입니다. 가슴 아프지만 실제로 이런 피해를 당해 아직까지도 할부금을 갚고 있는 피해자들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소비자들이 유의해야 하는 수법들은 상당히 많습니다. 일반 소비자들의 경우 중고차 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악용해 캐피탈사를 사칭하며 다양한 사기를 시도하는 겁니다.

캐피탈사 외에도 수출중고차위탁판매를 한다며 "명의를 대여해주면 대출금과 보험금 등 부대비용을 대신 갚아주고, 중고차 수출을 통해 한 대당 2,000만 원의 수익 배당금을 제공하겠다"며 피해자를 현혹하는 수법. 자동차 운전기사 채용을 빌미로 "사업상 명의 대여가 필요해, 중고차 대출 이후 기사로 채용하겠다"며 일자리를 이용한 수법.

"저런 수법에 속는다고?"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급전이 절실한 사람은 판단력이 흐려지기 마련입니다. 더욱 더 깊은 대출의 늪에 빠질 수 있습니다. 특히 명의 대여의 경우 실질적으로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더욱 안일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본인 명의로 체결된 모든 대출 계약의 원리금 상환 의무는 '본인에게 귀속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 슬기로운 TIP

피해가 커질 수 있는 여러 사례들을 소개해 드렸지만, 가장 안타까운 점은 소비자 스스로 각별히 주의하는 방법밖에 대응책이 없다는 것입니다. 일단 대출 명의를 대여해달라는 제안은 무조건! 거절해야 합니다. 중고차 대출을 실행하면 저리의 대환대출이 가능하다거나, 차량을 구매하면 취업을 시켜주겠다는 수법은 주로 전화나 문자, URL 등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반드시 차단해야 합니다. 전화의 경우에는 바로 끊어버리는 것을 추천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내 명의로 실행한 대출은 내가 갚아야 합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문화가 빠르게 확산되면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편의성이 높아진 부분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 만큼 비대면을 통한 사기수법도 점점 진화하고 있죠. 금융사기 수법이 진화하는 만큼, 소비자들도 함께 똑똑해져야 합니다. 우리 모두 현혹되지 맙시다.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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