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교체론 못 미치는 尹지지율.."스트라이커 골결정력 문제"

허진 2021. 11. 26.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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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 연합뉴스


흔히 당락을 가르는 선거의 3요소로 인물·구도·바람을 꼽는다. 축구 경기에서 리그 최고 라인업(인물)을 보유한 팀이 부상자가 많은 팀(구도)을 상대로 압도적 응원(바람)을 받으며 시합을 한다면 승리는 떼어 놓은 당상이나 마찬가지다.

내년 3·9 대선에서 야권의 승리를 전망하는 사람이 흔히 꼽는 이유는 그 중에서도 ‘구도’다. 문재인 정부에 실망해 정권 교체를 바라는 국민이 많기 때문에 야권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실제 대부분의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원하는 여론은 ‘정권 재창출’을 바라는 여론을 압도하거나 상회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지지율과 정권 교체 찬성 비율은 여전히 간극이 크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22~24일 조사해 25일 발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국정 안정론은 39%, 정권 심판론은 48%였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를 포함한 4자 대결 여론조사에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가 각각 32%와 35%였다. 정권 심판론(48%)과 윤 후보의 지지율(35%)간 격차가 13%포인트나 된다.

좁혀지지 않는 정권교체-윤석열 지지 간극.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문제는 이와 같은 간극이 꽤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NBS 조사를 기준으로 지난 4일 정권 교체 찬성 비율과 윤 후보 지지율 격차는 19%포인트였다. 그러다 지난 5일 윤 후보가 국민의힘 후보로 최종 확정된 뒤 홍준표 의원 등 경선 경쟁자의 지지율을 일부 흡수한 뒤 지난 11일 조사에서 격차는 12%포인트로 줄었다. 일주일 뒤 지난 18일 조사에선 11%포인트까지 좁혀졌지만 지난 25일 조사에선 이게 다시 13%포인트로 벌어졌다. 실제 여론조사 측정오차를 고려하면 간극에 큰 변화가 없는 셈이다.

이러한 간극은 연령별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머니투데이 의뢰로 한국갤럽이 지난 22~23일 조사해 24일 공표한 여론조사에서 ‘정권 교체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좋다’는 응답은 53.5%였다. 반면 윤석열 후보 지지율은 38.4%로 격차가 15.1%포인트였다.

이를 연령대별로 나눠서 보면 60대 이상은 정권 교체 찬성 64.1%, 윤 후보 지지 59.3%로 간극이 4.8%포인트에 불과했다. 하지만 60대 이상 다음으로 정권 교체 찬성 비율이 높아 61.1%에 이르는 20대에서 윤 후보 지지는 28.6%에 그쳐 그 간극이 32.5%포인트에 달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2030세대에서 더 큰 정권교체-윤석열 지지 간극.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왜 이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우선 전문가들이 공통점으로 꼽고 있는 문제는 “국민의힘 경선이 끝난 뒤 ‘컨벤션 효과’가 소진되는 동안 윤 후보가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상일 케이스탯컨설팅 소장은 “정권 교체를 바라는 여론은 균질하지 않고 다양하다”며 “기계적으로 무조건 뽑는 게 아니라 ‘내가 찍을 이유’를 찾는 유권자 입장에선 윤 후보가 국민의힘 경선이 끝난 뒤 마음을 끌어당길 만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경선 뒤 별다른 모습 못보여”…3김 ‘올드 보이’ 논란까지

선거대책위원회 구성 과정에서 생기고 있는 잡음도 문제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윤석열 후보 측의 갈등이 커지면서 피로도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선대위 구성 난항이 계속되고 그게 실시간으로 언론에 중계되면서 생기는 피로도와 실망감이 크다고 본다”며 “정권 교체를 바라지만 (국민의힘에 대한) 충성도는 떨어지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바로 감점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인(81) 총괄선대위원장, 김병준(67) 상임선대위원장, 김한길(68) 새시대준비위원장 등 이른바 ‘3김’을 둘러싼 ‘올드 보이’ 논란은 2030세대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청년층이 주로 모이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부글부글대는 비판 여론이 감지된다. 또 1994년생인 국민의힘 임승호(27) 대변인조차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활력이 넘쳐나던 신선한 엔진이 꺼져가는 느낌이다. 매일 선대위 명단에 오르내리는 분들의 이름이 어떤 신선함과 감동을 주고 있나요”라고 직격할 정도다.

국민의힘 윤석열(오른쪽) 대선 후보와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24일 저녁 서울 시내 식당에서 만찬 회동을 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궁극적으로는 윤 후보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진단이 나온다. 박명호 동국대(정치학) 교수는 “정권 교체 여론이 높다는 건 국민의힘 입장에선 대선 승리를 위한 필요조건을 갖춘 것”이라며 “실제 승리를 위해선 충분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그건 윤 후보가 비전이나 정책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윤 소장은 “여론조사 수치로만 보자면 정권 교체를 원하는 유권자들이 계속해서 윤석열이라는 최전방 공격수에게 공을 패스하고 있는데 아직 골을 못 넣고 있는 상황과 같다”며 “계속 골 결정력이 없으면 실망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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