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알에 사상 재우면 바위 깨"..북한은 왜 사상전 집중하나

강현태 2021. 11. 2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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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권 10년 맞은 김정은
'독자 사상' 구축 꾀하나
경제난 여파..대외개방 앞두고
내부 기강 다잡기 차원 분석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조선중앙TV/뉴시스

"닭알(계란)에도 사상을 재우면 바위를 깰 수 있다"


북한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연일 사상전에 주력하고 있다. 장기화된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북한이 연초 제8차 노동당대회를 통해 수립한 각 분야 성과를 결산하기 앞서 내부 결속 다지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6일 '주체의 사상론을 틀어쥐고 나가면 백전백승한다'는 제목의 머리기사에서 △제8차 사상일꾼대회(2014) △제1차 전당초급당위원장대회(2016) △제5차 세포비서대회(2017) △제2차 전국당초급선전일꾼대회(2019) 등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권 이후 지속돼온 사상전 관련 행사를 언급하며 "사상은 사회주의의 생명" "사회주의 위력은 곧 사상의 위력"이라고 밝혔다.


신문은 김 위원장이 현지지도 등을 통해 사상전의 중요성을 언급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지난 10년 세월 과연 무엇으로 내 조국의 존엄과 위용이 높이 떨쳐졌고 우리 인민이 어떻게 몰라보게 성장할 수 있었는가에 대한 대답이, 천만 시련이 겹쳐 들어도 우리 조국의 앞길에는 오직 승리만이 약속되어 있는 그 비결이 주체의 사상론에 담겨있다"고도 했다.


앞서 북한은 6년 만에 '제5차 3대혁명 선구자대회'를 개최해 전인민이 사상적으로 무장해야 한다는 점을 대대적으로 강조한 바 있기도 하다.


김 위원장은 해당 대회에 보낸 서한에서 사상·기술·문화 혁명을 뜻하는 "3대혁명 노선이 어제도 오늘도 변함없는 사회주의·공산주의 건설 강령이자 우리 당의 총노선"이라며 "오직 우리의 힘으로 우리 식의 발전침로를 따라 굴함 없이 억세게 전진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북한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가한 북한 주민이 눈물 흘리는 모습 ⓒ조선중앙TV

전문가들은 북한의 사상전 강조 흐름이 '김 위원장 집권 10년'과 무관치 않다는 평가를 내놨다. 지난 2011년 집권한 김 위원장이 독자 사상을 구축하기 앞서 사전 정지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앞서 국가정보원은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북한이 최근 당 회의장 배경에서 김일성·김정일 사진을 없애고, 내부적으로 '김정은주의'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등 독자적 사상체계 정립을 시작했다"고 밝힌 바 있다.


켄 고스 미국 해군분석센터(CNA) 적성국 분석국장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의 인터뷰에 "지난 2016년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 '김정은 시대' 공고화 작업이 시작됐고 지금은 새로운 단계에 진입했다"며 "지도력 공고화를 위해선 사상적 기반이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당 회의 등을 개최하며 지도부에 김정은의 구상과 사상적 토대를 분명히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경제난 등 어려워진 내부 상황을 관리하기 위해 사상전에 힘을 싣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국경봉쇄 여파로 경제 직격탄을 맞은 북한이 향후 국경 개방과 적극적 대외 행보를 염두에 두고 내부 기강 다잡기에 주력하고 있다는 관측이다.


워싱턴 싱크탱크 스팀슨센터의 이민영 연구원은 북한 경제가 어려운 상황이라며 최근 개최된 3대혁명 선구자대회가 "사상적으로 인민들을 결속시키고 경제 성과를 독려하기 위해 열린 행사라고 본다"고 말했다.


마이클 매든 스팀슨센터 연구원은 3대혁명 선구자대회를 통해 강조된 사상전 관련 후속 조치들이 상당기간 이어질 것이라며 "북한이 코로나 봉쇄 완화에 대비해 주민들을 (사상적으로) 준비시키려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매든 연구원은 "향후 6개월간 북한의 (국경) 재개방 움직임을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며 "사상 주입·정치행사·정책발표 등도 동시에 활발히 진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민영 연구원은 "한국 대선이 다가오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북미관계 개선이 경제 상황을 개선하는 데 중요하다는 것을 굉장히 잘 알고 있다. 계속 문을 걸어 잠그기보단 내년 초 조금 더 적극적인 외교를 펼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도부 인사들을 앞에 두고 발언하고 있다. ⓒ조선중앙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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