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 신드롬, K-OTT로 잇는다
영화·드라마 기획·제작·유통 글로벌 스튜디오
새로운 콘텐츠 발굴·기존 IP 리메이크로 세계화
'티빙' 날개 달아 "다양한 해외활로 개척 기대"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최고경영자(CEO)는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초록색 체육복 차림이었다. '오징어 게임'에서 참가자들이 입은 의상이었다. 이 드라마는 공개되고 28일 동안 1억4200만 명이 2분 이상 시청했다. 공격적인 투자의 결과였다. 넷플릭스는 올해만 한국 콘텐츠에 5500억 원을 쏟아부었다. 제작 역량을 강화해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을 확보하고 국제 경쟁력을 공고히 했다.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도래로 콘텐츠 수요는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유수 제작사들은 활발하게 거래된다. 아마존프라임을 운영하는 아마존닷컴은 '007' 시리즈 등을 만든 메트로 골드윈 메이어(MGM)를 65억 달러(약 7조7285억 원)에 인수했다. OTT를 준비 중인 사모펀드 블랙스톤은 헬로 선샤인과 문벅 스튜디오를 각각 9억 달러(약 1조701억 원)와 30억 달러(약 3조5679억 원)에 사들였다. 전자는 리스 위더스푼이 세운 미디어 기업. '빅 리틀 라이즈', '더 모닝 쇼' 등 여성 콘텐츠 제작으로 유명하다. 후자는 유튜브 구독자 1억2200만 명을 보유한 키즈 채널 '코코멜론' 제작사다.
큰손들의 매입 경쟁에 CJ ENM도 뛰어들었다. 지난 19일 엔데버 콘텐트를 7억7500만 달러(약 9216억 원)에 인수했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과감한 의사결정을 주저했다고 반성한 뒤 보름 만에 단행한 대형 거래였다. CJ ENM의 행보는 근래 더디고 느렸다. 영화 '기생충'이 유례없는 성공을 거뒀으나 코로나19 확산으로 후속 사업 전개에 애를 먹었다. 지난 20개월 동안 개봉한 영화도 고작 여섯 편. '영웅', '헤어질 결심', '사일런스' 등 대작은 개봉할 엄두조차 못 냈다. 글로벌 OTT에 밀려 안방마님 자리를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인수는 내실을 다지고 외양을 넓힐 초석이다. 엔데버 콘텐트는 스포츠·엔터테인먼트그룹 엔데버그룹홀딩스가 2017년 설립한 글로벌 스튜디오다. 영화·드라마를 기획·제작·유통한다. 대표작은 드라마 '어둠의 나날'·'아홉 명의 완벽한 타인들'·'킬링 이브'와 영화 '북클럽'·'저스트 머시'·'인더 하이츠.' 영화 '라라랜드'·'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제작에도 참여했다. HBO(미국)·BBC(영국) 등 각국 대표 방송 채널과 넷플릭스·애플TV+·아마존프라임 등 글로벌 OTT에 유통하며 영향력을 넓혀왔다. 영화 '토르: 라그나로크'의 타이카 와이티티, 드라마 '뉴스룸'·'식스 핏 언더'의 앨런 포울, '빅 리틀 라이즈'의 페르 사르 등 역량 있는 연출자도 다수 포섭했다.
CJ ENM은 글로벌 전초 기지로 보고 접근했다. 새로운 콘텐츠 발굴은 물론 기존 IP의 리메이크로 K-콘텐츠를 확산한다는 구상이다. 엔데버 콘텐트는 북미뿐 아니라 유럽과 남미 19개국에 유통 거점이 있다. 이 같은 체계는 세계화에 필수 조건이다. '기생충'은 네온의 배급망 덕에 북미시장에 수월하게 안착했다. 드라마 '스위트홈'·'사랑의 불시착'·'갯마을 차차차'의 흥행도 넷플릭스의 폭넓은 공급망이 뒷받침돼 가능했다. CJ ENM 관계자는 "이번 인수로 강력한 유통 파이프라인을 흡수했다"며 "다양한 해외 활로 개척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공급할 콘텐츠의 제작 역량은 충분히 갖춰졌다. 드라마의 경우 '미스터 선샤인'·'알함브라 궁전의 추억'·'호텔 델루나'·'사랑의 불시착'의 스튜디오드래곤과 '김비서가 왜 그럴까'·'명불허전'·'주군의 태양'·'미남이시네요'의 본팩토리가 자회사다. 블라드스튜디오, JK필름, 엠메이커스, 모호필름 등 영화 제작사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 효과는 본팩토리에서 가장 먼저 나타날 전망이다. 이미 지난 1월 글로벌 콘텐츠 공동제작에 관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었다. 북미와 국내 콘텐츠 제작을 동시에 준비하고 있다. 관계자는 "아직 작품을 공개할 단계는 아니다"면서도 "내부적으로 기대가 크다"고 했다.
동서양을 아우르는 콘텐츠 포트폴리오는 티빙의 경쟁력 제고와 직결된다. 엔데버 콘텐트가 제작을 앞두거나 진행 중인 기획·개발 프로젝트는 305건 이상이다. CJ ENM은 이번 인수로 모든 오리지널 IP를 확보한다. 글로벌 진출을 앞둔 티빙에 강력한 무기가 생긴 셈이다. 당장은 일본과 동남아시아 진출에 주안점을 두고 있으나 북미와 유럽, 남미도 충분히 노려볼 수 있다. '오징어 게임', '지옥', '갯마을 차차차' 등 K-콘텐츠가 세계적 인기를 얻고 있어 지금이 적기라는 의견도 적잖다.
보유한 IP를 직접 유통하는 시스템은 수익 개선의 실마리다. CJ ENM은 지난해 넷플릭스와 3년간 콘텐츠 스물한 편을 유통하는 권리계약을 맺었다. 대다수 작품이 인기를 끌어 콘텐츠와 제작사의 영향력은 한층 커졌다. 티빙의 글로벌 진출이 늦춰지더라도 향후 유리한 조건에서 협상을 벌일 수 있다. 해외시장에서도 다르지 않다. '기생충'의 흥행으로 브랜드 인지도는 크게 올라간 상태다. CJ ENM은 이미경 CJ그룹 부회장의 주도로 스카이댄스 미디어, 애플TV+ 등 유수 글로벌 스튜디오와 각종 협업을 진행한다. 이번 인수를 논의한 엔데버그룹홀딩스도 언제든 파트너로 가세할 수 있다. 드웨인 존슨, 마크 월버그 등 유명 배우·스포츠선수 7000여 명이 포진한 만큼 새로운 도약에 큰 힘을 실어줄 수 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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