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합이 어색했어요" 한예종 전설의 10학번 배우 안은진의 고백

2021. 11. 2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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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은진은 현재만 생각하며 산다. 현재밖에 몰라서가 아니라, 미래가 너무 중요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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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한다고 들었는데 아까 간식으로 주문한 김밥이랑 떡볶이를 너무 열심히 먹어서 놀랐어요.

이제 진짜 하려고요.(웃음) 사실 다이어트는 365일 하긴 해요. 3일에 한 번씩 무너질 뿐이죠.

곧 방영 예정인 JTBC 드라마 〈한 사람만〉에서 시한부 판정을 받은 ‘표인숙’ 역을 맡았어요. 아픈 사람을 연기해야 해서 체중을 감량해야 했던 건 아니고요?

후반부 촬영 때는 정말 그래야 할 거예요. 그렇지만 미리 얘기하면 지켜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으니 일단 말을 아끼겠습니다.(웃음)

드라마 배경이 호스피스 병동이고, 살인 사건도 얽혀 있어요. 그런데 또 제목이 주는 느낌은 멜로 같기도 해요.

인물들이 범죄 사건에 휘말리기 때문에 누아르 같은 부분이 있지만, 크게 보면 한 사람이 성장하고 결국에는 구원받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와 관계없이, 특정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 그 상황 때문에 어떻게 변화하느냐 하는. 멜로 라인도 있지만 장르를 따지자면 휴먼 멜로인 것 같아요.

‘표인숙’은 직업이 세신사라는 게 특이해요. 연기를 위해 참고한 레퍼런스가 있나요?

‘인숙’은 어디에서도 받아주는 데가 없어 세신사가 된 사람이에요. 처음 대본을 보고 감독님께 “생각 나는 작품이 있다”라고 말씀드렸는데 감독님도 공감하시더라고요. 〈소년시절의 너〉라는 중국 영화예요. 이번 작품과 상황이 비슷한 건 아니지만, 주인공인 ‘표인숙’과 ‘민우천’ 역시 굉장히 아이들 같거든요. 힘들게 어른이 됐지만 아직 어리숙한 면이 있어요.

‘표인숙’, ‘성미도’, ‘강세연’ 세 여성 캐릭터의 관계도 중요할 것 같아요.

맞아요. 로맨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시한부라는 공통된 상황에 처한 세 사람의 우정이 바탕이에요. 늘 살던 대로 살다가 시한부 판정을 받고 각자 삶에 대한 선택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전개되죠. 아직 촬영 초반인데 저 역시 ‘세연’과 ‘미도’가 어떻게 살아갈지 너무 궁금해요.

전작 〈슬기로운 의사생활〉(이하 〈슬의생〉)의 여운은 많이 정리됐어요?

시간이 좀 걸렸어요. 같이 출연했던 언니들을 많이 괴롭혔죠. 힘들 때마다 전화해서 “오늘 너무 슬퍼요, 언니. 어떡해요?” 하고 징징거리다 보니 벌써 시간이 이만큼 지났어요.(웃음) 뭐가 가장 힘들던가요? 친구들 직장 생활 얘기를 들어보면 좋든 싫든 몇 년씩 봐야 하는 팀이 있잖아요. 그런데 공연이나 작품으로 만난 사람들은 몇 개월 후에는 헤어지게 돼 있어요. ‘이렇게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사라지네’ 싶죠. 어디서든 언젠가 다시 만나겠지만 이 조합으로 구성된 팀은 그 작품 딱 하나뿐이잖아요.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캐릭터인 ‘추민하’의 이미지를 넘어서야 한다는 부담은 없고요?

그런 생각은 안 해요. ‘민하’는 저보다 더 나은 캐릭터예요. 더 건강하고 밝고, 너무 예쁘잖아요. 저는 그 정도는 못 되거든요. 사람들이 저라는 배우를 그렇게 좋은 사람으로 봐주는데 그걸 꼭 깨야 할까요? 더군다나 제가 노력한다고 쉽게 되는 일은 아닐 것 같아요.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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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뮤지컬 배우로 활동하다가 처음 출연했던 드라마 〈숫자녀 계숙자〉는 어땠나요?

사실 촬영 자체는 〈킹덤〉이 먼저였어요. 학교 다닐 때 이런저런 단편영화에 출연하면서 영화제 참석한 적은 있어도 상업 드라마나 상업 영화 현장은 처음이었죠. 너무 떨렸는데 막상 촬영장에 가니 스태프들이 많이 배려해주셔서 ‘앞으로도 할 수 있겠다’ 싶었어요. 주변에 먼저 데뷔한 친구들에게 현장 이야기를 전해 들으면서 늘 ‘난 성향상 안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용기가 났죠.

영화나 드라마는 어떤 점이 안 맞을 것 같았어요?

그때가 20대 초반이었거든요. 막연히 TV에는 예쁜 친구들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또 연습 없이 바로 현장에 투입된다는 게 너무 무서웠어요. 저 스스로 그 상황을 감당할 깜냥이 안 된다고 생각한 거죠.

과거 인터뷰에서 “내 얼굴은 어떻게 보면 예쁜데 어떻게 보면 못생긴 얼굴”이라는 말을 자주 했어요. 언제 처음 그런 생각을 했나요?

그러게요.(웃음) 20대 초반이었나? 배우의 꿈을 안고 연기과에 진학했을 때 ‘난 어떤 배우가 돼야 하지?’, ‘어떤 역할을 해야 하지?’ 고민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제가 출연한 작품의 결과물을 보면서 어떨 땐 ‘되게 예쁜 구석이 있네’ 싶다가도 어떨 땐 ‘되게 웃기고 이상하다’ 생각했죠. 그때는 갈피를 못 잡았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잘 못하는 것과 편안하게 하는 걸 알게 됐어요.

〈슬의생〉부터 〈경우의 수〉까지, ‘고백 전문’ 배우기도 해요.

그러게요. 늘 고백한 느낌이네요.(웃음) 그런데 생각해보면 저만 그런 역할을 맡았다기보다 요즘 솔직하게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여성 캐릭터가 많이 나오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작품에 대한 반응은 주로 어떻게 확인하는 편이에요?

주변 친구들을 몇 명 섭외해서 후기를 물어봐요. 이 일을 하지 않는 친구들에게 제가 생각했던 대로 메시지가 전달되면 성공인 거잖아요. 매 순간 정말 많은 부분을 의지하고 있죠.

인터넷에 ‘추민하’의 MBTI가 ESFP라고 나오는 데 반해 실제 성격은 내향성인 ‘I’에 가깝다고요. 〈런닝맨〉에서도 “이상이는 과 대표여서 늘 나를 참석시키려 하는 쪽이었고, 나는 뺀질이라 빠지고 싶어 했다”라고 했어요.

인문계 고등학교를 나와서 예술 대학교에 진학해서 그런지 단합이나 동기 모임을 중요시하는 분위기가 어색했어요. 틈만 나면 모여서 뭘 하라고 하는데 적응하느라 1년 걸린 것 같아요. 과대가 보기엔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그냥 좀 따라와주면 좋은데 자꾸 어긋나고, ‘필참’이라는데 어떻게든 안 끼려고 하고.

예체능 계열이 특히 단합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너무 활발하고 끼 많은 친구가 많아서 더 어려웠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런 거 너무 좋아하지만요. 1학년 때는 학교의 관심이 온통 저희에게 쏠려서 부담스러웠는데, 2학년 되고 나니 오히려 편하고 재미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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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때는 축구부 소속이었다고요.

어릴 땐 운동을 엄청 좋아했어요. 학교에 축구부가 새로 생긴다기에 잠깐 참여했죠. 평소에 엄청 시끄러운 아이였을 거예요. 나쁜 짓은 안 하지만 딱히 말은 잘 안 들었고요. 체육 시간에 피구한다고 하면 나서서 하는 애들 있잖아요. 그런 애였어요. 그랬는데 지금은 움직이기조차 싫어하는 사람이 됐어요. 이렇게 체력이 떨어질 줄이야.(웃음)

인터넷상에 “안은진이 고등학생 때 무에타이로 전국 체전에서 우승했다”는 유언비어가 돌던데, 그것도 다 어릴 때 성격 때문일까요?

그러게요. 전 무에타이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이거 꼭 써주세요.(웃음)

과거 인터뷰에서 몸과 마음이 건강한 배우가 되고 싶다고 했던 마음은 여전한가요?

늘 그 생각을 하며 살진 않지만, 지금도 변함은 없어요. 어쩌다 마음이 아픈 캐릭터를 맡게 돼도 내가 ‘0’에 머물러야 아무런 굴절 없이 잘 전달될 수 있잖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배우로서의 삶 못지않게 저 개인의 삶도 너무 중요한 사람이에요. 연기를 하면서 제 마음이 아프거나 다치지 않기를 바라요. 힘들어서 연기를 그만두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늘 건강하게 제 삶을 잘 살아야 연기가 주는 가치도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겠죠.

건강한 마음을 위한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운동이 아니라면 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아서요.

우선 자연 보는 걸 좋아하고요. 주변에 지혜로운 친구들이 정말 많거든요. 그들과 대화하는 게 제겐 힐링이에요. 저를 올바르고 건강한 길로 나아갈 수 있게 해주는 힘이죠. 친구들과의 대화가 없었다면 더 많이 실수했을 거예요.

마지막으로, “가늘고 길게” 연기하고 싶다는 얘기도 자주 하는데 이유가 궁금해요.

그 편이 좀 더 리스크가 적잖아요.

굵고 길게 갈 수도 있잖아요?

너무 힘들지 않을까요? 운명이라면 어쩔 수 없겠지만, 아직 30대인 제가 꿈꾸기엔 너무 이른 것 같아요. 저는 노후도 생각해야 하거든요. 젊을 때 멋있는 것도 좋지만 어느 정도 열심히 일했다면 적당히 쉬면서 천천히 늙고, 좋아하는 연기를 오래 하고 싶어요.

욕심이 나진 않아요?

욕심 내고 무언가를 고민하기엔 지금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요. 제가 아무리 청사진을 그려본다 한들, 눈앞에 닥친 것들을 해결하다 보면 어느새 1년이 훌쩍 가버리더라고요.

현재에 충실한 타입이군요.

가끔은 너무 불안해서 미래를 미리 알고 싶을 때도 있지만 또 모르는 게 나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집 안에 누워서 늘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삽니다. 비우질 못해요. 그래서 이젠 진짜 운동하려고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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