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오랜 친구처럼.. 고객 곁에 있고 싶나요

2021. 11. 26.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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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칼럼]
고객이 열광하는 팬덤만이 브랜드 키울까
기업의 고유한 가치 나누는 커뮤니티 중요

브랜드는 고객이 열광하는 팬덤을 원한다. 그런데 팬덤은 브랜드를 영웅시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브랜드가 중심이 돼 추종하는 소비자가 모이는 형태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 고객 개인 정서나 고객 간 연결은 뒷전일 수밖에 없다. 또 고객 커뮤니티는 할인이나 특별 서비스 혜택을 주고 반복 구매를 유도하는 기능적 장치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렇게 얻은 고객은 돈으로 산 피상적인 관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열광적인 팬덤보다 소속감(belonging), 즉 연결감과 유대감을 부여하는 브랜드 역할이 강조된다. 누구나 타인과 연결돼 정서적 애착 관계를 형성하고 안정감을 느끼고 싶은 욕구를 가진다. 커뮤니티 활동은 소속 욕구를 충족하는 동시에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확인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 다양성이 강조되는 사회일수록 공유할 수 있는 정체성의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와 일관된 취향과 관심사를 지닌 고객이 서로 연결되고 소통하도록 지원하는 역할에 충실하면, 열성적인 팬클럽은 아니더라도 오랜 친구처럼 안정적인 고객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가을바람과 스카프, 낙엽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여 매년 가을마다 출시되는 호박 향 라테(Pumpkin Spice Latte)를 기다리는 스타벅스의 ‘리프 레이커스 소사이어티(Leaf Rakers Society)’가 대표적이다. 스타벅스의 역할은 이 연결망이 잘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다.

‘레고 라이프(Lego Life)’는 온라인 게임보다 블록 쌓기를 더 좋아하는 어린이들이 직접 만든 레고 작품을 전시하고 대화하는 공간이다. 아이들은 서로 이모티콘과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교제한다. 레고는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주고 가끔 숨겨진 조립 아이디어를 찾는 미션 챌린지 이벤트로 아이들이 더 다양하고 창의적으로 레고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도한다. 레고 라이프 멤버들은 함께 고민하며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구가 되고 그들만의 커뮤니티를 형성해간다.

‘Alone Together’의 저자 셰리 터클(Sherry Turkle) MIT 교수는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모두 연결됐지만 동시에 또 고립됐다”고 말한다. 2020년 미국 시그나 외로움 조사(Cigna Loneliness Survey)에서는 성인 5명 중 3명이 가끔 또는 항상 외롭다고 응답했다. 18~22세 젊은 층의 경우 그 비중이 73%로 2019년 69%에서 더 커졌다. 한국에서도 20대의 60%가 고독감을 느낀다고 답하는 등 심리학자들이 진단한 고독지수는 100점 중 78점에 달한다. 놀라운 점은 소셜미디어를 더 자주 사용할수록 외로움 수치가 높아진다는 것이다. 기술 발전과 함께 사회적 단절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이 증명된 셈이다. 이번 팬데믹으로 사회적 교류가 엄격히 제한되며 연결의 중요성은 한층 더 커졌다. 외로움과 고립은 기후 변화, 비만보다 더 큰 문제로 인식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기업의 사회적 책임 범위 또한 환경과 빈곤, 인종 차별을 넘어 사회적 단절, 외로움과 같은 문제 해결로 확장된다.

[최순화 동덕여대 국제경영학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5호 (2021.11.24~2021.11.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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