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외교부-산업부 싸우느라? 경제안보 격전지 7개월 비워둔 정부
미ㆍ중 공급망 갈등 등의 여파로 경제안보가 국제적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정부의 경제통상 업무에 구멍이 뚫린 채 방치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등 다자 경제통상 외교 관련 실무를 맡는 주제네바 한국대표부의 차석대사 자리가 7개월 넘게 공석인 채로 인사가 지연되고 있어서다.
7개월간의 석연치 않은 인사 지연
이번에도 인사혁신처는 1~3순위로 추천 순위를 매겨 지난 5월 25일 명단을 외교부에 넘겼다. 3명 중 2명은 외교부, 1명은 산업부 소속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지금도 임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개방형 공모 직위 규정(제4조2항)에 따르면 개방형 직위의 최종 인사 권한을 갖는 부처의 장관은 해당 직위가 공석인 경우 ‘지체 없이’ 요건을 갖춘 사람을 임용해야 한다. 또 규정 제7조1항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인사혁신처의 후보자 추천 순위에 따라 최종 후보를 임용하도록 했다.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인사혁신처에서 1순위로 평가한 후보를 임용하는 게 통상적이라는 뜻이다.
인혁처 "조속히 인사 절차 재개하라"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인사 절차가 미뤄지고 있는 이유에 대해 “절차와 규정에 맞춰 인사 프로세스가 진행되고 있다. 인사혁신처 등 관련 부처와 협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작 인사혁신처는 관계자는 “후보자 추천 순위를 변경하기 위해 외교부 차원에서 협의 요청을 해 온 적 없다”고 말했다. 또 “오히려 인사혁신처는 인사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사실을 파악하고 외교부 쪽에 ‘이는 문제가 있으니 조속히 인사 절차를 재개하라’고 수차례 요청했다”고 말했다.
후보자들의 평가 순위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다만 해당 설명대로라면 정 장관은 ‘지체 없이’ 1순위 후보를 임용하라는 규정도, 1순위 후보자가 적격자가 아니라고 판단할 경우에는 인사혁신처장과 협의하라는 규정도 모두 이행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같은 석연치 않은 공백 장기화에 뒷말도 무성하다. 정 장관이 외교부 소속 후보자를 차석대사 자리에 임명하기 위한 방법을 고심하느라 인사 절차가 공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한 정부 관계자는 “정 장관이 전임 차석대사를 본부 국장급 자리로 불러들이고, 그 후임자로 다시 외교부 인사를 그대로 앉히려다 문제가 생겨 인사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며 “제네바 차석대사는 개방형 직위이지만, 다자 통상 외교와 관련한 상징적 자리인 만큼 이를 사수하려는 외교부와 이 자리를 꿰차고 들어오려는 산업부 간 알력 다툼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WTO 통상장관회의 코앞인데 '업무 공백'
당장 오는 30일 개최하는 WTO 제12차 각료회의 준비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WTO 회원국 통상장관이 참석하는 이번 각료회의는 2017년 이후 4년 만에 열리는데, 수산자원 보호 등 현안과 함께 코로나19 백신ㆍ치료제의 교역 활성화 방안 등 코로나19 대응책도 논의될 예정이다. 하지만 한국 측은 주제네바 차석 대사의 부재로 실무 워킹그룹 논의를 포함한 각종 협의에 다소 제약을 받고 있다.
이런 인사 공전은 최근 외교부가 ‘요소수 대란’을 계기로 경제안보 태스크포스(TF)를 차관보급 조직으로 격상해 운영하기로 하는 등 공급망 경쟁에 기민하게 대응하려는 정책 기조와도 배치된다. 외교 소식통은 “WTO 회원국 간 논의는 대사급 회의체 이외에도 오타와 그룹(한국ㆍ캐나다ㆍ호주 등 14개국이 모인 WTO 내 소그룹) 등에선 차석대사급, 과장급 워킹그룹 협의가 수시로 열린다. 차석대사가 없다는 건 이같은 협의 테이블에 직접적인 누수가 생긴단 의미”라고 지적했다. 또 “특히 4년 만에 열리는 이번 WTO 통상장관회의를 앞두고 각국이 각종 경제통상 안건을 논의하고 상호 합의를 이루기 위해 합종연횡을 하는 와중에 차석대사 자리가 공석이란 것은 심각한 업무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진우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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