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고된 이벤트에 덤덤..금융시장, 이제 '파월의 입'만 쳐다본다
'예고된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는 금융시장의 격언을 재확인한 하루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1%로 0.25%포인트 인상하며 '제로금리 시대'는 막을 내렸지만, 시장은 담담했다. 증시는 소폭 하락하는 데 그쳤다. 채권 금리는 오히려 내렸고(채권값 상승), 원화가치도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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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준금리 인상, 시장 영향 제한적"
25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0.47%(14.02포인트) 내린 2980.27에 장을 마쳤다. 장 초반 2980선을 오가던 코스피는 오전 9시 42분쯤 금리 인상 소식이 들린 뒤 낙폭을 키워 2973.24까지 밀렸다. 그러나 이내 하락 폭을 줄이며 2980선을 회복했다. 기관투자자가 1480억원, 외국인이 930억원가량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닥 지수도 0.44% 내렸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상은 증시에 악재로 여겨진다. 은행 예금 같은 비위험자산의 수익률이 높아져 주식 투자 매력이 상대적으로 떨어져서다. 그러나 이날 금리 인상의 파급력은 제한됐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리 인상과 (추가 금리 인상의 여지를 둔) 이주열 총재의 발언은 이미 충분히 예상됐던 내용이라 시장에 큰 영향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보단 나라 밖 변수가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24일(현지시간) 발표된 미국의 물가와 고용, 소비 지표가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을 위한 명분을 쌓아준 것으로 해석되면서 긴축의 시간표가 당겨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이날 공개된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르면, 일부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이 계속 높을 경우 예상보다 빨리 자산매입 속도를 조정하고 기준금리를 올릴 준비를 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스피 하락은 미국이 통화 긴축 속도를 높일 수 있다는 우려 탓"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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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금리 인상 시점 주목
외환·채권 시장도 놀라지 않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전날보다 3.7원 하락(환율은 상승)한 달러당 1190.2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 금리의 지표로 통하는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날보다 0.080%포인트 내린 연 1.933%로 마감했다. 10년물 금리는 연 2.348%로 0.046%포인트 하락했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외국인 자금이 국내 시장에 유입돼 원화가치는 오르고(환율 하락), 채권을 사려는 사람이 줄면서 채권값은 떨어진다(채권 금리 상승)는 게 교과서적 설명이다. 하지만 이날은 반대로 움직였다.
김승혁 NH선물 연구원은 "금리 인상이 이미 예상됐던 터라, 오히려 달러 강세에 원화값이 반응했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통화정책 정상화 움직임에 시장이 과도하게 반응해 3년물 금리가 2%대까지 올랐다가 오히려 이날 금리 인상 확인 후 안정화됐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금리를 한두 차례 더 올려도 금융시장이 큰 충격을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시장에 이미 상당부분 반영됐다는 이유에서다. 만약 내년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두 번 더 올리면 기준금리는 연 1.5%가 된다.
시장이 더 주목하는 것은 미국 통화 긴축, 즉 금리 인상의 시간표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세지면서 Fed가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있어서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국내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빠져나가 시장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오태동 NH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 우려대로 Fed가 테이퍼링 속도를 끌어올리고, 내년 하반기에 금리를 올리는 시나리오가 유력해지면 시장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황의영·김연주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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