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4년 간 손실만 9조..내년 보험료 오르나(종합)

오현길 2021. 11. 2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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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실보험'된 실손보험
적자누적 비상..이달말 인상폭 논의
의료기관 비급여 진료 확대
일부 소비자 도덕적 해이가 문제
다초점렌즈 실손 청구 급증
25~830만원 가격도 천차만별
1·2세대 실손 도수치료 청구 1위
자기부담금 적어 적자만 눈덩이
4세대 실손 갈아탈 유인책 필요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 기하영 기자]내년에도 실손의료보험 보험료가 큰 폭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실손보험 손실 규모가 최근 4년 동안 9조원에 달할 정도로 적자상태가 계속되면서다. 비급여 진료 관리 체계 확립 등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보험료 인상은 계속될 수 밖에 없어 가입자들의 부담이 갈수록 가중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25일 손해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손해보험사 실손보험 손실액은 1조9696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 손실액 1조7838억원 보다 10.4%나 늘어났다.

실손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쓴 의료비 가운데 건강보험에서 보장하지 않는 부분을 실비로 보장해주는 보험이다. 전체 국민의 75%인 3900만명 이상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린다.

문제는 일부 병·의원 및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로 연간 수조원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는 데 있다. 2018년 1조3594억원이었던 실손보험 적자 규모는 2019년 2조4774억원으로 뛰었다.

지난해에도 2조4229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도 9월 기준 2조원에 육박, 역대 최대 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통상 4분기에 발생손해액이 더 커지는데 현 증가세와 4분기 예상을 고려하면 올해 손해보험업계의 실손보험 손실 예상액은 약 2조9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손실액이란 보험가입자가 낸 보험료 중 사업관리·운영비용을 제외한 '위험보험료'에서 보험금 지급액인 '발생손해액'을 차감한 금액을 말한다. 낸 보험료 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많다는 얘기로, 손보사들은 이러한 적자를 메꾸기 위한 부담을 떠안을 수 밖에 없다.

발생손해액을 위험보험료로 나눈 위험손해율도 평균 131.0%에 달한다. 자기부담금이 없고 보장 범위가 넓은 옛 실손보험 상품일수록 높았다. 2009년 9월까지 팔린 1세대 실손보험의 올해 9월 말 기준 위험손해율은 무려 140.7%로 나타났다. 지난 4월 1세대 상품에 대해 최고 21.2%의 보험료 인상이 단행됐으나 손해율은 전년(141.7%)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다.

전체 실손보험에서 46%를 차지하고 있는 2세대 실손보험(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의 위험손해율도 128.6%에 달했다. 3세대 실손보험(2017년 4월∼2021년 6월 판매)은 위험손해율이 2019년 100%를 넘어 올해 9월 말 112.1%로 악화했다.

손해율이 높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적은 보험료를 내고 더 많은 보장을 받는다는 의미지만, 보장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그 비용을 전가될 수 밖에 없다. 보험의 지속가능성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손보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실손보험 가입자 3496만 명 가운데 1000만원이 넘는 고액 수령자만 76만 명이었으며 5000만원 초과 수령자도 9만 명에 달했다. 반면 전체 가입자의 60%는 보험금을 단 한 차례도 청구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와 금융당국, 보험업계는 이달 말 공사보험정책협의체에서 실손보험료 인상폭을 논의할 예정이다. 협의체에서 보험료 조정폭을 결정내려 보험사에 전달하면 보험사는 해당 권고 수준에 맞춰 인상률을 결정하게 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올해 보험료 인상과 4세대 실손보험이 나왔지만 손해율 악화를 막기에는 부족하다"면서 "올해 보다 높은 수준으로 보험료를 올려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백내장 질환 관련 보험금 7000억…의원급 진료비 최대 800만원 차이

실손의료보험의 고질적인 적자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비급여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으로 백내장 수술의 사례처럼 비급여 가격이 천차만별로 바뀌는 문제부터 개선돼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올해 출시된 4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을 통해 소수의 과잉의료 이용을 줄이는 것도 실손보험 손실을 줄일 수 있는 방안으로 꼽힌다.

최근 들어 백내장 질환 관련 실손 지급보험금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올 3분기까지 백내장 질환 관련 보험금은 약 7000억원으로 이 추세라면 연말까지 9300억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된다. 실손 상품별 비급여금액 비중에서도 조절성 인공수정체(다초점렌즈) 관련 금액 비중이 1~2세대 실손보험에서 2위를 기록했다.

백내장 관련 보험금 증가는 고가의 비급여항목인 다초점렌즈를 사용하고 실손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가 급증해서다. 이에 따라 2016년 1월 표준약관 개정을 통해 다초점렌즈 비용은 보상하지 않기로 했지만, 약관 개정 이후에는 다초점렌즈 가격이 낮아지는 대신 비급여 검사비가 크게 오르는 현상이 나타났다.

실제 비급여 검사비 1회 평균가격은 상급종합병원(8만원)보다 의원(26만원)에서 더 높았으며 동일 의료기관 내에서도 의원의 가격 차이가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 9월에는 비급여 검사비가 급여화되면서 다초점렌즈에 대한 실손보험금 청구가 가능한 2016년 1월 이전 계약에서 다초점렌즈 실손보험금 평균 청구금액이 급격히 증가했다. 실손보험의 청구 건에서 200만 원대를 유지하던 다초점렌즈의 평균 가격이 지난해 9월 이후 300만원 후반으로 크게 인상됐다.

반면 비급여 검사비는 지난해 8월까지 40~60만 원대를 유지했으나 지난해 9월 급여화 이후 2만 원대로 하락했다. 같은 의원급인데도 다초점렌즈 가격은 병원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최저금액은 25만원인 곳도 있었고, 의원인데도 830만원의 가격을 받은 곳도 있었다. 백내장수술과 관련한 실손보험금 청구 행태가 제도 변경 때마다 비급여 가격이 임의적으로 급격히 변동했지만 이에 대한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백내장 수술의 다초점렌즈와 같은 비급여의 원가정보를 조사, 공개해 국민의 알권리를 높이고 사회적으로 합의가 가능한 비급여 가격·사용량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7월 출시된 4세대 실손…소비자는 외면

지난 7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4세대 실손보험이 소비자들로 부터 외면을 받고 있다. 전체 실손보험 보유계약 중에서 4세대 실손이 차지하는 비율은 0.8%에 불과할 정도다. 실손보험을 갈아탈 수 있도록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화재와 DB손해보험, 현대해상,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5개 손해보험사의 올해 3분기 4세대 실손보험 판매 건수는 22만218건으로 집계됐다. 4세대 실손보험 출시 직전 월인 6월 한 달간 판매량인 55만 3394건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유도한 4세대 대신 3세대로 갈아탔다는 얘기다. 특히 상반기 기존 1·2세대에서 3세대로 전환한 가입자가 대거 늘어나면서 실제 4세대 가입률이 예상보다 저조한 것으로 해석된다.

4세대 상품은 보험료가 줄어든 반면 비급여 항목의 자기부담금이 높아졌다. 또 과잉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비급여 항목을 특약으로 분리해 별도로 가입해야 하고, 비급여 의료이용량에 따라 보험료 할인·할증을 적용받게 된다.

1·2세대 실손보험은 자기부담금이 없거나 적은 반면, 4세대는 자기부담금이 늘어났다. 병원에 자주 가는 사람에게 보험료를 할증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점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구세대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이 늘어나면서 4세대로 전환을 유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구세대 가입자들의 의료이용이 많다 보니 갈아타기를 안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적자구조의 실손보험에 대한 해법으로 4세대 실손보험이 나왔지만 아직까진 성공했다는 평가를 내릴 수는 없다"면서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는 가입자에게 보험료를 환급하는 등 획기적인 대안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오현길 기자 ohk0414@asiae.co.kr

기하영 기자 hyki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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