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룬다티 로이 "팬데믹은 엑스레이였다.. 분열·경계·모순 드러내"

김남중 2021. 11. 25.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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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발표한 소설 '지복의 성자'로 지난해 제4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인도의 저항작가 아룬다티 로이(60)가 한 해 늦게 상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서울 은평구가 자기 지역에서 50여년간 집필 생활을 했던 소설가 이호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국제문학상인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시상식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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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철통일로문학상 시상식'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가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소감을 밝히고 있다. 은평구 제공


2017년 발표한 소설 ‘지복의 성자’로 지난해 제4회 ‘이호철통일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인도의 저항작가 아룬다티 로이(60)가 한 해 늦게 상을 받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로이는 25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4·5회 이호철통일로 문학상 시상식’ 관련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코로나19 팬데믹은 엑스레이였다”며 “기존에 가지고 있던 사회적 분열, 빈국과 부국 사이의 경계, 계급·젠더·카스트의 모순을 확연하게 드러냈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의 코로나19 대응을 “화학 실험 같았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총리는 위험을 무시하다가 지난해 3월 갑자기 4시간 전에 전국 록다운을 선언했다. 그 다음 날 대도시에서는 거대한 엑소더스가 목격됐다. 도시로 출퇴근하는 지방의 노동자들은 수십 ㎞를 걸어서 집으로 가야 했고, 이 과정에서 경찰들에게 매질을 당하는 등 짐승 취급을 당했다.”

이어 “올해 6월에는 수십만 명이 사망했다. 길거리에서 강물에서 시신을 봤고, 화장터와 묘지가 가득 찼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인도 정부는 힌두 내셔널리즘을 활용해 무슬림들이 코로나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과거 나치가 유대인들이 전염병을 옮겼다고 얘기한 것과 비슷하다”고 말했다.

서울 은평구가 자기 지역에서 50여년간 집필 생활을 했던 소설가 이호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국제문학상인 이호철통일로문학상은 지난해 코로나19로 시상식을 취소했다. 이날 재개된 시상식에서 로이는 올해 수상자인 예니 에르펜베크와 함께 상을 받았다.

로이는 첫 소설 ‘작은 것들의 신’으로 1997년 부커상을 받은 세계적 작가이자 저항적 지식인, 환경운동가, 반세계화 운동가로 활동해 왔다. 소설 뿐만 아니라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비판하고 인도의 핵 실험, 카슈미르 점령, 댐 건설 등에 반대하는 다수의 논픽션을 발표했다.

로이는 “문학이 꼭 위로를 전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작가로서 나는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고, 어떤 사람이 누리는 편안함 흔들어 놓는 걸 목적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또 “픽션과 논픽션은 내가 실천하는 문학의 두 가지 실천”이라며 “픽션은 예술적이고 논픽션은 정치적이라는 이분법에 의문을 가지고 있으며, 픽션이든 논픽션이든 정치적인 것이랑 떼어 놓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소설은 복잡한 것을 가장 간단하게 얘기하는 것”이라는 말도 했다.

올해 제5회 수상자인 에르펜베크는 동독 출신 독일 작가다. 유럽 변방의 여성들이 20세기를 어떻게 살아갔는가를 그려낸 소설 ‘모든 저녁이 저물 때’가 수상작이다.

에르펜베크는 간담회에서 “독일이 통일된 후 동독인들은 서독인이 되는 법을 배워야 했다”며 “내 나라인데 외국인이라는 느낌을 가지고 살았다. 난민은 아니었지만 타인 취급을 많이 받아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일을 추구하는 한국을 향해 “어느 쪽도 오만함을 가져선 안 된다. 양측이 동등한 자세로 만나고 상대방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남중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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