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 떨어진다"며 찾는 간식..우리 몸 미생물 생태계 망가집니다

2021. 11. 2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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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던 이제 슬슬 삼삼오오 얼굴을 마주하며 밥을 먹고 모임을 갖고 있는데, 연말이 다가오며 점점 가속이 붙기 시작하는 중이다. 파티는 아니지만 후줄근하게 나갈 수는 없다. 옷장 속은 가득 차 있는데 왜 나는 입을 옷이 없는 걸까.

노동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당이 떨어진다’며 간식을 찾는 이들이 많다. 달콤한 마카롱, 휘핑크림이 올라간 음료를 마시면 왠지 기운이 나는 것 같다. 알려져 있다시피 설탕, 시럽 등의 단당류는 우리 몸의 혈당을 순간적으로 올려 인슐린을 분비하게 한다. 그러나 인슐린은 올라간 혈당을 지방으로 바꿔 몸에 저장한다. 이런 식습관의 또 다른 문제는 우리 몸의 미생물 환경을 척박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는 약 30조 개의 세포가 있고, 여기에 약 39조 개의 미생물이 공생한다. 몸을 구성하는 전체 세포보다 미생물의 수가 약간 더 많은데, 이들은 몸 구석구석에서 서로 도와가며 지내고 있다. 특히 유익한 미생물은 장내에 많이 기거한다. 이전까지는 장내 미생물이 소장이나 대장에 머물면서 음식물 소화를 돕거나 몇 가지 영양소를 제공한다고 여겼다. 그래서 미생물에 관한 연구는 주로 설사, 변비, 복통 등의 증상 등에 국한됐다. 하지만 장내 미생물은 단순히 장 건강만 책임지지 않는다.

2006년 미국의 제프리 고든 연구팀은 비만과 장내 미생물의 관련성을 밝혀냈다. 비만한 쥐와 정상 쥐의 장내 미생물 종류와 분포를 비교했는데, 비만한 쥐에게서 박테로이데스(bacteroides)라는 특정 미생물이 감소했고, 퍼미큐티스(firmicutes)라는 미생물이 많았다. 또한 비만 쥐와 정상 쥐의 대변을 각각 무균 쥐에게 주입하자, 역시 전자를 먹은 무균 쥐의 지방이 증가했다(무균 쥐는 장내 세균이 없는 쥐이다). 뚱뚱한 사람과 정상 체중의 사람의 장내 미생물도 차이가 있었다.

유익하지 않은 장내 미생물이 많으면 아세테이트라는 지방산의 생성이 늘어나고, 이 지방산이 뇌로 이동해 식욕촉진 호르몬인 그렐린 분비를 촉진한다. 그렐린은 부교감 신경을 자극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한다. 결국 더 많이 먹고 뚱뚱하게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실험이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많은 가축이 항생제를 넣은 사료를 먹었다. 항생제는 세균 감염을 치료하는 약이지만, 이상하게도 항생제를 먹지 않은 동물보다 15%가량 몸무게가 늘었다. 미국 뉴욕대의 마틴 블레이저 교수가 쥐를 대상으로도 항생제 실험했는데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항생제가 장내 세균을 죽였기에 체중이 늘어난 것이다. 물론 죽은 세균은 다른 세균으로 대체되지만, 이 과정에서 복잡한 장내 미생물 환경이 영향을 받는다.

미국의 심장내과 전문의 에릭 토폴는 저서 『딥 메디슨』에서 장내 미생물에 따라 혈당 반응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같은 혈당지수(GI)의 음식이라도 먹는 사람에 따라 혈당이 오를 수 있고, 내려갈 수 있는데, 이유가 장내 미생물 때문이라는 것. 특히 당뇨 환자의 장에 어떤 미생물이 얼마나 많은지에 따라 혈당 변화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어떻게 해야 미생물 환경을 유익하게 만들까. 간단하다. 식단을 바꾸면 된다. 가공식품은 장내 좋은 미생물을 해치면서 나쁜 균은 키운다. 식이섬유가 풍성한 식사를 2주만 해도 장내 미생물이 바뀐다는 실험이 있다. 신선한 채소, 과일, 현미밥을 가까이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글 박윤선(기업커뮤니케이션&컨설팅그룹 네오메디아 국장) 사진 각 브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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