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cal Mania | 구 공업전습소 본관..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교육 건물

2021. 11. 25.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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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종로구 이화장길의 귀에 익은 이름은 동숭동 대학로다. 이곳은 문화의 거리다. 수많은 극단과 공연장이 있고 인근에는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병원도 자리해, 사람들이 빈번하게 오가는 곳이다. 대학로에서 버스킹이 자주 열리는 광장 옆에는 대학교가 있다. 바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다.

1972년에 개교한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우리가 흔히 ‘방통대’라 부르는 세계 유수의 원격 교육 학교다. 경제, 나이, 지리 등의 이유로 대학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고등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고 각종 직업에 필요한 전문 교육을 실시해 국민 교육 수준을 향상하고 사회 발전과 산업 기술 개발에 기여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부여하며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고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되었다. 이 학교 안에는 몇 동의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이 있는데 그중 눈에 띄는 건물이 하나 있다. 종로5가에서 대학로를 거쳐 혜화동으로 걷다 보면 오른편에 보이는 흰색 2층 건물이다.

현재 방통대 역사관으로 쓰이는 이 건물은 ‘구 공업전습소 본관’이다. 공업전습소는 대한제국 시절 상공업 진흥 정책의 일환으로 설치되어 근대 기술 교육을 전담했던 기관이다. 전습소에는 토목, 목공, 응용 화학, 금속 세공, 염직, 도기 등의 교육 분야가 있었고, 학생들은 이곳에서 본과 2년과 전공과 1년의 교육을 받았다. 1906년 화폐를 발행하던 전환국이 있던 동숭동에 건물을 짓기 시작해 1908년에 완공했다. 당시 대한제국 탁지부 건축소가 설계하고 일본인 요시다 겐조오가 시공을 맡았다. 일제 강점기 중앙시험소 부설로 개설되었고 1916년 공업전습소가 경성공업전문학교와 경성공업학교로 분리되면서 중앙시험소가 건물을 사용했다. 광복 후 상공부 산하 국립공업연구소, 국립공업시험원 본관으로 사용하다 현재 방통대 본관 건물로 사용되고 있다.

건물은 목재로 지어졌다. 르네상스 건축 양식을 사용했고 좌우 대칭에 ‘H’자형이다. 외벽은 독일식 나무비늘판붙이기를 사용했고 지붕은 기와 이음으로 마감했다. 중앙 현관 지붕 위에는 탑을 설치했고 탑 위에는 반원구의 돔을 얹었다. 그리고 좌우 양측 돌출부의 1, 2층 상부에는 디오크레티안 창(Dioclentian window)을 냈고 르네상스 시대 궁궐이나 정청을 지을 때 쓰인 팔라초(Palazzo) 양식을 사용했다. 이 건물은 대한 제국 때 지은 목조 건물로는 유일하게 그 원형을 잘 유지하고 있으며 또한 탁지부가 설계한 몇 안 되는 현존 건물로 역사적 가치가 크다. 1981년 사적 제279호로 지정되었다. 현재는 1층에 방통대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다. 집에서 수업을 들을 때 사용하던 카세트테이프와 각종 교육 자료들이 방통대의 연혁을 보여 준다. 내부 역시 전부 목조로 지어 복도를 지날 때나 2층으로 오르는 계단을 디디면 ‘삐거덕’ 하는 소리가 나는데 묘하게 향수를 자극한다.

물론 이 건물에 대한 다른 의견도 있다. 즉, 건축물의 역사로 보면 중앙시험소가 공업전습소의 본관을 그대로 이어받아 사용하지만 중앙시험소는 공업전습소 건물을 허물고 새로 지었다는 것. 이는 서울대 건축사연구실의 주상훈 연구원이 국가 기록원의 ‘일제 시기 고적, 관사, 박람회 등 건축 도면 콘텐츠 구축’ 사업을 하던 중 중앙시험소 설계 도면을 보고 구 공업전습소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한 결과다. 1912년 중앙시험소를 지은 후에도 공업전습소는 중앙시험소 부설 기관으로 시험소 내에 자리해오고 있다.

[글 장진혁(프리랜서) 사진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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