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반대 美의사 7명, 코로나 걸리자 "말 구충제로 치료 중"

박형수 2021. 11. 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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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미국 뉴욕시에서 일부 주민들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의무접종과 백신 여권 도입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달 초 미국 플로리다주에서 백신 반대론자 800여 명이 모인 행사 참석자 가운데 7명이 코로나19에 걸리자 "백신 반대론자들의 모임이 '수퍼전파 행사'가 됐다"는 비난이 일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7명의 직업은 모두 의사였다.

23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은 백신 반대론자들이 모여 코로나19 대체 치료법을 논의한 행사 참석자 중 의사 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모두 이버멕틴으로 치료 중이다.

이버멕틴은 소나 말과 같은 가축에게 주로 사용하는 구충제로, 동물의 기생충·머릿니를 없애는 용도다. 코로나19에 대해서는 치료 효과가 입증된 바 없다. 미 식품의약국(FDA)는 코로나19 치료제로 이버멕틴을 승인한 바 없으며, 이버멕틴을 코로나 치료제로 사용할 경우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소나 말의 기생충, 머릿니를 치료하는 구충제인 이버멕틴. 일부 국가에서 코로나19 치료제로 알려졌지만 미FDA는 코로나19 예방과 치료 목적으로는 사용해선 안된다고 경고하고 있다. [AP]


행사 참여 후 코로나19에 감염된 부르스 보로스(71)는 심장전문의다. 그 역시 자신의 병을 이버멕틴으로 치료 중이라며 "전 세계에서 이 약을 사용한 곳에서는 모두 효과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을 찾아온 코로나19 중증 환자에게 이버멕틴을 투약한 적이 있다면서 "그 환자가 약을 먹은지 6시간도 지나지 않아 기침을 멈추고 말을 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로스와 가까운 지인은 가디언에 "그가 키웨스트에 있는 자택에서 위중한 상태로 앓고 있다"고 말했다.

강력한 백신 반대론자인 보로스는 97세인 자신의 아버지가 백신을 두번 접종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매우 화가 나서 그를 때릴 뻔했다"고 말한 적도 있다. 보로스는 "아버지는 (정부 얘기에) 완전히 세뇌된 상태였고 나한테 묻지도 않고 백신을 맞았다"며 분노했다.

과거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에 대해 "사기꾼"이라며 "우리 아이들을 독살시키고 싶어한다"는 비난 글을 올리거나, "대형 제약사들이 우리를 바보로 만들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 적도 있다.

브루스 보로스의 페이스북. 앤서니 파우치 NIAID 소장에 대해 비난하고 있다. [페이스북 캡처]


7명의 의사가 코로나19에 감염된 회의는 플로리나주 오칼라시의 의사 존 리텔이 주최했다. 그는 이번 회의가 코로나19를 확산하는 역할을 했다는 지적에 대해 "참석자들은 뉴욕이나 미시간 등 다른 곳에서 왔고 코로나도 다른 곳에서 걸렸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FDA는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게 동물용 약을 사용해선 안되며, 이버멕틴을 코로나19 예방과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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