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포럼] 코로나19와 K자형 양극화 해법
“겨울이 왔으니 봄도 곧 멀지 않으리”라는 시 한 구절이 부쩍 더 절절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돌이켜보면 2020년 1월 20일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하고 이로부터 1년이 훌쩍 지난 2021년 2월 26일부터 지금까지 백신 접종을 시작하여 9개월이 지났다. 11월 1일부터 시작한 단계적 일상회복을 의미하는 ‘위드 코로나’는 코로나19 출구 찾기의 희망을 담고 있다. 봄이 곧 올 것이라는 기대를 담고 있다.
출구 찾기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위험의 정치화라고 한다면, 가장 걱정해야 하는 것은 위험의 하향 축적이다. 위험의 정치화란 과학적인 전문지식이 차지해야 할 자리를 정치 공학이 꿰차고 있는 것이며, 위험의 하향 축적은 위험이 하향으로 편중되고 가속적으로 축적된다는 것이다. 복지 체계가 불완전한 사회일수록 그런 경향성이 강하다. 위험으로서 바이러스는 모두에게 동등하다. 바이러스가 어느 특정 계층을 피하거나 어느 특정 집단에 더 달라붙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 영향은 불평등한 사회 구조를 그대로 반영한다. 약한 고리를 차고 나가며 각기 다른 무게로 억누르고 있다. 다시 말해 감염의 위험은 균등하지만, 그것의 감내 여부와 정도는 매우 차등적이다. 재난의 불평등 현상이다. 재난의 불평등을 코로나만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도 드물다. 재난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불평등의 고리는 더 복잡해지고 깊어진다. 커지는 K자 양극화가 공동체의 해체라는 현실로 등장하는 대목이다.
특히 취약 계층이 겪어야 하는 고통은 일반 국민이 겪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리서치의 리포트 ‘여론 속의 여론’에 따르면 취약 계층과 일반 국민은 어려움을 느끼는 지점부터 커다란 차이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일반 국민이 활동과 관계의 제약을 가장 힘들어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취약계층은 생계를 유지하고 생활을 존속시키는 것을 가장 힘들어한다.
이러한 차이는 일상생활의 면면에서도 그대로 발견된다. 이를테면 어린 자녀 돌봄에 어려움을 겪는 비율도 취약 계층이 일반 국민보다 훨씬 높다. 두 집단 모두 코로나로 인해 소득이 감소하였지만 대처 방식은 아주 다른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감소에 대처하기 위해 취약 계층은 식료품비를 축소하는 상황으로 몰려가고 있다. 생활의 기본 근간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있음을 보여준다. 취약 계층에게는 모든 것이 한계 상황의 생존 문제와 연결된다.
그런가 하면 모두가 코로나로 인해 우울과 불안을 공통으로 경험하지만 일반 국민은 사회적 고립감을, 취약 계층은 건강 염려를 우울과 불안의 가장 큰 이유로 들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위드 코로나 국면에서 어떤 정책을 어떻게 펼쳐야 하는지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무엇보다 코로나 회복을 논함에 있어 계층 대상별 혹은 특정 집단 특성에 대한 이해와 세분화된 맞춤형 정책이 요구되는 이유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실행해야 할 코로나 회복을 위한 접근에서 모두에게 공통으로 적용되는 단순하고 일률적인 방식으로는 안 된다는 점을 시사한다.
위의 리포트가 직접 언급하고 있듯이 그동안 현실과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기준과 지침들이 어떻게 소외된 집단을 만드는지, 얼마나 많은 갈등을 야기하는지 직접 목도한 바가 있기에 더욱 그러하다. 안타깝게도 지금까지 정책은 대부분 집단별 계층별 특수성이 전혀 고려되지 않은 채 모두에게 같은 형태로 국가적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다. 당연히 정책의 효율성은 말할 필요도 없고 효과성도 기대하기 어렵다.
위드 코로나의 시작과 함께 일상회복을 위한 정책에 중요하지 않은 것이 하나도 없겠지만 한계 상황의 대상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고려가 반영된 선별적 정책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우리 사회에서 코로나19 취약 계층과 피해자를 위한 사회적 관심이나 배려는 상대적으로 그리 넉넉하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를테면 이들의 한계 상황을 완화하기 위한 기부나 증세에 대해 우리 국민은 매우 소극적인 것으로 조사에서 나타난다. 공동체로서의 우리 사회가 풀어가야 할 간단치 않은 또 다른 숙제다. 모두가 ‘봄기운이 완연합니다(spring is in the air)’의 시간을 앞당기며 넉넉하게 공유하기 위해 공동체의 미래를 정교하게 디자인하는 선별적이고 세분된 대응책이 요구된다.
박길성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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