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가 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길 안내하는 방향타 역할"
김원광 중계충성교회 목사는 최근 아내로부터 목도리를 건네 받았다. 옷장 깊숙이 보관해뒀던 목도리로, 1990년쯤 합동신학대학원대학교(합신신대원)를 졸업했을 당시 함께 공부했던 전도사의 선물이었다. 목도리에는 “나는 합신의 명예를 대표한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김 목사는 오랜만에 목도리를 보고 빙그레 웃었다. 당시 그 구절을 봤던 김 목사의 아내가 “나는 당신이 이렇게 될 것 같아요. 그게 하나님의 뜻일 것 같아요”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목사는 30여년이 흘러 지난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합신 제106회 총회장으로 선출됐다. 그를 지난 19일 경기도 수원시 합신신대원에서 만났다. 김 목사는 “그동안 총회장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는데 목도리를 선물하신 분의 포부가 대단했다고 새삼 느꼈다”며 “아내가 보여준 믿음도 고마웠다”며 웃었다.
김 목사는 1981년부터 교육전도사로 사역을 시작했으나 그저 어머니의 부탁에 순종하는 마음으로 억지로 사역자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었다. 소명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그러던 중 구약과 출애굽 과목을 들으면서 하나님의 소명을 느꼈다.
그는 “강의 시작 후 5분 정도 지났을까 갑자기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이라고 믿어지며 성경이 하나의 주제로 연결됐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며 “그때 내 안에 ‘나도 이제 설교할 수 있겠다’ ‘부르심을 받았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후 92년 고(故) 김근호 목사의 뒤를 이어 지금의 교회를 맡았다. 당시는 건물 지하에 20~30명 정도 모여 예배드리던 개척교회였다. 거창한 무언가를 꿈꾸기보다는 본질에 초점을 맞춰 할 수 있는 일을 하고자 했던 건 이때부터였을까. 김 목사는 “그저 주님의 영광을 드러내기 위해 세워진 교회가 부끄러운 모습으로 손가락질받는 일이 없을 정도로는 부흥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다.
중계충성교회는 ‘어머니 기도회’를 통해 성도들을 양육하고, 지역 사회에 다가가며 성장했다. 그는 “단순히 어머니들이 모여서 기도하는 모임에 그치지 않고 자녀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아버지 기도회’처럼 가지치기식으로 확장된, 그 자체가 전도프로그램이자 기도훈련 프로그램”이라며 “이를 통해 지역사회와 복음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가 도움도 주고 함께 성장도 하는 기회를 만들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김 목사는 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예장합신이 앞으로 나아갈 40년을 바라보는 변곡점 가운데 섰다. 그는 “예장합신의 역할은 한국교회가 늘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생각한다”며 “우리가 옳고 바르니 따르라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말씀 위에 바로 서 있는지를 스스로 돌아보고 거룩함을 회복해 나가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거룩함은 이날 만난 그가 재차 강조한 말이다. 처음 목회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목회자와 교회를 향한 세상의 존중 어린 시선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현실에 대한 반성이자 그의 고민이다.
그는 “목회자를 그저 종교인, 직업인의 하나로 인식하는 현실 속에서 교회가 거룩함, 교회다움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이라며 “교회가 세상과의 소통에 많은 신경을 쏟으며 그동안 한국 사회에 끼친 선한 영향력을 알려 나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
이는 예장합신이 올해부터, 작지만 강한 교회를 키워나가는 사역에 집중하려는 이유이기도 하다. 우선 성도 수 100명 이하의 개척교회 50곳을 선정해 멘토링 과정을 거쳐 자립을 돕는 프로젝트를 최근 시작했다. 선정된 교회에는 목회 재정 상담 분야의 전문 멘토를 연결해 교회 건물 임대 방법부터 지출관리법, 전도법, 설교 준비법 등 전반적으로 조언한다. 이 프로젝트는 향후 10년간 꾸준히 추진하려 한다.
김 목사는 “멘토와 멘티의 만남을 통해 목회의 긴장을 해소하고 어려움을 함께 해결할 수 있는 형제 교회로서, 또 교회 공동체로서의 모습을 회복하는 데 힘쓰려 한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교회엔 예배 회복이란 과제도 놓여 있다. 지난 2년여의 코로나19 유행은 4대째 신앙을 이어온 집안에서 자란 김 목사에게도 처음 겪는 일이었다. 성도가 함께 교제하며 정을 쌓는 집과 같았던 교회가 받았던 세간의 부정적 시선에 대해 안타까움도 컸다. 특히 예장합신의 역사의 주요 인물 중 한 명인 박윤선 목사 같은 교계 지도자의 부재도 절감했다.
그는 “이 시기를 지나는 교계는 과연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리더십을 세워가고 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며 “일반 사회도 인정하는 고매한 인격의 사람, 존경할 만한 목회자라는 평가를 받는 리더십을 세워가는 게 교계의 숙제”라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과업을 한국교회총연합 상임회장단의 일원으로서 한국교회와 함께 감당하려 한다. 현재 추진 중인 기관 통합 문제도 속도가 아닌 정확성에 초점을 맞춰 건전한 연합이 되도록 중심을 잡으려 한다.
김 목사는 “코로나를 지나며 미래 목회에 적응할 힘을 키운 것 등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유익”이라며 “모든 것을 합력해 선을 이루실, 소망의 하나님만 바라보며 함께 나아갔으면 한다”고 말했다.
수원=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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