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도전장 내민 디즈니·애플..홈 시네마 춘추전국시대

박수호,나건웅 2021. 11. 24.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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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디즈니플러스가 11월 12일 국내에서 공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다. 디즈니 측은 월 9900원, 연간 9만9000원에 모바일 기기, 스마트TV 등에서 즐길 수 있다고 밝혔다.

기념으로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도 대거 선보인다. ‘너와 나의 경찰수업’ ‘설강화’ ‘그리드’ ‘키스 식스 센스’ 등 한국 드라마, 웹툰 작가 강풀의 동명 작품을 배경으로 한 영화 ‘무빙’ 등이다. 아이돌 그룹 블랙핑크의 데뷔 5주년을 기념한 다큐 영화 ‘블랙핑크 더 무비’도 볼 수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자체 콘텐츠가 약 1만6000편으로 넷플릭스(4000편 추산)보다 4배 이상 많다.

#2 타인의 뇌에 접속해 기억을 읽는 뇌동기화 기술에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천재 뇌과학자의 이야기. 인기 웹툰 작가 ‘홍작가’ 작품인 ‘Dr. 브레인’이다. ‘Dr. 브레인’은 최근 이선균 주연 드라마로 제작돼 한국에 처음 소개됐다. ‘애플TV+’를 통해서다. ‘애플TV+’는 SK브로드밴드와 손잡고 11월 4일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Dr. 브레인’을 전면에 내세웠다.

넷플릭스 성공 이후 한국 시장에서 OTT가 춘추전국시대를 맞이했다. 11월 들어 디즈니, 애플 등 해외 대기업이 속속 국내로 진출하기 시작했다.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영화 ‘해리포터’ 등으로 유명한 HBO맥스도 조만간 한국 상륙을 눈앞에 두고 있다. 왓챠, 티빙, 웨이브 등 국내 OTT의 반격도 만만찮다. 이런 분위기라면 지난해 7801억원 규모(방송통신위원회 자료)였던 국내 OTT 시장이 올해 1조원대로 올라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본다.

인구 5000만 규모 한국 시장은 이제서야 제대로 된 OTT 대전(大戰)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콘텐츠 지형도 달라진다

▷투자 봇물에 국내 제작사 “환영”

“지난 5년간 한국 콘텐츠 80여편, 7700억원을 투자했고 5조6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있었다.”

넷플릭스 파트너 데이 미디어 행사에서 강동한 넷플릭스 한국 콘텐츠 총괄 VP가 밝힌 내용이다. 넷플릭스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올해도 5500억원의 투자를 약속했다.

실제 넷플릭스에서 한국 콘텐츠는 ‘에이스’다. ‘킹덤’ ‘스위트홈’ ‘보건교사 안은영’ ‘무브 투 헤븐’ ‘D.P.’ ‘오징어 게임’ 등이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받으면서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 재등록률 증가에 일조했다. 덕분에 국내 제작사 위상도 껑충 뛰었다. 넷플릭스 제작이 확정됐다는 상장사는 곧바로 주가가 급등하는 등 ‘넷플릭스 테마주’가 형성됐을 정도다.

디즈니플러스 역시 한국 콘텐츠에 수천억원을 투자하겠다고 ‘맞불’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그만큼 국내 제작사 등 콘텐츠 산업은 한층 업그레이드되는 모양새다.

김조한 NEW ID 이사는 “단순히 한국 콘텐츠가 인기 있다고 무작정 만들기만 하는 OTT는 외면받을 것이다. 넷플릭스가 성공한 이유는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한국 콘텐츠가 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는 점 때문이다. 한국만 바라볼 게 아니라 글로벌 관점으로 그들이 한국 콘텐츠를 주목하게 만드는 쪽이 한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 안착할 것”이라고 말했다.

▶각종 논란도 많아

▷토종 OTT 반발…‘망 중립성’ 문제도

물론 이 과정에서 잡음도 적잖다. 무엇보다 토종 OTT의 위기감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한국OTT협의회는 최근 성명서에서 “OTT 서비스 경쟁은 사업자들의 몫이지만, 한국 OTT가 제대로 성장해 해외로 진출하고 국내 콘텐츠 산업에 지속 기여하도록 하려면 당장의 기본적인 지원 정책이 절실하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국회에서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법률안을 통해 OTT에 ‘특수 유형 부가통신사업자’ 지위를 부여해 콘텐츠 투자 시 세제 지원 등 토종 OTT 진흥 정책이 추진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법안 처리까지는 상당 기일 걸릴 것으로 예상돼 업계에서는 “글로벌 OTT에 국내 미디어 산업을 모두 내준 후 처리한다면 말 그대로 ‘사후 약방문’ 꼴이 될 뿐”이라고 호소한다.

‘플랫폼 독식’ 논란도 계속되고 있다. ‘오징어 게임’은 전 세계 1억4200만가구가 시청한 넷플릭스의 역대 최고 흥행작이다. 작품 가치만 1조원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제작비는 약 253억원 수준이었다. 넷플릭스 경영진이 최근 ‘추가 보상’ 카드를 꺼내기는 했지만 애초 러닝개런티 계약을 안 한 제작사 입장에서는 큰 성공에도 입맛만 다시는 분위기다. ‘오징어 게임’ 황동혁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나는 그렇게 부유하지 않다. 넷플릭스가 내게 보너스를 주는 것도 아니다. 넷플릭스는 원래 계약대로 돈을 줬다”고 말하기도 했다.

물론 OTT가 예전 다른 매체에 비해 콘텐츠 제작비를 적게 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플랫폼 특성상 ‘결실을 나누는 사업 모델 부재’라는 비판에서는 자유롭지 못한 게 현실이다.

김조한 이사는 “방송사가 수익 대부분을 가져가는 탓에 적자가 날 수 있는 기존 드라마와 달리 OTT는 국내 제작사에 초기 일정 이상의 수익을 보장해준다. 양질의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사라면 오히려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인식할 수 있다. 다만 이런 기조가 고착화되면 대형 제작사에만 기회가 쏠릴 수 있다. OTT가 ‘사후 수익 나눔’과 같은 다양한 옵션을 제시하면서 여러 국내 제작사를 키우는 방식이 자리 잡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OTT가 커지면서 ‘망 중립성’ 논란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가 이용량이 많은 넷플릭스 같은 콘텐츠 제공 사업자로부터 ‘망 이용 대가(사용료)’를 받겠다는 것이 핵심 쟁점이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망 이용료를 받는다고 능사가 아니다. 콘텐츠 사업자는 지불한 망 사용료만큼 요금을 인상하는 식으로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할 수 있다. 실제 최근 넷플릭스가 국내 요금을 올린 것도 이런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설문으로 들여다본 OTT 시장

▷응답자 54% “1만원 넘게 안 쓴다”

‘봐야 될 것은 많고, 돈은 더 못 쓰겠고….’

OTT 시장에 뛰어드는 플레이어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마냥 반가워할 수만은 없다. 원인은 ‘구독 피로감’이다. 플랫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멤버십 하나를 구독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평균 1만원, 프리미엄 서비스는 2만원에 육박한다. 몇 개만 구독해도 월 10만원은 우습게 쓰게 되는 상황. OTT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소비자는 어떤 선택을 내리게 될까.

매경이코노미는 블록체인 기반 설문조사 애플리케이션 ‘더폴’과 손잡고 국내 OTT 서비스 사용 실태를 조사했다. 11월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 동안 한국 성인 남녀 2만3613명이 설문에 참여했다.

‘현재 구독 중인 OTT 평균 개수’는 약 1.6개인 것으로 조사됐다. ‘1개만 이용 중’이라고 답한 이가 전체 30.1%로 가장 많고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률이 24.6%로 뒤를 이었다. 2개(21.4%), 3개(12.6%), 4개(5.6%) 등 여러 OTT를 동시에 구독하는 이도 적지 않다. ‘5개 이상 구독 중’이라고 밝힌 이도 1330명(5.7%)이나 됐다.

OTT 서비스가 늘어나고 있지만 이용자들이 멤버십을 ‘무한정’ 늘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정 개수로 유지할 것’이라고 밝힌 이가 26.5%나 됐다. 예를 들어 새로운 OTT 멤버십을 하나 추가하면 기존 OTT 하나를 해지하겠다는 얘기다. ‘기존 OTT를 유지한 채 새로운 서비스를 추가할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1.6%로 상대적으로 적었다.

늘어나는 OTT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나만 빼고 전부 다 해지할 것(25.5%)’ ‘사용 중인 OTT를 대폭 정리할 것(15.1%)’이라고 답한 이가 40%를 넘었다. 아예 ‘모든 OTT 멤버십을 해지할 예정’이라고 답한 응답자도 11.4%나 됐다.

OTT 서비스를 여러 개 쓰지 않는 데는 역시 ‘비용 부담’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OTT 서비스에 한 달 얼마 이상 지불할 용의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구독자 절반이 넘는 53.9%가 ‘1만원 미만’이라고 답했다. ‘1만~3만원’라고 답한 이는 27.3%, ‘3만~5만원’은 6.8%였다. ‘5만원 이상 쓸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는 4.4%에 불과했다.

비용을 아끼고자 하는 양상은 이용자 ‘결제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OTT 서비스 이용료를 어떻게 부담하고 있는지’ 물어본 결과 ‘가족·친구 등 지인과 공유한다’고 답한 이가 전체 30.1%로 가장 많았다. ‘정기 구독으로 매월 결제’하는 이는 29.1%로 지인 공유에 비해 낮은 응답률을 기록했다.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을 때만 ‘한시 구독’했다가 이후 해지하는 이도 15.5%로 꽤 된다.

▶1순위 선호 OTT ‘넷플릭스’

▷디즈니, 2번째 선택지로는 매력적

국내 서비스 중인 OTT 경쟁력은 저마다 다르다.

넷플릭스는 독보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그리고 긴 업력만큼이나 방대한 콘텐츠 개수가 강점이다. 디즈니플러스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마블·스타워즈·내셔널지오그래픽 등 ‘IP 파워’를 자랑한다. 가격 면에서는 애플TV+가 가장 저렴하다. 월 이용료가 6500원인데 동시 접속 가능 인원이 6명에 달한다. 1인당 1000원씩만 내면 이용이 가능한 셈이다.

토종 OTT도 이용자에게 저마다 쓰임새가 다르다. 웨이브는 공중파 3사를 비롯한 TV 드라마와 예능 다시 보기를, 티빙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 ‘쇼미더머니’ 등 tvN 인기 콘텐츠를 독점 공급한다. 왓챠는 방대한 중화권 드라마 콘텐츠와 일본 TV 애니메이션에서 상대적으로 우위에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인은 어떤 OTT 서비스를 선호할까. ‘가장 선호하는 OTT 서비스’를 묻는 질문에 절반이 넘는 이가 ‘넷플릭스(55.8%)’라고 답했다. 디즈니플러스, 애플TV+ 등 경쟁자가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넷플릭스가 국내 요금을 올릴 수 있던 이유 역시 이런 ‘압도적인 점유율’에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요금 인상이 넷플릭스 가입자 수를 떨어트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다른 서비스 멤버십 가입을 막는 장애물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여타 OTT 응답률은 각각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티빙(6.85%)’이 2위를 차지한 데 이어 ‘웨이브(6.7%)’ ‘쿠팡플레이(6.14%)’ ‘디즈니플러스(4.9%)’순이다. 기대를 모았던 ‘애플TV+(2.6%)’ 선호도는 토종 OTT ‘왓챠(3.3%)’나 ‘시즌(3.1%)’보다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2순위로 선호하는 OTT’는 순위가 조금 다르다. 1위 ‘넷플릭스(18.4%)’와 2위 ‘티빙(15.1%)’까지는 순위가 같았지만 ‘디즈니플러스(14.1%)’가 2위와 큰 차이가 없는 3위를 차지했다. 왓챠 역시 2순위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응답률이 9.5%로 1순위 선호 응답률(3.3%)에 비해 세 배 가까이 높다. 디즈니플러스와 왓챠만 단독으로 이용하지는 않지만 2번째 선택지로는 경쟁력이 있다는 풀이가 가능하다.

수많은 OTT 중 하나를 선택하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은 ‘콘텐츠 다양성’인 것으로 조사됐다. ‘즐길 수 있는 콘텐츠 개수가 많아서’라는 답변이 21.4%(복수 응답 기준)로 가장 많았다. 특정 OTT에서만 즐길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15.6%)’와 ‘뛰어난 콘텐츠 퀄리티(13%)’ ‘신규 콘텐츠 업로드 빈도수(12.6%)’가 그다음 요인인 것으로 밝혀졌다. 반면 ‘저렴한 비용(12%)’이나 ‘뛰어난 UX·UI(4.6%)’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수호 기자, 나건웅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5호 (2021.11.24~2021.11.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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