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박근혜 조화' 전두환 빈소 도착했다.."긴 인연의 종착역"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이 보낸 조화가 24일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가 차려진 신촌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도착했다. 박 전 대통령의 대리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박 전 대통령이 이날 오후 2시쯤 구치소 관계자를 통해 조화를 보내달라고 연락해왔다”고 말했다. 조화는 오후 8시30분쯤 별다른 문구 없이 '박근혜' 이름만 적힌 채 도착했다.
정치권에선 "영어의 몸인 박 전 대통령이 빈소에 조화를 보내며 사연 많은 두 사람의 인연이 종착역에 닿았다"는 말이 나왔다.
박 전 대통령 일가와 전 전 대통령의 인연은 1961년 5ㆍ16 군사 쿠데타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5ㆍ16 직후 전 전 대통령은 육사 생도들의 지지 선언을 주도하면서 박정희 전 대통령의 눈에 들었다. 이후 국가재건최고회의 의장실 민원비서관, 중앙정보부 인사과장, 육군본부 수석부관 등의 요직을 거쳤다. 1976년엔 청와대 경호실 작전차장보로 발탁됐다.
관계가 악연(惡緣)으로 바뀐 건 1979년 10ㆍ26 사태 이후다. 당시 합동수사본장이던 전 전 대통령은 청와대 금고에서 거액의 비자금을 찾았고,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해온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6억원을 건넸다.
12ㆍ12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후 전 전 대통령은 대대적으로 ‘박정희 지우기’에 나섰다. 서슬 퍼런 정권의 눈치에 박근혜 전 대통령은 6년간 추도식에도 공개적으로 참석하지 못했고, 18년간 은둔했다.
박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 때 이회창 후보를 지지하며 한나라당에 입당하는 것으로 공개 활동을 재개했다. 국민의힘의 전신인 한나라당 대표로 선출된 2004년 8월, 서울 연희동의 전 전 대통령 자택을 방문하면서 25년 만에 둘은 다시 만났다. 2013년 대통령이 된 이후 박 전 대통령은 전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 의지를 내비쳤고, 검찰은 연희동 자택을 압수수색하며 수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날 빈소에는 박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도 조문을 왔다.
앞서 이날 오전엔 ‘대통령 박근혜’라 적힌 가짜 조화가 배달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오전 9시 16분에 배달된 가짜 조화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화 옆에 놓여 있다가 유 변호사의 요청으로 치워졌다.
이날도 일부 정치인들이 빈소를 찾았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등 원로들의 모습이 보였다.
현역 국회의원 중에선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와 주호영 의원이 조문을 했다.
김 원내대표는 “(고인은) 5ㆍ18 민주화운동 무력 진압에 대해 씻을 수 없는 책임을 져야 한다”면서도 “전직 대통령에 대한 흑역사가 반복되는 것이 국격에 맞는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주 의원은 “특임장관 시절 찾아뵌 일이 있어 명복을 빌러 왔다”면서도 대선 후보들의 조문 거부, 고인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한 후 급하게 자리를 떴다.
1988년 서울남부지청 특수부 검사 재직 당시 노량진 수산시장 강탈 사건을 수사하며 전 전 대통령의 형 전기환씨를 구속했던 홍준표 국민의힘 의원은 고민끝에 "조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홍 의원은 전날엔 자신이 만든 커뮤니티 ‘청년의꿈’에 “정치적 이유를 떠나서 조문을 가는 것이 도리라고 보는데 어떻냐”고 의견을 물었다. 그러나 많은 지지자들이 조문을 반대하고 나서자 “조문을 가려고 했는데 절대적으로 반대 의견이 많다. 그 의견을 받아들이겠다“면서도 ”그러나 고인의 명복은 빌어야겠다“고 했다.
choi.minji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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