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표 '토지임대부 주택' 성공 가능성은?..구청 설득부터 과제

김경민 2021. 11. 24. 22: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정권마다 써온 공급 비책이지만 실현 미지수

“토지는 공공이 보유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주택 정책을 추진해 초기 분양대금 부담을 덜겠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지난 11월 15일 서울 강남구 SH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밝힌 포부다. 서울시 주택 정책을 총괄하는 수장이 이른바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 계획을 내비치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인다. 얼핏 보면 이상적이지만 부작용 우려도 적잖다.

김헌동 SH 신임 사장이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뜨겁다. 사진은 토지임대부 주택인 서울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 (윤관식 기자)
▶토지임대부 주택 개념 살펴보니

▷공공이 토지 보유, 건물만 분양해 가격 낮춰

김 사장이 강조한 토지임대부 주택 개념부터 살펴보자. 아파트 원가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토지를 SH 등 시행사가 소유하고 건축물만 분양하는 방식이다. 원래 아파트 가격은 땅값에 건물값을 더해야 하지만 땅값을 빼는 개념이다.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가에 땅값이 포함되지 않는 만큼 분양가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반값 아파트’라는 별칭이 붙은 것도 이 때문이다. 분양받은 사람은 오래 거주할 수 있는 대신 매달 수십만원의 토지 사용료를 내야 한다. 토지를 개인이 아닌 국가 소유로 둬야 한다는 미국 경제학자 헨리 조지의 토지공개념을 기반으로 한 개념이다.

김 사장은 앞서 서울시의회 인사청문회에서 “서울 강남권의 경우 SH 이윤을 붙여 30평대 분양가는 5억원, 비강남권은 3억원 수준에 맞추겠다. 빠르면 내년 초라도 후분양 아파트에 예약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강남구 SETEC, 수서역 공영주차장, 용산구 용산 철도정비창,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부지 등 구체적인 부지까지 거론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논란이 뜨겁다. 처음 나온 개념이 아니라 이미 실패한 주택 정책이라는 비판이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7년 당시 경기 군포 부곡지구를 필두로 서울 서초, 강남구 등 3개 지구에 토지임대부 주택이 공급됐다. 군포 부곡지구의 경우 전용 84㎡ 분양가가 1억5000만원 수준이었는데 토지임대료가 40만원에 달했다. 임대료 비용 부담 탓에 1순위에서 대거 미달됐다. 389가구 모집에 40명만 청약해 청약 경쟁률이 0.1 대 1에 그쳤다. 기반시설이 부족해 입지가 좋지 못한데도 임대료 부담이 커 실수요자들이 외면했다.

서울 강남권 토지임대부 주택도 각종 논란에 휘말렸다. 2011년, 2012년 각각 공급된 서초구 우면동 ‘LH서초5단지’와 강남구 자곡동 ‘LH강남브리즈힐’은 전용 84㎡ 분양가가 주변 시세의 4분의 1 수준인 2억원대 초반이었다. 토지임대료는 30만~40만원대였다. 이들 단지 역시 군포지구처럼 초반에 인기를 끌지 못했지만 전매 제한 기간이 끝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다. 전매 제한 5년이 끝난 이후 이들 단지 매매가가 8억원대로 뛰면서 수분양자들은 수억원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를 두고 ‘로또 분양’ 논란이 일었고 결국 정부는 더 이상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하지 않았다.

LH서초5단지와 LH강남브리즈힐의 최근 시세는 15억~16억원에 달할 정도로 분양가 대비 7배 이상 급등했다. LH서초5단지의 경우 전셋값만 8억5000만~9억원 수준이다.

▶공급 부지 확보 변수

▷월세와 유사, 실수요자 외면 우려도

해외에서도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한 국가가 꽤 있었다. 스웨덴은 1930년대 공공토지임대제도를 시행했다. 스톡홀름시는 당시 전체 토지의 70%가량을 소유하면서 신도시나 주택 공급이 필요할 때 공공 토지를 매각하지 않고 주택을 지어 임대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시도 전체 토지의 80%를 소유하면서 토지임대부 주택을 공급했다.

유럽 국가들이 주로 토지임대제도를 활용했지만 부작용도 적잖았다. 처음에는 입주자 부담이 적고 토지임대료를 통해 지가상승이익을 공공이 환수할 수 있었지만 최초 입주자에게 과도한 개발이익이 돌아가는 점이 문제였다. 공공으로부터 분양받은 후 의무 기간만 채우면 시장 가격으로 매각해 큰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공식적으로는 토지를 임차했을 뿐이지만 실제로는 입주자가 소유하는 효과가 나타나 토지임대부 주택은 일반 토지 소유 주택과 크게 다를 바 없다는 의미다.

게다가 개발이익 환수를 위해 토지임대료를 인상하면 거주자의 실질 주거비가 상승해 토지임대부 주택의 본래 취지를 잃는다는 점도 무시 못할 변수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서울시의원들이 “거주 기간 내내 땅 사용료를 내야 하는데 이걸 빼고 반값 아파트라고 하는 건 사기”라고 비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내집마련보다는 월세나 반전세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논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막상 서울 시내 공급 부지 확보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일례로 반값 아파트 후보지로 은평구 서울혁신파크 부지가 거론되면서 은평구가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김미경 은평구청장은 “서울혁신파크 부지에 공공 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도시 기능을 외면한 채 주택 공급에만 급급한 잘못된 발상이다. 상업 개발이 가능한 유일한 대규모 부지에 공공 주택을 건설하겠다는 것은 이제껏 열악한 도시 인프라를 견디며 서울혁신파크 개발만을 기다려온 은평구민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은평구 서울혁신파크는 지하철 3호선 불광역 인근 옛 질병관리본부 11만234㎡ 부지를 2015년 서울시가 매입해 시민단체 등이 입주할 수 있도록 만든 곳이다. 은평구 외에도 후보지로 거론된 강남구, 용산구도 반발할 우려가 큰 만큼 현실적으로 토지임대부 주택 공급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이처럼 토지임대부 주택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서울시는 “구체적인 부지와 물량, 공급 시기 등은 확정되지 않았고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며 선을 그었다.

전문가들은 토지임대부 주택이 얼핏 보면 이상적이지만 부동산 시장 안정 효과를 내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 시내 가용 토지가 부족한 데다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소유권을 가진 주택을 필요로 하는 만큼 ‘찬밥 신세’가 될 우려도 크다.

‘무늬만 반값 아파트’라는 비판도 나온다. 토지비가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아 처음 입주할 때는 저렴해 보이지만 결국 개발이익을 환수하기 위해 토지임대료를 현실화하면 매달 적잖은 월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초 입주자에게 과도한 개발이익이 돌아가는 만큼 이를 방지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토지임대부 주택 분양가를 낮춰 시장을 안정시키려면 막대한 물량을 낮은 분양가에 공급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집값 안정 효과는커녕 또 다른 유형의 로또 아파트로 전락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 의견이다.

[김경민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5호 (2021.11.24~2021.11.30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