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풍 부는 리모델링..도로·공원 만들면 용적률 20%p 올려줘

정다운 2021. 11. 24.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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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노후 단지 리모델링을 활성화하고 공공성도 살리기 위해 아파트 리모델링 정책을 재정비했다. 용적률을 완화하는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자 정비업계는 사업성 판단이 용이해졌다며 환영하는 분위기다. 다만 수직증축 리모델링에 대해서는 ‘안전성 검토’ 문턱이 여전히 높아 사업 속도 개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는 노후 아파트 리모델링 관리 방안을 마련해 주택 공급이 신속하게 이뤄지도록 ‘2025 서울시 공동주택 리모델링 기본계획’을 재정비한다. 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기본 방향을 제시하는, 서울시 차원의 법정계획이다. 서울시는 2016년 기본계획을 처음 수립한 뒤 5년마다 사회·제도적 여건 변화를 반영해 기본계획을 재정비한다. 이번 재정비된 안에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수요예측 ▲공공성 확보에 따른 용적률 완화 기준 마련 ▲사업 활성화를 위한 공공지원 제도 강화 등의 내용이 새롭게 담겼다.

아파트 리모델링은 준공된 지 15년 이상, 안전진단 B등급 이상이면 추진할 수 있다. 지어진 지 30년 이상 됐고, 안전진단 D등급(조건부) 이하여야 추진 가능한 재건축보다 사업 문턱이 낮아 20년 이상 된 노후 단지에서는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주택법에 따라 아파트 리모델링은 주거 전용면적의 30~40%까지(전용 85㎡ 초과 시 30% 이내, 전용 85㎡ 미만은 40% 이내까지) 증축할 수 있고 건축법에 따른 용적률 완화도 가능하다. 그러나 재건축과 달리 주변 지역 영향 분석, 지역공유시설, 임대주택 등 공공성 확보에 대한 별도의 규정이 없어 ‘깜깜이’라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이에 따라 이번 기본계획 재정비안에는 내부 지침으로만 적용했던 용적률 완화 기준이 공식적으로 담겼다.

서울시가 아파트 리모델링 정책을 손보면서 정비업계가 환영하는 분위기다. 사진은 ‘서울형 리모델링’ 1호 사업지인 송파구 ‘문정시영’ 아파트 단지. (윤관식 기자)

▶명확해진 용적률 완화 기준

▷서울 898곳 ‘증축’ 리모델링 가능

정비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것은 용적률 완화 기준이다. 서울시는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 지역친화시설을 넣고, 기반시설을 정비하면 최대 40%까지 주거 전용면적을 늘릴 수 있도록 용적률 완화 기준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항목에 따라 ▲도로·공원 등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경우(최대 20%포인트) ▲녹색건축물을 조성하는 경우(최대 20%포인트) ▲열린놀이터, 공유주차면 등 지역친화시설을 설치하는 경우(최대 30%포인트) ▲상업시설 등 가로를 활성화하는 경우(최대 10%포인트) 등에 용적률 완화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기준이 정해지면서 그동안 임대주택을 지으면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용적률(10%포인트)을 더 주던 방안은 사라졌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대주택 도입 여부를 검토했지만 사업성을 떨어뜨리고 관리도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아 이번 계획에는 포함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사업비 지원 방안도 마련했다. 재개발·재건축과 달리 리모델링 지원 제도가 없었다는 점이 감안됐다. 정비기금을 활용할 수 있도록 관계 법령을 개정하고, 조합 운영비·공사비 융자 등 금융상품 개발에도 나설 계획이다.

정비업계는 서울시가 내놓은 기본계획 재정비안을 계기로 리모델링 사업이 활력을 띨지 기대하는 분위기다. 이동훈 한국리모델링협회 정책법규위원장은 “지금까지 용적률 완화 재량을 건축위원회의 판단에 일임했기 때문에 심의 통과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웠는데 사업 요건을 명확히 하면서 불확실성이 한결 해소됐다”고 반응했다.

서울시가 아파트 단지 4217곳을 전수조사한 결과 리모델링이 가능한 단지는 3096곳으로 추정됐다. 이 가운데 수평 또는 수직증축으로 가구 수를 늘리는 ‘가구 수 증가형’ 리모델링이 가능한 단지는 898곳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조합설립 → 1차 안전진단 → 건축심의 신청(1차 안전성 검토) → 건축·구조 실시설계 → 사업계획 신청(2차 안전성 검토) → 사업계획 승인 → 이주·철거 → 2차 안전진단 → 착공 순으로 이뤄진다. 이번 재정비안은 주민 공람 후 시의회 의견 청취와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내년 1월 최종 고시될 예정. 즉, 현재 건축심의 전 단계인 단지들이 재정비안을 적용받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리모델링 조합설립을 마친 성동구 금호벽산(2001년 준공, 1707가구), 양천구 목동2차우성(2000년, 1140가구), 송파구 문정시영(1989년, 1316가구)과 가락쌍용1차(1997년, 2064가구), 서초구 잠원동아(2002년, 991가구) 등이 대표 단지로 꼽힌다.

아예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도 늘고 있다. 서울시가 리모델링 사업에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기로 한 데다 사업지가 넓어지면 사업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계산 때문이다.

동작구 사당동 ‘우극신(우성2단지·우성3단지·극동·신동아4차)’ 리모델링 조합설립 추진위원회는 현재 약 64%의 주민 동의율을 받아 조합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준공 29년 차 우극신 아파트는 우성2단지(1080가구), 우성3단지(855가구), 극동(1550가구), 신동아4차(912가구) 4개 단지 4397가구로 이뤄졌다. 우극신은 이번 통합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4397가구에서 5054가구 규모의 대단지로 탈바꿈한다는 계획이다. 영등포구 문래동에서는 현대1·2·3·5·6차, 문래두산위브, 대원아파트 등 7개의 소규모 단지가 통합 리모델링 주택조합설립을 위한 주민 사전 동의를 받고 있다. 1986~1998년 사이에 준공한 이 아파트들은 적게는 166가구에서 많게는 390가구로 이뤄졌다.

다만 서울시가 리모델링 사업 활성화에 두 팔을 걷어붙여도 사업 확산 속도가 빠르진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대다수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이 최고의 시나리오로 꼽는 수직증축형 허가가 쉽지 않아서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에서 층수를 최대 3개 층 올려 짓는 방식. 수평·별동증축 리모델링에 비해 가구 수를 더 많이 늘릴 수 있어 일반분양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할 수 있다 보니 사업성을 높이는 확실한 방법이지만, 1차 안전진단 후 1·2차 안전성 검토를 거쳐 다시 2차 안전진단까지 총 네 차례의 안전 관련 심사를 받아야 해 과정이 까다롭다. 주요 리모델링 단지들은 이 중 세 번째 심사인 2차 안전성 검토 과정이 무려 2년 이상 지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2차 안전성 검토 전에 선행돼야 하는 ‘공인기관의 기술 검증’을 받지 못해서다.

그나마 반가운 소식은 최근 강남권 주요 리모델링 추진 단지를 중심으로 수직증축 사업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1월 10일 강동구 ‘길동우성2차’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위한 1차 안전진단을 통과했고,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가 지난 11월 17일 수직증축을 위한 공개 실험을 진행했다. 이들 단지 중 하나가 송파구 성지아파트에 이어 서울에서 수직증축으로 지어지는 두 번째 리모델링 단지가 될 가능성이 높다. 어느 쪽이든 2차 안전성 검토까지 통과하면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노후 아파트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태생적 한계도 있다. 리모델링은 내력벽 철거가 허용되지 않으면 집 구조를 바꾸는 데 한계가 있다. 이 때문에 일부 단지에서는 리모델링과 재건축을 두고 주민 사이 갈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리모델링은 가구 수 증가분(일반분양 물량)이 많지 않은 사업인데, 임대주택을 제외한 용적률 완화 기준에 따라 사업 추진 동력을 얻는 단지가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내력벽 철거 허용 여부, 수직증축 활성화 등 굵직한 이슈가 해결되지 않은 만큼 리모델링이 보다 활성화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정다운 기자]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35호 (2021.11.24~2021.11.3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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